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난 거죠.”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선수들은 28일 대전 롯데전을 앞두고 평소보다 조금 이른 정오에 출근했다. 전날(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함께 동반 퇴진한 최원호 감독이 선수단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최원호 전 감독은 “우리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팀도 성적이 안 좋을 때는 변화를 통해 빨리 정상 궤도에 오르려 한다. 우리 선수들이 캠프 때부터 코치님들과 호흡을 잘 맞춰서 잘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아닌 이상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다. 좋을 때 자만할 필요도 없고, 안 좋을 때 포기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 전 감독은 “지금 좋은 흐름을 타고 있으니 누구와 함께하든 여러분들은 선수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길 바란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스프링캠프 때부터 목표로 했던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리라 믿는다. 밖에서 응원을 많이 할 테니 우리가 목표로 하는 포스트시즌에 꼭 가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한 뒤 선수 전원과 악수를 나누고 떠났다.
40년 지기 최 전 감독이 떠나면서 정경배 수석코치가 갑작스럽게 감독대행을 맡게 됐다. 최 전 감독과 인천고 동기로 올해부터 수석코치로 보좌했던 정 대행은 “감독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도움이 됐어야 했고,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 코치 생활을 하면서 감독님이 중간에 나가신 게 두 번째인데…많이 울었다”면서 “40년 지기 친구이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다”며 목이 메인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정 대행은 “일단 감독님이 만들어놓은 그런 기조에 의해서 갈 것이다. 내가 뭔가 바꿀 수 있는 게 없다. 감독님이 밖에선 (어떻게 볼지) 잘 모르겠지만 안에선 팀을 잘 만들어 놓으셨다고 생각한다. 그 기조에 의해서 잘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며 “나도 (팀을 이끈) 경험이 없으니까 뭐라고 말씀드리진 못하겠다. 감독님이 잘 만들어 놓으신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주장 채은성도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선수단을 대표해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채은성은 “선수들이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난 것이다. 졸은 결과가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며 “선수들이 할 건 또 열심히 준비해 이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감독님의 부탁이시기도 하다. 감독님이 ‘겨울부터 준비한 목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고참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후배 선수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는 채은성은 “결과가 이렇게 난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저희(선수들)이 못했기 때문이다”며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남은 경기가 많다. (사퇴한) 감독님, (박찬혁) 사장님 때문에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선수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최근 6경기에서 5승1패로 반등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 전 감독의 갑작스런 퇴진에 선수단도 놀랐다. 채은성은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고, 좋은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이 나왔다. 아쉽지만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일은 이미 벌어졌다. 우리는 계속 해나가야 한다. 잠시만 슬퍼하고 오늘 경기는 또 경기대로 최선을 다해 이기자고 했다. 그게 (최 전 감독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022년 11월 자신을 FA로 영입한 박찬혁 전 대표이사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채은성은 “감독님도 너무 좋으신 분이고, 사장님도 제가 FA 계약을 하면서 처음 뵀는데 이런 사장님은 못 뵀던 것 같다. 앞으로도 못 뵐 것 같다”며 “선수들한테 너무 진심이셨다. 물심양면으로 너무 많이 도와주셨고,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항상 많이 하셨다. 선수들이랑 의견도 많이 나누시고 고민하며 지원해주셨는데 (떠나시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채은성은 이날 1회말 2사 1,2루 첫 타석에서 롯데 선발 박세웅에게 좌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팀의 선취점을 만들어냈다. 시즌 최다 5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간 채은성은 개인 통산 700타점을 돌파했다. KBO리그 역대 60번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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