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다. 성실하고, 정도 있고…많이 그리울 거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34)는 지난 26일 문학 SSG전에 선발투수로 예고됐지만 경기가 우천 취소됐다. 어쩌면 KBO리그에서 마지막 등판, 고별전이 될 수도 있었지만 하늘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난 뒤 페냐는 구단으로부터 결별 통보를 받았다.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는지 오히려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부분에 미안해했다고.
대전에 내려온 뒤 페냐는 클럽하우스에서 짐을 정리했고, 구장을 나서기 전 문동주(21)와 찐한 포옹을 나눴다. 지난 2022년 후반기부터 함께한 문동주를 보며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페냐는 “지금 방향대로 잘 성장한다면 메이저리그에 가고도 남을 잠재력을 가졌다”며 쉬는 날에도 문동주를 불러 선발투수 루틴에 맞춰 같이 운동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포옹만으로는 석별의 정을 나누기에 부족했던 모양. 문동주는 27일 월요일 휴식일에 페냐의 집을 찾아갔다.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문동주의 어머니가 특별히 페냐의 2살 된 딸 그레이스를 위해 맞춰온 한복을 선물로 전했다.
28일 대전 롯데전에서 6이닝 8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3실점 호투로 팀의 12-3 대승을 이끈 문동주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페냐와 작별에 대해 “이웃주민이라서 어제 집 앞에 찾아갔다. 어머니가 시장에 가서 맞춰온 한복을 페냐의 딸에게 선물을 했다. 어머니도 (페냐의 방출을) 많이 아쉬워하셔서 같이 가서 만났다. 서로 유니폼도 교환하고, 정말 고마웠다는 말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문동주에게 페냐는 단순한 외국인 선수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6시즌 경력자이자 야구 선배로서 페냐는 자신을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문동주는 “진짜 너무 좋은 사람이다. 성실하고, 정도 있어서 형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많이 그리워할 것 같다”며 한 가지 일화를 들려줬다.
“작년 내가 선발로 던지는 날 평소처럼 말을 많이 한 적이 있다. 그때 페냐가 불러 ‘선발 날에는 너만의 세상에 갇혀 야구하는 게 좋을 거다’고 따끔하게 말해줬다. 그때 창원에서부터 그런 루틴을 가져갔고, 오늘 역시 그렇게 했는데 좋은 결과 있었다. 지금 비행기를 타고 있을 페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문동주가 말한 말이 많았던 날은 지난해 6월24일 창원 NC전이다. 당시 문동주는 8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승리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투구를 했다. 페냐의 조언을 듣고 난 뒤 인생 피칭을 했고, 문동주는 경기를 마친 뒤 그에게 90도로 인사했다. 페냐도 기분 좋게 웃으며 포옹으로 화답했다. 문동주는 “그날 영상을 찾아보면 페냐가 안아주는 게 있을 것이다. 이제는 추억이 됐다”며 웃었다.
하지만 문동주는 추억에만 젖지 않았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페냐의 프로페셔널함에 놀랐다. 원래 페냐는 28일 경기 전 대전 홈구장을 찾아 선수단 전체와 작별 인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빠른 비행편을 찾았고, 이날 새벽 가족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서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출국했다.
문동주는 “원래는 오늘 인사하고 가는 것이었는데 ‘빨리 넘어가서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정말 리스펙한다. 멋있는 형이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화에서 3번째 시즌을 완주하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나게 됐지만 페냐의 야구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느 곳이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 여정을 위해 하루빨리 몸 만들기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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