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에서 2년 연속 도루왕이 탄생하는 것일까. 그 유력 후보는 만년 백업 신분을 벗고 당당히 주전으로 올라선 ‘포르쉥’ 조수행(31)이다.
조수행은 지난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8차전에 9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득점 활약으로 팀의 12-6 승리이자 3연패 탈출을 견인했다.
조수행은 3-3으로 맞선 2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KT 선발 원상현 상대 우전안타를 때려냈다. 이어 헨리 라모스 타석 때 2루 도루에 성공하며 시즌 26호 도루를 기록했다. LG 트윈스의 도루 전문가 박해민(25개)을 넘어 도루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4회 무사 만루에서 유격수 인필드플라이에 그친 조수행은 9-4로 앞선 6회말 선두타자로 등장, 유격수 김상수의 포구 실책으로 1루를 밟았다. 이후 2번타자 정수빈 타석에서 다시 도루로 2루를 훔치며 박해민과의 격차를 2개로 벌렸다. 아울러 시즌 27도루 고지를 선점, 2023시즌 26도루를 넘어 개인 한 시즌 최다 도루를 경신했다.
조수행은 경기 후 “감독님께서 꾸준히 기회를 주신 덕분에 자연스럽게 도루 숫자도 늘어난 것 같다”라며 “데뷔 후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한 기준으로 보면 커리어하이가 맞지만, 지금의 숫자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출루와 도루로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라고 도루 커리어하이를 달성한 소감을 전했다.
조수행은 강릉고-건국대를 나와 2016년 두산 2차 1라운드 5순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두산 왕조의 외야진을 만나며 험난한 주전 경쟁에 휩싸였고, 그 동안 대수비, 대주자 요원으로 짧게 그라운드를 밟는 경우가 많았다. 1군 통산 717경기에 출전한 조수행이 950타석, 845타수밖에 소화하지 못한 이유다. 그런 그가 지난해 이승엽 감독 부임과 함께 마침내 주전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였고, 올해 대기만성의 기운을 뽐내고 있다.
5월에만 무려 도루 17개를 성공시키며 박해민을 위협하고 있는 조수행.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감사한 분들이 많다. 고토 코치님, 정진호 코치님이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 분석을 해주신다. 또 9번 타순에서 출루하면 (정)수빈이 형이 많이 참아주시는 것 같다. 자연히 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라고 밝혔다.
조수행의 다음 미션은 데뷔 첫 풀타임 시즌을 맞아 지금의 주루 감각과 체력을 시즌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1할9푼4리에 그쳐 있는 득점권 타율도 끌어올려야 벤치에 신뢰를 안길 수 있다.
조수행은 “지금 성적에 대한 만족은 전혀 없다. 득점권에서 큰 역할을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팀 분위기가 정말 좋기 때문에 이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포르쉥’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두산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조수행은 “팬분들이 정말 뜨겁게 응원해주신다는 게 매일 느껴진다. 과분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한 방법은 타자로서, 주자로서, 외야수로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겠다”라고 약속했다.
사령탑도 생애 첫 도루왕을 노리는 조수행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건넸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출루만 하면 언제든지 뛸 수 있는 선수다. 출루를 많이 하면 도루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며 “이렇게 꾸준히 경기 나가는 게 처음이라고 하더라. 얼마 전 체력이 조금 떨어져서 힘에 부치는 모습이 보였는데 조금 더 프로 의식을 갖고 관리를 해서 체력 저하를 막아야 한다. 스스로 관리를 잘해서 9번에서 1번으로 연결해주고, 본인 출루율을 높여서 상대 배터리를 힘들게 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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