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더 에이트쇼', 인간에 대한 고찰 담았지만...호불호 당연히 예상"(종합)[인터뷰]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4.05.30 14: 28

배우 문정희가 '더 에이트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더 에이트쇼’ 배우 문정희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더 에이트 쇼'는 웹툰 '머니 게임'과 '파이 게임'을 원작 삼아 시리즈로 각색된 작품으로,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 중 쇼를 평화롭게 진행하려 하는 피스메이커 ‘5층’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문정희는 "개인적으로 제가 했던 역할 중에 제일 어려웠다. 제가 그래도 초반부에 캐스팅이 된 편인데, 아무래도 역할 자체에 대한 현실감이 있어야 해서, 감독님이 캐릭터에 대한 공을 정말 들이시더라. 그런데 제가 보기엔, 이 역할이 그렇게 사랑스럽지 않은 거다. 그런 사람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언제나 발 뺄 준비를 하고 있지 않나. 겉으로는 착하지만. 그게 정말 평화주의자는 아닌데. 그게 개인적으로 비겁해 보였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 대본을 접할 때 마음이 되게 힘들었다. 이걸 6개월 이상 촬영하면서, 현실에 진짜 이런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할 때 고민이 너무 많았다. 제가 이런 역할을 맡은 게 정말 처음이기도 했다. 그간 세거나, 장르물이나, 생활감이 있거나였는데, 이건 장르물인데 제 역할은 현실적이어야 해서, 그렇게 보이지 않으면 어떡하지, 해서 제일 힘들고 어려웠다. 그래도 내가 5층을 사랑하지 않으면 어쩌겠냐, 하는 마음이었다"라고 털어놨다.
당시 감독의 디렉팅에 대해서 "처음에 감독님이 ‘이 역할이 어렵다. 중심을 정말 잘 잡아야 하는데, 현실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근데 또 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사람에게 동정심도 가지만, 납득도 되어야 한다. 그러니 정희 씨가 잘 해주었으면 좋겠다’ 했었다. 이후 현장에서는 제가 과하게 표현하면 덜어주시고, 많은 오지랖의 디렉션을 보여주시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5층이 가지고 있는 특색 같기도 하다. 오지랖은 많지만 정작 이 사람에게 피해가 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묘했다. 마지막까지 1층이 죽어갈 때도 가장 감정적으로 동요는 하지만, 먼저 나서지는 않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시 5층은 너무 답답해', 라는 마음이 지금은 있지만, 현장에서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시고 저도 하다 보니 어느덧 저는 5층에 너무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어있기도 했다. 현장에 있는 모든 배우가 그랬을 거다. 저는 말투도 조금 더 느려지고, 친절해졌다. 원래 목소리가 큰 편인데, 5층처럼 나긋해진 건 현장에서 동기화가 된 거다. 대부분 촬영을 대전 현장 스튜디오에 있어서, 거의 거기서 6개월을 있었다. 잠깐 쉬어도 ‘누나 되게 5층 같아’ 라는 말이 나오게끔, 태도나 행동도 변했다. 제가 그렇게 오지랖이 많은지 몰랐다. 그때는 자동으로, 밖에 나와서도 쉬는 시간에도 그랬다. 끝나고 나서 거리가 생기니까 자연스레 나오게 되었다"고 전했다.
