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수많은 배려에도 방출을 요청한 제자가 괘씸할 법도 했지만 '대인배' 이강철 감독은 그런 제자의 앞날을 응원했다.
프로야구 KT 위즈는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7차전을 마치고 “삼성 라이온즈에 박병호(38)를 내주고 반대급부로 오재일(38)을 데려오는 1대1 트레이드에 합의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거듭된 부진과 함께 입지가 좁아진 박병호는 지난 주말 KT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25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 4-2로 앞선 8회말 1사 2루 찬스에서 조용호의 대타로 등장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뒤 구단에 면담을 신청했고, 그 자리에서 웨이버 공시 등을 통한 방출을 요청했다. 적은 출전 시간과 좁아진 입지를 이유로 다른 팀을 찾아 나서겠다는 의도였다.
28일 두산전에 앞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기사에 나온 그대로다. 딱 그 상황이다. 본인이 방출을 요구했고 그 이외 진행 상황은 듣지 못했다. 구단이 생각 중이라고 하더라.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다”라고 말을 아꼈다.
‘국민거포’ 박병호는 한국프로야구 홈런 부문의 살아있는 역사다.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 1차 지명을 받은 뒤 지난해까지 19시즌 동안 무려 380홈런을 쏘아 올렸고, 에이징 커브가 의심되던 2022년 KT와 3년 30억 원 FA 계약 후 35홈런을 치며 통산 6번째(2012, 2013, 2014, 2015, 2019, 2022)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박병호는 당시 래리 서튼 전 롯데 감독의 2005년 최고령(만 35세) 홈런왕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통산 홈런 1위’ 이승엽 두산 감독(5회)을 넘어 역대 최다인 홈런왕 6회 수상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박병호는 FA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아 44경기 타율 1할9푼8리 3홈런 10타점 장타율 .307 출루율 .331의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4번타자, 국민거포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게 득점권 타율 또한 1할3푼9리로 상당히 저조한 터. 시즌에 앞서 “KT에서 꼭 우승반지를 차지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힌 것과 달리 급격히 기량이 쇠퇴했고, 만년 대타 요원에게 자리를 내주기까지 이르렀다. 현재 KT의 4번타자 1루수는 문상철이다.
박병호는 결국 지난 26일 허리 통증을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는 부상보다 거취 문제로 불거진 엔트리 변화에 가까웠다. KT 구단은 박병호 거취와 관련해 선수 설득, 웨이버 공시, 트레이드 등 다방면으로 검토를 진행했고, 삼성과 카드가 맞아떨어지며 1대1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KT 나도현 단장은 “오재일은 팀에 필요한 좌타거포 자원으로, 팀 라인업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선 시너지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박병호와 1986년생 동갑내기인 오재일은 2021시즌 삼성과의 4년 총액 50억 원 FA 계약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었다. 올 시즌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21경기 타율 2할2푼2리 2홈런 7타점 부진을 겪고 있었는데 트레이드를 통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현대, 히어로즈, 두산, 삼성에 이은 오재일의 5번째 팀이다.
28일 경기 후 만난 이강철 감독은 “(박)병호가 (삼성에) 가서 기회 많이 받아서 잘했으면 좋겠고, 오재일도 여기 와서 나름 활용가치를 보고 문상철과 어떻게 쓸지 생각해보겠다”라며 “달라진 건 오재일은 좌타자다. 문상철과 번갈아가면서 쓰려고 생각 중이다. 모쪼록 좋은 트레이드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대구로 떠나는 제자를 응원했다.
한편 KT는 이날 12-3 대승을 거두며 3연전 기선제압과 함께 4연승을 질주, 시즌 24승 1무 28패를 기록했다. 두산전 3연패, 잠실구장 5연패도 끊어냈다. 박병호를 밀어낸 '새 4번타자' 문상철의 4안타, 5타점 활약이 돋보였다.
이 감독은 “선발 쿠에바스가 좋은 피칭을 보여줬다. 타선에서는 로하스가 선제 홈런을 터뜨리며 경기 초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타선이 초반부터 고루 터져준 것이 좋은 경기로 이어진 원동력이다. 빅이닝을 만들어준 선수들 모두 고생했다.. 한 경기 개인 최다 타점 기록을 경신한 문상철도 축하한다”라며 “원정에서 끝까지 열정적인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KT는 29일 루키 원상현을 앞세워 5연승에 도전한다. 두산은 최준호 카드로 3연패 탈출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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