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캐스팅진으로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는 '원더랜드'가 베일을 벗는다.
31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원더랜드’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김태용 감독, 탕웨이, 수지, 박보검, 최우식이 참여했다.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만추’, ‘가족의 탄생’ 등 수많은 이들의 인생작을 배출한 ‘감성 장인’ 김태용 감독이 다시 한번 섬세한 감성과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였다.
이날 김태용 감독은 “원더랜드의 서비스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그리운 사람을 볼 수 있는 서비스인데, 결국 이미 떠나보낸 남겨진 사람들, 떠날 사람들이 서비스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생각했다. 바이리는 떠날 사람이 이어서 살면 어떨까, 인공지능이라는 시뮬레이션이 우리와 정서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 을 많이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그 서비스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어찌 보면 인공지능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 영화인데, 결국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이별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리움을 인공지능이나 기계와 어떻게 나눌 것 인가는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헤어지느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 바이리와 성준(공유 분)의 장면은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다. 그 장면에 고민이 많았다. AI가 살고 있는 세계 안에는 AI들을 모니터링하는 또 다른 AI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주변을 떠돌고 있는 사람이 있고, 바이리가 본인의 정체성을 알아가며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이 현실에 사는 우리도 현실을 인식하는 과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세계가 가지고 있는 유한함이 있는데, 어쩌면 영원하다고 생각하면 영원할 수도 있다고 봤다. 결국 AI가 인간의 뇌로 시작해서 인간의 감정까지 이어가는 배움의 과정이 우리가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는 것과 닮아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부연했다.
더불어 김태용 감독은 "제가 탕웨이 씨도 그렇고, 연기에 대해 너무 힘든 걸 요구했는데, 여기 배우들이 그 힘든 걸 잘 해주신 분들이다. AI라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라며 "원래 옛날에 어머니께 로봇 청소기를 보면서 그렇게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너 거기 들어가면 못 나와’ 하면서 대화하더라. 그게 저에게는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기계와 정서적인 이야기를 하는 거 보고, 우리가 기계와 소통하는 이야기라면, 기계를 맡은 배우들은 기계처럼 할 것인가, 보는 사람의 심상처럼 더 사람처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게 영화에 잘 담겼을지는 모르겠지만, 배우들과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기는 했다"라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다.
탕웨이는 어린 딸을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직접 의뢰한 엄마 ‘바이리’ 역을 맡았다. 탕웨이는 "오늘이 원더랜드 완성된 영화를 처음 관객분들께 보여주는 자리라 굉장히 의미가 있다. 어쨌든 저는 굉장히 행운이 많은 사람인 거 같다. 한국 영화계에 들어와서 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며 개봉 소감을 전했다. 특히 그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렇게 예쁘고 잘생긴 분들과 작업했던 것 자체가 너무 기쁘다. 이 순간도 너무 행복하다. 제가 공유 씨와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제가 연기한 배우가 아니라 관객이라면 과연 두 사람 어떻게 될까? 라는 의문이 많이 들 거 같다. 그래서 감독님한테도 물어봤다. 두 사람은 결말 이후에 어떻게 될까요? 하고. 