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시’에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더 나은 경찰로 성장해 교통범죄수사팀(이하 TCI)의 진짜 일원이 된 이민기가 시청자들의 열띤 응원을 끌어냈다.
최근 방송 중인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 TCI의 신입 주임 차연호(이민기)는 막힌 수사를 뚫어주는 예리하고 과학적인 사건 분석 능력을 가진 ‘뇌지컬’ 엘리트. 하지만 그의 시그니처는 ‘나홀로 수사’였다. 눈치와 사회성은 제로에, ‘혼밥’ 등 혼자 있는 시간에 익숙한 그는 팀원들과 함께 움직이기보단 혼자서 의문을 확인하고 해결했다. 그런데 TCI에 합류한 후, 그에게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 ‘팀워크’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그의 변화를 이끈 건 에이스 반장 민소희(곽선영)였다. 차연호가 “다녀와서 말씀드리겠다”라며 나가면, 꼭 사건이 터진다는 걸 터득한 그녀는 차연호를 항상 따라나섰다. 범인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차연호에겐 경찰체포술 특훈도 펼쳤다. 여기엔 범인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킬 줄 알았으면 한다”는 민소희의 진심이 있었다. 또한, 차연호가 합동수사본부(합수본)에 연쇄강도강간범이 동일 인물일 수 있다는 폭탄을 투하했을 땐 화를 냈고, 그의 과거 트라우마가 경찰청 게시판 제보로 알려졌을 땐 서운해했다. 이를 통해 차연호는 팀원들과 상의하지 않고 나누지 않는 게 진짜 누를 끼치는 것이란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민소희의 진의를 깨우쳐갔다.
대쪽 팀장 정채만(허성태)은 차연호를 보호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됐다. 악의적 폭로글로 남강경찰서를 뒤집어 놓은 차연호를 “쉬게 하던지, 휴가 처리하라”며 난리치는 서장 구경모(백현진)에게 경찰 공무원법상 어떤 문제도 되지 않는다며,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차분히 맞선 것. 자신 때문에 TCI가 따가운 시선을 받자 풀이 죽은 차연호에겐 “일 안하냐? 그러고 있으면 범인이 알아서 기어들어오나. 본인 말이 틀렸으면 어떻게서든 만회하라”는 질책으로 그가 수사에 매진할 수 있는 동력을 마련했다. 막내 우동기(이호철)와 어현경(문희)도 평소대로 장난도 치고 파이팅도 외치며 차연호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본청 감사과의 강도 높은 조사에 차연호도 지쳐갔다. 10년 전 교통 사고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이력까지 드러나며, 악몽과 불면, 이명과 근육 경련, 그리고 운전을 못하는 등 현재도 겪고 있는 트라우마 후유증을 모두 털어놓아야 했기 때문. 과거로부터 도망치지 않으려 TCI에 합류했지만, 더 이상 팀에 폐가 될 수 없기에 TCI에서의 마지막도 각오했다.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운동화 선물이었다. 정장 구두를 신고 범인을 쫓다 놓친 그가 더 이상 다치지 않고 범인을 잡길 응원하는 민소희의 마음이었다. 평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도통 모를 정도로 무표정으로 일관했던 차연호의 얼굴엔 잠시나마 미소가 스쳤다. 시청자들도 그 뭉클함을 함께 느낀 순간이었다.
심기일전한 차연호는 피해자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민소희가 선물한 운동화를 신고, 차량털이 연쇄강도강간범 박성진(김진연)의 도주도 막았다. 민소희가 가르친 경찰체포술을 하나씩 복기하며, 칼로 위협하는 박성진의 공격을 물리쳤고, 막판 ‘조르기’ 한판으로 그를 완벽하게 쓰러뜨렸다. 사건이 해결된 뒤, “저 이번엔 안 다쳤습니다. 반장님 덕분에”라는 보고도 잊지 않았다.
TCI의 일원으로, 그리고 범인 잡는 경찰로 한 걸음씩 나아가며 마음까지 울린 차연호의 흐뭇한 성장사가 과거 미스터리 해결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남은 6회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됐다. 지난 방송 말미, 10년 전 교통사고 목격자였던 양재영(허지원)이 탄 차량이 폭파되며 충격을 안겼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그를 내려다보며 전복된 차를 향해 무자비하게 라이터를 내던진 정체불명의 인물이 등판하면서, 미스터리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차연호가 TCI와 함께 할 진실추적이 기대와 궁금증을 동시에 폭발시킨 순간이었다.
‘크래시’는 매주 월, 화 밤 10시 ENA에서 방송되며, 지니 TV, 지니 TV 모바일에서도 동시 공개된다. / monamie@osen.co.kr
[사진] EN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