5층 배역의 이름은 '문정희'와 비슷한 '문정'으로, 한재림 감독은 5층 배역에 문정희를 애초에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문정희는 "너무 부끄럽다. '왜 그랬어!'라고 했었다. 제가 어딜 봐서 5층 같나"라고 웃으며 "근데 감독님이 보시기에는 저와 5층이 이미지 싱크로가 되셨나 보다. 저는 되려 왜 그렇게 보셨는지 궁금했다. 이걸 내가 기쁘게 받아야 들어야 하나? 라고 생각할때가 더러 있었다"라고 웃었다. 또한 그는 "아마 제가 실제로 층수를 뽑았더라도, 생각 없이 5층 뽑았을 거 같다. 중간을 뽑지 않았을까? 다만 제 성향은 2층과 3층의 중간인 것 같다. 2층은 능동적이고 멋진 사람 아닌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로 '더 에이트쇼'에 참가하게 된다면 어땠을까. 문정희는 "저는 일주일만 있자, 라는 목표가 있을 거 같다. 너무 오래 있으면 힘들다. 8층에서 일주일이면 좋겠지만"이라고 웃으며 "콘텐츠 같은 경우에는, 저도 똑같이 왕게임을 했을 거 같다. 게임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야 하는 막막함에서 시작하지 않나. 감독님이 정말 게임을 잘 생각한 거 같다. 조카한테 물어보니까, 왕게임을 한다더라. 아무튼,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면 쉽게는 장기 자랑을 하지 않을까. 이후에도 시간을 적게 번 사람과 아닌 사람에 따라 계층을 나뉘게 될 거 같고, 그런 과정이 자연스러운 수순인 거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비하인드 에피소드도 있었다. 극 중 장기 자랑에 대해 문정희는 "원래는 정민 씨랑 듀엣이었다. 같이 노래했는데, 저작권 문제도 있고 해서 쓸 수가 없었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어떤 무대에서든 보여주고 싶다. 사실 둘 다 웃다가 끝났다. 화음인데 자꾸 저를 따라오더라. 정말 노래를 열심히 연습했는데, 아쉽게 접었다"라며 "(류준열의) 춤은, 김설진 안무가가 도와주셨지만, 제가 아프리카 댄스를 했었기에, 그걸 준열 씨가 따라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춤 특성상 끊어서 추는 부분이 많고, 굽어서 춰야 하는데, 이걸 잘하면 우스꽝스러울 것 같더라. 근데 준열이가 생각보다 너무 잘하는 거다. 정말 너무 잘해서, 네가 생각하는 가장 심오한 내면에서부터 올라오는 움직임을 표현해 봐, 했다. 감독님이 끊임없이 너무 잘 춰서 ‘준열 씨 다시!’라고 했다. 음악을 틀어놓고 했는데 너무 잘 춰버려서 꽤 많이 덜어냈다. 준열 씨는 실제로 춤을 잘 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애견인' 출연자들과의 에피소드도 있었다. 문정희는 "제가 강아지를 키우는데, 다니다 보면 그런 게 있다. 강아지가 또 워낙 커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말을 시킨다. 그러다 보면 저희 아이는 이래요, 그쪽 아이는 그래요?라고 말을 하게 되는데, 이걸('더 에이트쇼'의 5층 역할을) 하고 나니까 오지랖이 정말 심해지더라"라고 웃으며 "촬영장의 다른 배우들도 강아지를 많이 키웠었다. 2층(이주영 분), 4층(이열음 분), 8층(천우희 분), 그리고 저까지 강아지를 촬영장 가까이에 있는 유치원에 보내놓고, 열심히 촬영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애견인으로 돌아가고 그랬다. 얘네들도 가족이니까, 없으면 너무 불안하지 않나. 오래 떨어져 있었어야 해서 그랬었다"라고 전했다.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다. 문정희는 "다들 (세트장에) 더 오래 있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촬영도 너무 고통이었다. 실제로 8명이 한 프레임에 담겨야 해서, 카메라 감독님과 감독님의 디렉션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그게 정말 어려웠다. 카메라에 담기는 순간마다 서로 포커스가 달라져서 정말 어려운 합인 거다. 촬영이 어려운 일이라 리허설도 길었다. 물론 나중에는 익숙해졌지만, 시간도 오래 걸려서 정말 힘들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더불어 '5층'의 연기 고충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계속 초반에는 ‘조금만 (액팅을) 작게 할까요?’ 해주셨다. 뒤로 가면서 저도 편해졌는데, 초반에는 제 에너지랑 너무 달랐다. 하지만 그렇게 쌓아놔야 6층 님에게 가위를 들 때, 그때 누적된 5층의 에너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다. 캐릭터가 그렇기도 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많이 드러내지 않고, 그렇게 연기를 했던 거 같다"라며 "5층이 후반부에 환각, 환청을 보는 걸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그 에너지를 움켜쥐다가 그렇게 발현되는 거로 생각했다. 그 환각을 보는 장면이 아마 5층을 가장 잘 대변하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또, 이 여자는 성적 욕망이 억눌려 있는 사람이라고도 생각했다. 극 중에도 그런 모습을 곳곳에 심어 놓긴 했다. 아마 6층이 자신을 안아 주었을 때 5층은 스스로를 위로받고 싶어 했을 거다. 