어쨌든 저는 정말 한국의 한국 관객과 영화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 절 응원해 주고 지지해 주시지 않나. 더 열심히 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연기 비하인드도 전했다. 극 중 영상통화 화면으로 다수 등장한 탕웨이는 "조금씩 촬영했을 때의 기억으로 돌아가 보니, 제가 촬영장에 있을 때 항상 큰 탁자와 모니터, 오른쪽에는 보고 이야기해야 하는 휴대전화가 설치되어 있었다. 사실 영화에서 연기할 때 80퍼센트는 그 자리에서 했던 게 가장 많다. 핸드폰을 통해 연기를 할 때 어쨌든 극 중의 어머니, 딸에게 내 사랑이 얼마나 충분한지 보여줘야 해서, 그 감정을 표현하려 노력했다"라며 "또 하나, 극 안에서 AI 바이리 역을 하는데, AI 바이리는 긍정적이고, 슬픈 생각도 안 하고, 울지도 않는 캐릭터다. 거기에도 최대한. 몰입하려 했는데, 저의 어머니 역할을 했던 배우가 정말 대단한 홍콩 배우시다. 그분을 이 영화에서 두 번째로 만났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남편 김태용이 본 탕웨이와 캐릭터의 싱크로율도 들을 수 있었다. 김태용 감독은 "(탕웨이는) 고고학자처럼, 굉장히 자기 일에 대해 저돌적이고 용감하다. 딸로서의 정체성 엄마로서의 정체성의 두 가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탕웨이라는 이 배우가 조금 더 극과 극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서, 그걸 영화 속에 담고자 했다"라며 "워낙 준비를 많이 하는 배우고, 몰두하는 배우라, 집에서도 몰두해 있고, 집에 있다가, 촬영장에 있다가, 일상이 분리되지 않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며 호흡을 자랑하기도 했다.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수지와 박보검은 의식불명인 남자친구를 ‘원더랜드’ 서비스로 복원시킨 ‘정인’과 의식을 되찾고 혼란을 겪는 ‘태주’로 분했다. 먼저 박보검은 “수지 씨랑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굉장히 즐거웠다. 정인과. 태주의 입장에서 글을 읽었을 때, 두 사람은 어떤 서사가 있었을까, 어떻게 마음을 표현해 왔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그때 저는 사진을 서로 많이 찍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극 중에서 보이지 않은 이야기, 두 사람의 아름다운 청춘, 소중한 추억을 사진으로 많이 남기려 했다. 그 외에는 만날때마다 리딩을 하고, 두 사람의 서사를 메워 나가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수지는 "저도 보검 오빠와 연인 연기를 하면서 너무 좋은 추억이 많다. 저희가 두 사람이 친구 같고 오래된 연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사진 촬영도 많이 하고, 영상도 많이 남겨야 했다. 그런 시간이 조금씩 쌓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호흡이 잘 만들어졌다"라고 화답했다.
그러자 박보검은 "원더랜드 신청서가 있는데, 수지 씨가 직접 쓴 걸 SNS 올리셨는데, 그걸 이야기하고 싶었다"라며 최근 수지가 SNS에 게재한 글을 언급했다. 이에 수지는 "정인이를 연기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이 역할에 더 몰입할 수 있을까, 해서 대본을 토대로 두 사람에 어떤 일이 더 있을까 상상하면서 조금씩 써 내려갔다. 썼던 바를 감독님께 보여드리고, 이런 관계였을 것 같다, 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인이 캐릭터를 위해서 저 스스로 해봤던 작업"이라고 부연했다.
‘원더랜드’ 서비스를 설계하는 수석 플래너 ‘해리’ 역의 정유미는 "어머니 아버지를 직접 AI로 구현해서 꽤 오랜 시간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해 온 캐릭터다. 그래서 더 익숙하게, AI를 대할 때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구분하지 않고 평소 엄마·아빠에게 했던 것처럼 편안히 하려 했다. 실제로 장면을 촬영할 때는 모니터가 아니라 선배님들께서 직접 현장에 와주셔서 대사를 해주셨다. 그래서 조금 더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온 거 같다. 저는 그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정유미와 ‘찐친’ 케미를 선보이는 최우식은 신입 플래너 ‘현수’로 분했다. 정유미와의 호흡에 대해 최우식은 "누나랑 저랑 너무 친한 사이인데, 카메라 앞에서 장난치고 놀다가 갑자기 카메라 앞에서 저희가 연기를 해야 하니까, 처음에는 유미 우식 말고 해리 현수로 되어야 해서. 저는 조금 쑥스러웠다. 좀 많이. 쑥스럽고, 누나 앞에서는 제가 진지하게 할 때가 별로 없었는데, 그게 되게 새롭고 쑥스럽지만 다행이지만 워낙 둘이 친하고 소통도 잘 되다 보니 잘 작업을 해가면서 도움이 필요했던 부분들을 누구보다 더 쉽게 이야기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친구랑 같이 작업하는 게 이런 시너지가 있구나 싶었다"라고 전했다.
