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와 감독이 동반 사퇴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마침내 바닥을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빠진 상황에서 이뤄낸 반등이라 더욱 놀랍다.
한화는 지난 29일 대전 롯데전을 3-0으로 승리하며 4연승을 달렸다. 최근 8경기로 확대하면 7승1패 급반등. 지난 18일까지만 해도 5위 그룹에 8.5경기 차이로 뒤져있었는데 11일 만에 5위 NC와 격차를 3.5경기로 좁혔다. 4~6위 삼성, NC, SSG가 각각 4연패, 6연패, 8연패를 당하면서 한화에 중위권 진입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29일 롯데전에서 황준서는 6이닝 2피안타 5볼넷 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2승째를 거뒀다. 데뷔전이었던 지난 3월31일 대전 KT전 첫 승 이후 59일, 11경기 만에 따낸 시즌 2승으로 그 사이 개인 5연패를 당했다. 나름 성장통을 겪었지만 크게 무너지지 않으며 로테이션 한 축을 이뤘고, 이날 첫 퀄리티 스타트에 무실점 투구까지 했다.
황준서는 “팀이 3연승을 달리고 있어서 부담 아닌 부담을 가졌는데 선배님들, 코치님들이 좋은 말씀해주신 것에 힘입어 잘 던진 것 같다”며 “(승리를 하지 못한 기간) 멘탈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이지풍 트레이닝코치님 멘탈 관리는 짱이다. 코치님과 멘탈적인 부분에서 많은 얘기를 하면서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전체 1순위로 뽑힌 특급 유망주로 즉시 전력 평가를 받긴 했지만 팀이 계속 어려운 상황에 개인 연패가 이어지며 부담이 가중됐다. 팀에 여유가 있다면 로테이션을 한 번 정도 건너뛰게 할 수 있었겠지만 김민우의 팔꿈치 수술과 시즌 아웃에 외국인 투수들마저 연이어 부상으로 이탈하다 보니 그럴 여유가 없었다.
한화는 지난 15~16일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가 연이틀 부상으로 조기 강판됐다. 페냐는 타구에 손을 뻗다 오른손목 타박상을 입었고, 산체스는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이후 페냐는 웨이버 공시되면서 하이메 바리아로 교체됐고, 산체스는 아직 회복 단계에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한화는 외국인 투수 없이 국내 투수들로 선발 로테이션이 돌고 있다. 37세 베테랑 류현진과 함께 우완 문동주, 좌완 김기중, 황준서, 조동욱 등 19~22세 젊은 피들이 5인 선발진을 이루고 있다.
황준서는 “현진 선배님 빼곤 나이가 02·03·04·05년생이다. 우리들끼리는 ‘외국인 선수들이 빠진 이럴 때일수록 조금 더 뭉쳐서 힘내보자는 얘기도 하고 있다. 우리가 형들한테 더 많이 도움이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02년생 김기중, 2003년생 문동주, 2004년생 조동욱, 2005년생 황준서까지 영건 4명의 평균 연령이 20.5세에 불과하다. 외인 투수 부상 악재는 아쉽지만 영건들에겐 피와 살이 되는 경험을 쌓을 기회다.
2군에 다녀온 뒤 2경기 연속 승리한 문동주가 11이닝 3실점으로 투구 밸런스를 회복하며 좋을 때 모습을 찾았다. 황준서는 12경기(8선발·44⅓이닝) 2승5패 평균자책점 4.06으로 신인치곤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조동욱은 지난 12일 대전 키움전에서 6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데뷔전 승리를 거뒀고, 김기중도 시즌 첫 선발로 나선 지난 22일 대전 LG전에 4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류현진과 함께 젊은 선발투수들이 버틴 한화는 타선도 5월 들어 꾸준히 상승 추세를 보이며 리그 평균 수준으로 올라왔다. 정경배 한화 감독대행은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공격 쪽에서 괜찮은 흐름이 나오고 있다. 중요한 순간 볼넷을 나가는 비율이 높아졌다. 치고 못 치고는 타격 컨디션에 따라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욕심내지 않고 좋은 볼을 참으면서 연결하는 흐름이 좋아졌다”고 봤다.
투타 밸런스가 맞아떨어지면서 반등세를 타고 있고, 이 흐름으로 완전체 전력이 되면 5강 싸움을 본격적으로 벌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메이저리그 통산 22승을 거둔 새 외국인 투수 바리아가 30일 입국 후 31일부터 선수단 합류한다. 빠르면 내달 5일 수원 KT전에 데뷔한다. 팔꿈치 회복 중인 산체스도 내달 6일 KT전 또는 7일 대전 NC전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투수들이 다음주부터 로테이션에 정상 합류하면 확실한 선발진 구축으로 강력한 전력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야수 쪽에선 유격수 하주석의 복귀가 머지않았다. 지난달 5일 고척 키움전에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뒤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29일 퓨처스리그에 실전 복귀를 했다. 서산에서 열린 고양전에서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타격감을 조율했다. 수비나 주루에서도 불편함이 없어야 1군에 올라올 수 있다. 변수가 없다면 다음주 1군 복귀가 예상되는 하주석까지 합류하면 현재 가용 전력에서 완전체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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