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감독을 바꾼다. 현장뿐만 아니라 프런트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진다. 최원호(51) 감독이 물러나는 가운데 박찬혁(52) 대표이사도 사퇴하기로 했다.
한화는 27일 최원호 감독과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최 감독은 지난달 말부터 성적 부진에 자진 사퇴 의사를 몇 차례 내비쳤고, 26일 문학 SSG전이 우천 취소된 뒤 결별이 확정됐다. 최근 6경기 5승을 거두며 8위(21승29패1무 승률 .420)로 뛰어오른 시점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정경배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당분간 팀을 이끌며 구단은 빠른 시일 내에 새 감독을 선임할 계획이다.
한화는 현장에만 책임을 지우지 않았다. 구단 프런트 수장인 박찬혁 대표도 사퇴 의사를 밝히며 최 감독과 성적 부진에 동반 책임을 지기로 했다. 한화 구단은 '최원호 감독은 지난 23일 경기(대전 LG전) 후 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혀와 26일 구단이 이를 수락하며 자진 사퇴가 결정됐고, 박찬혁 대표이사도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찬혁 대표는 2020년 11월 구단 대표이사를 맡은 뒤 3년6개월 만에 물러난다.
지난 2014~2017년 마케팅팀장으로 야구단과 첫 인연을 맺은 박 대표는 획기적인 상품 기획과 적극적 마케팅으로 한화 이미지를 젊고 활력 있게 바꿨다. ‘불꽃 한화’로 대표되는 구단 브랜딩을 강화하며 구단 유니폼 교체, 마스코트 수리 및 구단 유튜브 제작 등으로 젊은 세대 팬심을 끌어모았다. 농아인들을 위한 야구 수어, 천안함 유가족 시구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이후 한화생명 e스포츠팀으로 옮겨 단장을 맡았고, 2020년 시즌 후 대대적인 쇄신에 나선 야구단에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구단 최초 외국인 사령탑으로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영입하며 2021년 첫 해에는 전면 리빌딩에 나섰다. 이 과정을 가감없이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팬들에게 공개했고, 1군 수베로 감독-2군 최원호 감독과 협업 체제를 구축하며 중장기 리빌딩 로드맵을 그렸다.
구단주 대행을 겸하면서 선수 영입을 위한 자금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2023년 시즌을 마친 뒤 채은성(6년 90억원), 이태양(4년 25억원), 오선진(1+1년 4억원)을 차례로 영입했고, 지난해 시즌 후에는 안치홍(4+2년 72억원)을 데려왔다. 여기에 메이저리거 류현진(8년 170억원)을 12년 만에 깜짝 복귀시키며 리그를 떠들썩하게 했다.
구단 자생력, 수익성 향상을 위해 여러 스폰서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선보였다. 지난해 구단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고, 올해도 구단 자체 스폰서십 100억원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16%(25억원)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구단 수입을 늘려 선수단 전력 강화와 인프라에 재투자해 팬덤을 강화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박 대표 주도하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단숨에 KBO리그 최고 인기 구단으로 떠오른 한화는 지난해 10월16일 롯데전부터 올해 5월1일 SSG전까지 무려 17경기 연속 대전 홈구장 매진을 이뤘다. 1만2000석 미니 구장이긴 해도 평일 야간 경기에도 만원 관중이 꽉꽉 들어찰 만큼 역대급 흥행 대박을 쳤다. 아직 시즌이 반도 안 지났지만 벌써 21번의 매진으로 2015년 구단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을 썼다.
그러나 이런 모든 노력이 안타깝게도 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2021~2022년에는 2년 연속 10위에 그치며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리빌딩 과정으로 어느 정도 성적 부진을 감수했지만 쉽지 않은 인내의 기간이었다. 지난해 5월 시즌 중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면서 퓨처스 팀에 있던 최원호 감독을 1군에 올리는 결단을 내렸지만 시즌 최종 순위는 9위로 탈꼴찌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투타 전력 보강을 이룬 올해는 ‘달라진 우리’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리빌딩 종료와 함께 ‘윈나우’ 버튼을 제대로 눌렀다. 개막 10경기 7연승 포함 8승2패로 단독 1위에 오르며 비로소 암흑기를 끝내는가 싶었지만 너무나도 짧은 봄이었다. 4월부터 극심한 부진이 시작되면서 50일간 연승 없이 최다 6연패 포함 5번이나 연패를 거듭했다. 그 사이 순위는 쭉쭉 내려갔고, 지난 23일 10위 최하위까지 찍었다.
하지만 이후 2연승을 거둔 한화는 최근 6경기 5승1패로 반등하며 8위로 다시 올라섰다. 5위 NC와 5.5경기 차이로 아직 가을야구를 포기할 때가 아니다. 이 시점에서 감독 교체가 이뤄졌고, 프런트 수장도 동반 사퇴하며 구단 쇄신을 위해 스스로 몸을 내던졌다. 손혁 단장도 사퇴 의사를 보였지만 시즌 도중 사장, 단장, 감독 전원 교체는 위험 부담이 컸다. 박 대표의 만류로 구단에 남아 쇄신 작업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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