이를 들은 정유미는 "8년 전인가, 영화 '부산행'에서 사실 한 공간에 있는 장면은 있었지만, 호흡을 함께 맞출 장면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가 거의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연기를 한 작품"이라며 "이번에 우식 씨도 함께한다고 해서 기대가 많이 됐다. 촬영을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도 많았지만, 저희끼리 힘들고 지친 일도 있었다. 세트장 안에서 똑같은 걸 반복하면서 찍는 게 아무리 힘 빠질 때가 많긴 했다. 우식이가 그걸 이해해 주고 공감할 수 있어 줘서, 얼마나 제가 복 받은 배우인지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또 엄청나게 긴 촬영을 한 건 아니지만, 많은 분이 아실 거다. 재치, 순발력 같은 게 제게 큰 배움이 되었다. 언젠가 계속 연기를 한다면, 좋은 작품에서 또 연기하고 싶다"라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출연진이 생각하는 '원더랜드' 서비스에 대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실제 원더랜드 서비스가 있다면 신청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김태용 감독은 "저는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몇 명 있다. 저도 만약에 세상을 떠날 때 어느 곳에 가 있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남겨져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 방식으로 계속 살아가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라고 답했다. 정유미는 "저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는 보고 싶은 사람, 그리운 사람을, 서비스를 통해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영화지만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었다. 촬영을 하면서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는 좀 더 많은 고민이 생겼다. 사실은 제가 의뢰해서 만든 그리운 사람인 거지, 그 사람이 실제로 저에게 말 거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서 신청에 대해서는 보류해 보려고 한다"라고 웃었다.
최우식은 "저는 안 할 거 같다. 저도 처음에는 동물도 되고, 사람도 되고, 다시 볼 수 있는 게 좋을 것 같았는데, 제가 신청을 해서 원더랜드로 가는 건 괜찮은데, 제가 남아서 보지는 못할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고, 탕웨이는 "처음부터 여러 생각을 단계별로 했다. 내가 원더랜드에 올 수 있다면, 세상을 떠난 친구라던가, 너무 보고 싶은 외할머니를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진정으로 리얼한 사람을 안고 체온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만약에 내가 원더랜드에 들어가서 누구를 만날 수 있으면 모를까"라고 전했다.
박보검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나도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가장 컸었다. 근데 지금은, 해리만큼 건강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겠다면 좋겠지만, 여기에 푹 빠져서 핸드폰을 놓지 못할 거 같아서, 하고 싶지만, 안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고, 수지는 "저는 원더랜드 서비스 신청을 할 거 같다. 힘들겠지만, 정인이 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오히려 저는 제가 원더랜드 속 사람이 된다면, 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내가 어떤 모습인지를 모르겠더라. 어쨌든 저는 신청할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끝으로 관람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박보검은 "원더랜드를 통해서 빠르게 발전하는 이 시대에서 AI 기술에 휘둘릴지, 혹은 그 기술에 적응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갈지 고민하게 되는 영화라 생각한다. 많은 분께 의미 있고, 위로가 되어주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고, 정유미는 "마침내 드디어, 원더랜드가 개봉한다. 이 영화가 어떤 분들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공허함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거 같다. 그 외의 다양한 감정들을 한 번쯤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 감히 생각한다. 많은 분이 와주시면 감사하겠다. 이 배우분들과 한 장면에 호흡을 맞출 기회가 너무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김태용 감독은 "('원더랜드'는) 제가 운도 좋고, 욕심도 많았던 프로젝트였다. 이 배우분들이 서로 부딪히는 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장면이 계속 있었다. 이분들의 마음과 에너지가 영화 안에 잘 담겨있길 바란다. 저에겐 어쩌면 매우 어려운 숙제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기계에 관해 이야기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리움, 허망함을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우리가 계속 어떻게 인공지능이라는 기계까지 포함된 이 세상에서 감정들을 서로 나눌까, 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이분들을 한 화면에서 보이는 것만으로도 전 재미있었는데, 이 마음이 전달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원더랜드'는 6월 5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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