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서 새롭게 출발하게 된 ‘국민 거포’ 박병호가 전 소속 구단인 KT 위즈 이강철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29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박병호는 트레이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그는 “지난달 (트레이드에 대해) 처음 이야기했다. 제가 경기에 제대로 못 뛰는 상황이었고 구단에서도 지난 2년간 뛰었던 저를 위해 신경 써주셨다. (구단에서도) 트레이드를 알아봤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만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털어 놓았다.
박병호는 이어 “구단 측과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방향으로 대화하다가 ‘이렇게 은퇴하는 건 너무 아쉽다’고 하셨다. 트레이드가 안 되면 웨이버 공시를 통해 타 구단에서 기회를 받는 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불화설이 제기됐다. 박병호는 “기사를 보니까 제가 구단 측과 마찰을 빚는 모습으로 비치는 거 같더라. 그건 오해다.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은퇴 이야기가 나왔고 제가 울컥하다 보니 그런 오해가 생겼다”고 밝혔다.
또 “이강철 감독님께서도 ‘은퇴하기엔 너무 이르다. 삼성에 가서 마지막 야구를 잘하길 바란다’고 말씀해주셨다. 저도 ‘KT에서 너무 행복했다’고 감사 인사를 드렸다”고 전했다.
“은퇴를 상상해 봤는데 깔끔하게 (은퇴)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박병호는 “올 시즌 많이 부진했는데 이대로 그만두면 깔끔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강철 감독님께서도 제가 (타자 친화형 구장을 홈으로 쓰는) 삼성에 가면 더 많은 기회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응원해준 KT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박병호는 “2년 전 제게 유일하게 손 내밀어준 팀이 KT였다. 이적 후 홈런왕을 차지했고 2년 연속 가을 야구를 경험했다. KT 팬들께서 굉장히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셔서 새 팀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KT 이적 후 ‘이곳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 짓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다”고 말했다.
장타 생산 능력이 강점인 박병호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안방으로 사용하며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에 박병호는 “저 또한 그런 부분을 기대하고 있다. 저는 장타 생산 능력이 떨어지면 가치가 하락하는 유형이다. 그런 부분에서 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병호를 데려오길 잘했다’는 평가를 듣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박병호는 “저도 정말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한다는 생각으로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제가 팀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노력해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부에서 바라본 삼성은 어떤 모습일까. 그는 “올해 들어 달라졌다는 걸 많이 느낀다. 타자 입장에서 필승조가 많이 강해졌고 김영웅이 중심 타선에서 좋은 활약을 하더라. 팀 캐미스트리가 아주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대답했다.
박진만 감독은 “어젯밤에 대구로 이동해 피로감이 있긴 한데 오늘 경기 전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큰 문제는 없다. 그래서 스타팅(6번 지명타자)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또 “최근 들어 타 구단의 좌완 선발이 늘어났고 팀 사정상 오른손 홈런 타자가 필요했는데 박병호가 와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게 됐다”고 덧붙였다.
박병호의 활용 방안에 대해 “몸 상태를 계속 체크하면서 맥키넌과 번갈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박병호는 6번 지명타자로 나선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