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가 사라졌다' 유세례, 모성애→독기..풍전등화 중전 고밀도 연기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4.05.28 09: 10

 배우 유세례가 극 전개에 탄력을 더하는 존재감을 보여주며 맹활약했다.
유세례는 지난 25, 26일 방송된 MBN 토일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극본 박철, 김지수/ 연출 김진만/ 제작 스튜디오 지담, 초록뱀미디어, ㈜슈퍼북)에서 여린 심성을 가진 중전 윤씨 역할을 맡아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괴로워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살렸다.
‘세자가 사라졌다’는 왕세자가 세자빈이 될 여인에게 보쌈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두 청춘 남녀의 파란만장, 대환장, 끝장 도주기를 다룬 조선판 로맨틱 코미디다.

극 중 유세례는 극을 좌지우지하며 전개에 파란을 몰고 온 중전의 행보를 차지게 구현해 극도의 몰입감을 선사했다. 중전은 세자 이건(수호)과 친아들 도성대군(김민규)을 지키려 했지만 이런 마음을 악용한 주변 세력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했고, 결국 모두가 힘든 상황에 놓이자 죄책감을 이기지 못했다. 이 같은 중전의 심리 변화는 인물들을 각성시키며 전개에 터닝포인트로 작용, 안방극장에 눈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자아내게 했다.
심성이 곱던 중전은 우발적으로 기미상궁을 해치고 크나큰 충격에 빠졌다. 넋이 나간 듯 아무 일에도 의욕을 드러내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이 힘들 때도 그를 움직이게 하는 건 절절한 모성애였다. 맥없이 있던 중전은 대비전 상궁이 세자를 능멸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격노해 자리를 털고 나섰다. 내명부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건 물론, 잔뜩 성난 대비 민씨(명세빈)가 찾아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명부 수장은 접니다”라며 “저라고 당하기만 할 줄 아셨냐”고 쏘아붙이는 저력을 보여줬다. 대비로 인해 남편이 혼수상태에 빠지고 아들들의 지위까지 흔들린 만큼 중전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처럼 절박한 중전의 마음은 보기만 해도 그의 편을 들어주고 싶을 정도로 진정성이 가득했다.
파죽지세로 대비에 맞서던 중전은 이내 위기에 몰렸다. 대비와 내연 관계인 최상록(김주헌)의 간계로 중전이 기미상궁을 해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퍼지면서 중전의 괴로움은 극에 달했다. 자백을 결심한 중전은 “나 살자고 자식에게 누명이나 씌우는 못난 어미는 두 번 다시 되고 싶지 않다”며 아들들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중전의 진심만큼은 언제나 그대로였던 만큼 안타까움이 고조됐다. 하지만 결국 유폐가 결정된 중전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 안쓰러움을 더했다.
지아비와 자식들을 아끼는 마음이 화를 부른 아이러니한 상황인 만큼, 별채에 유폐되는 중전의 처지는 슬프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중전의 쇠락은 극 전반을 뒤흔드는 계기로 작용, 작품에 쫀쫀한 긴장감을 가미한 일등공신으로 떠오르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전의 존재 자체가 세자와 도성의 대결구도를 만든 원인으로 떠오르며 흥미로운 전개를 이끈 열쇠가 됐다는 평이다.
유세례의 중전은 단순히 인물들의 어머니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온화한 본래 성품부터 내명부 수장으로서 입지에 관한 고민, 대비와 관계 변화 속 달라지는 갈등구도, 끝까지 세자와 대군을 위하려 하는 마음 등 중전이 겪어온 상황과 감정선은 극과 극이었다. 이처럼 쉽지만은 않던 중전의 변화상을 유세례는 섬세한 표현력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캐릭터의 다층적인 순간들을 세밀하게 구현한 덕에 이야기를 끌어가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호평이 이어진다. 절체절명 위기에 놓인 중전이 앞으로 드라마에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기대와 관심이 높아진다.
매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 MBN을 통해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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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세자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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