이후 6층에 가위를 드는 5층의 모습이 일종의 '혁명'같아 보였으면 했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향한 '호불호'의 시선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당연히 호불호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이게 편안하고 즐거운 드라마는 아니지 않나. 그래도 우리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색깔은, 불편함 속에서 웃을 수 있는 블랙 코미디다. 한국에서 블랙 코미디가 잘 되는 경우가 없었는데, 이걸 한번 꼬아서 불편하게 찌르는 구석이 있다 보니. 그런 의미로서는 충분히 호불호가 생길 거라 예상했다. 감독님도 그러셨다"라며 "호라면, 제가 좋아하는 부분을 좋아할 거다 싶었다. 배우들이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게끔 카메라를 뒤로 빼주셔서 애드리브도 자연스럽게 나와서 코미디 부분은 잘 나온 거 같다. 저도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게 보였다. 아무리 그게 잔혹한 부분이 있어도, 그 안에서 웃기는 부분이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다만 "그걸 다르게 보면, 게임이라고 칭하는 그런 부분이 불편할 수도 있을 거 같다. 하지만 그것도 의미가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 라고, 우리끼리 물었을 때 감독님이 ‘이것보다 현실이 더 하잖아요’라고 했었다. 그 지점을 한번 지나야, 불편해야지만 그 의미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해서 저희도 충분히 공감했다. 하지만 그런 의미로는 ‘불호’겠구나 생각은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뿐이 아니라 미디어를 다루는 것은 글로벌적인 문제지 않나. 도파민을 분출하면서 무언가에 달려드는 인간의 모습은 지금 뿐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이 있지만, 인간에 대한, 또 AI에 대한 걱정도 있고, ('더 에이트쇼'는) 가까운 이야기 같더라. 그래서 이 이야기가 꼬집는 ‘인간애’. 인간이지만, 정말 인간이란 무엇일까. 서로를 사랑하기보다는 미워하는 게 더 빠른데, 이런 사람들에게 칼은 미디어와 SNS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이니까,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는 우리가 지키자, 라는 메시지가 이 드라마에 들어가 있는 거 같다. 한 번쯤은 그런 걸 짚을 수 있는 작품이라서, 그런 의미로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른 분들도 봐주시면 좋을 거 같다"라고 알렸다.
작품 밖, 문정희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올해 하반기 계획을 묻는 말에 "지금은 공연이 가장 먼저다. 연극인데, 한번 준비해 보고 있다"라며 "일단 드라마든 영화든, 편성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게 상황이라, 작품이 이렇게들 많이 회자하지 않는다. 배우들도 서로 누가 뭘 들어가는지 알고 있는데, 쉽지 않더라. 전반적으로 문화 콘텐츠만의 문제는 아닌 거 같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우니까. 전 세계 불황 같은 느낌도 든다. 외국에서도 크게 잘되는 드라마에만 엄청난 자본력이 들어가지, 옛날같이 무릎을 탁. 치는 영화나 드라마가 안 나와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쓰리 빌보드' 같은 블랙 코미디 장르를 너무 좋아한다. 그런 영화 같은 것들이 많이 안 나온다. 작년에도 손에 꼽히더라. 너무 좋다, 라는 작품이 몇 개 없는 게 요즘인 거 같다. 우리나라도 불황이고, 그것들이 체감되니까 답답하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닐 거고, 현실이 그렇다면 손만 놓고 있을 수 없지 않나. 해 보는 것"이라며 "제가 고민하고 있을 때 저희 어머니가 ‘야, 나는 전쟁 세대였어. 그때 도망 다니느라고 뭘 못했어’ 했다. 제가 그 시대에 태어난 건 아니지 않나. 어렵게 학교 다닌 이야기를 들으면, 지금은 어쩌면 그런 고민 없이 훨씬 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더 에이트쇼'에서 5층이 5층을 뽑은 것처럼, 저나 엄마도 복불복처럼 시기를 타서 태어나지 않았나.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면, 지금을 돌파할 좋은 기회를 스스로 모색하는 것의 시간을 들이는 게 훨좋을 거로 생각한다. 그러니 그렇게 노력할 거 같다"라며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니까, 시간이 별로 없는 거 같은 조바심이 생길 때가 있다. 제가 더 알차게 시간을 쓰자, 라는 마음으로 다짐하고 산다. 특히 오늘은 정말 기다렸다. 이런 자리가 반가웠다. 이런 기회도 없고, 저도 영화도 자주 안 하다 보니, 이렇게 만난 게 언제였지 싶었다. '더 에이트 쇼'에 대해서 가졌던 개인적인 궁금함은,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셨을가? 하는 거였다. 앞으로 좋은 작품뿐만 아니라, 좋은 계기로도 뵙고 싶다"라며 열정을 드러냈다.
한편 ‘The 8 Show’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지금 바로 전편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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