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시’ 이민기 괄목상대..“머리 따로 몸 따로는 잊어줘!”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4.05.29 13: 07

[OSEN=김재동 객원기자]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가 28일 방송된 6회 엔딩에서 양재영(허지원 분)의 죽음을 통해 10년 전 교통사고 진실에 대한 일말의 단서를 던졌다.
양재영은 10년 전 교통사고의 목격자로 차연호(이민기 분)를 피의자로 지목했던 인물이다. 그런 두 사람이 10년 만에 다시 만난 건 달리던 차량에서 뛰어내린 김민주(이나은 분) 사건 때문이었다.
김민주는 양재영이 운전하던 차량에서 양재영의 성추행을 피해 몸을 던졌었다. 하지만 사건은 돈과 권력을 앞세운 양재영의 협박에 김민주가 침묵함으로써 덮이고 차연호는 지방세 체납, 법인 차량 무단 이용 등의 사례를 수집해 양재영을 국세청에 신고한다.

신고자가 차연호임을 알게된 양재영은 “괜히 일벌리지 마!”란 표정욱(강기둥 분)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경찰청 게시판에 10년 전 교통사고 사망 사건의 가해자가 차연호임을 폭로한다.
하지만 감찰을 받는 중에도 연쇄강도강간 사건을 해결한 차연호는 경찰에 남게 되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은 울화를 폭주로 풀던 양재영은 자신의 진로를 막아선 차량을 상대로 보복운전을 벌이다 차량전복사고를 당한다.
“살려주세요”를 연발하며 구조를 요청하는 양재영에게 다가서는 인물. 양재영은 그 얼굴을 확인하자 잊었던 옛 기억을 떠올리며 겁에 질린다. “살려주세요!”란 애원을 “잘못했습니다!”로 바꾼 채. 하지만 인영은 아랑곳없이 불붙은 지포라이터를 던져 양재영의 차량을 폭파시킨다.
섬광처럼 스쳐갔지만 양재영이 떠올린 기억의 장소는 차연호를 10년간 악몽에 시달리게 만든 그 교통사고 현장이었다. 당시 피해자 이현수가 쓰러져 있던 도로에서 양재영은 혼자 절규하고 구토하고 있었다. 그리고 “잘못했습니다”는 양재영의 속죄.
이 에피소드는 자연스레 27일 방송된 5회 말미를 떠올리게 한다. 사건 당시 양재영, 표정욱과 함께 했던 또 한 명의 목격자 한경수는, 10년 전 기사를 보낸 장본인으로 자신을 의심해 찾아온 둘에게 말한다. “누가 또 아나 보네. 그때 니들이 한 짓 그거. 그 여자 니들 때문에 죽었잖아. 니들 아녔으면 그 여자 살 수 있었잖아. 아닌가? 정욱아, 너네 아버지 때문였냐?” 하다가 표정욱에게 두들겨 맞는다. 이후 트럭에 올라 같은 기사를 꺼내든 채 눈물 흘리며 ‘바보같은 놈들’이라 독백한다.
한경수의 발언과 뒤를 잇는 표정욱의 행동은 이현수 죽음이 차연호 때문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럼 당시의 가해자 중 하나로 의심되는 양재영을 죽인 사람은 누굴까?
전복된 양재영의 차로 다가서는 실루엣은 살짝 오른 다리를 절고 있었다. 이에 앞서 다리를 절었던 인물은 故이현수의 아버지 이정섭(하성광 분)이었다. 이정섭은 4회에서 자신에게 전해진 10년 전 사건 기사를 품고 차연호를 만나러 오면서 오른 손에 등산용 스틱을 쥐고 오른 다리를 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는 말했다. 암환자인 아내가 해를 넘기기 힘들다고. 그 아내는 그날 사고 이후 한없이 그 시간만을 곱씹으며 살아왔다고. 혹시 아내가 세상을 뜨기 전에 가해자들을 응징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정섭으로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정섭이 처음 등장한 것은 2회. 당시 이정섭은 이현수의 납골당을 찾았다가 벤치에 앉아 있던 차연호를 향해 스틱 없이 멀쩡히 걸어갔었다. 장애와는 무관해 보였다.
또한 양재영은 그 인물을 한 눈에 알아보고 사죄했다. 목격자 신분의 양재영이 유족 신분의 이정섭을 알아볼 이유는 없다. 일면식이 없어도 무방한 관계고 일면식 있어도 10년 전 일일 것이다.
여기에 의문의 인물이 가세한다. 10년 전 사건 기사를 차연호, 이정섭, 양재영, 표정욱, 한경수는 물론, 사건 담당 경찰 표명학(허정도 분)까지 포함한 당사자 모두에게 전달한 인물. 그 인물이 10년 전 사건과 관련해 양재영이 한 눈에 알아보고, 알아본 즉시 용서를 구한 바로 그 인물인 것은 아닐까?
10년 전 사건은 그렇다치고 그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 차연호는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큰 걸음을 떼는 데 성공했다.
경찰청 게시판이 차연호로 난리가 난 후 답답했던 민소희(곽선영 분)는 물었었다. “굳이 왜 경찰이예요?” 차연호가 답했다. “도망다니기 싫어서요. 도망다닌다고 사라질 기억이 아니니까.”
차연호는 그렇게 마음먹고 가위치기 차량절도범이자 연쇄 강도강간범 박성진을 쫓는다. 그러던 차에 민소희가 박성진의 이전 피해자 조문주로부터 “(성폭행범이) 한번 찍은 여자는 실패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는 진술을 받아온다. 그렇다면 차연호의 활약으로 박성진이 강간 실패했던 서유정(김승윤 분)은 여전히 위험하다.
한시가 급한데 서유정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민소희가 합동수사본부를 움직이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른다. 그렇게 마음 급한 차연호의 눈에 민소희가 두고 간 차키가 보인다. “경찰이 늦으면 사람 구할 기회를 놓친다”는 민소희의 충고가 차연호로 하여금 가속페달을 밟게 만들었다. 트라우마로 인해 10년간 자전거나 타고 다니던 차연호가 TCI의 기본 자질인 운전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칼 든 범인과 1대1 상황. 박성진의 공격패턴이 눈에 들어왔다. 돌진해 오는 힘을 이용해 뒷춤을 잡아채 넘겨버렸다. 잡기싸움 끝에는 팔꿈치를 아래로 힘껏 휘두르며 어깨메치기도 성공시켰다. 겁 없이 등 보인 범인을 상대로는 배운대로 트라이앵글 초크를 걸어버렸다. 실신KO로 범인 검거 완료 마침내 제 몸을 아랑곳 않던 반쪽짜리 정의감에 그 정의감을 물리적으로 관철시킬만한 무력과 공격성도 장착하게 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머리만 좋고 몸이 안따라 주는 차연호는 없다.
이렇게 문무겸전의 남강경찰서 TCI 에이스로 성장한 차연호의 다음 스텝, 당연히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크래시’ 다음 회를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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