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말린스에서 양도 지명(DFA·Designated for assignment)으로 방출 대기 신세에 몰린 고우석(26)의 상황이 안타깝다. 지난해 KBO리그 KIA 타이거즈에서 외국인 투수로 뛰었으나 시즌 도중 방출된 숀 앤더슨(30)에게 밀렸다.
마이애미는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DFA 처리된 앤더슨을 현금 트레이드로 데려온 뒤 트리플A 잭슨빌 점보 쉬림프에 배정했다. 앤더슨을 40인 로스터에 포함한 마이애미는 고우석을 DFA 조처하며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했다.
우완 앤더슨은 지난해 KIA에서 14경기(79이닝) 4승7패 평균자책점 3.76을 기록했지만 7월초 방출됐다. 크게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포심 패스트볼-슬라이더 투피치로 패턴이 단조로웠고, 더 좋은 투수를 찾은 KIA가 방출을 결정했다. 하지만 올해 텍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 후 지난달 16일 빅리그에 콜업된 앤더슨은 2경기(3⅓이닝)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지난 27일 텍사스에서 DFA 된 앤더슨은 4일 만에 마이애미의 클레임으로 팀을 옮겼다. 40인 로스터에 앤더슨 자리가 필요했고, 마이애미는 그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고우석을 제외했다. 앤더슨은 일단 트리플A에 배정했지만 마이애미 불펜 문제가 생기면 콜업 1순위가 될 듯하다. 우선 순위에서 고우석이 1년 전 한국에서 방출된 외국인 투수에게 밀린 것이다.
지난달 5일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즈의 반대급부로 야수 유망주 3명과 함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마이애미로 트레이드된 고우석은 트리플A로 올라온 뒤 7경기 1승1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표면적인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9이닝 동안 삼진을 3개 잡는 데 그쳤고, 구위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가장 최근 경기에서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4마일(151.3km)이었지만 당초 미국 스카우팅 리포트에 알려진 96마일(154.5km) 수준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지 ‘마이애미 헤럴드’에서 말린스를 담당하는 크레이그 미쉬 기자는 고우석의 DFA가 발표된 31일 자신의 SNS 질의응답을 통해 ‘고우석이 원하면 잔류를 택할 수 있고, 마이애미가 그를 지킬 수 있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진 못했다. 미래가 막막하다’고 전하며 고우석을 혹평했다.
미쉬 기자는 ‘샌디에이고가 마이애미와의 트레이드에서 그를 숨긴 것은 현명했다. 그에 대한 FA 평가가 얼마나 안 좋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했다’면서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에게 450만 달러를 줬지만 그가 빅리거들을 상대하는 것을 본 뒤 바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이애미는 더 나은 3번째 카드 영입을 위해 고우석을 데려갔다. 솔직히 샌디에이고가 왜 그를 영입했는지가 의문이다’며 샌디에이고가 애초에 고우석을 영입한 게 이해되지 않지만 빠르게 정리한 것은 현명했다고 평가했다.
이제 고우석에겐 크게 3가지 길이 열려있다. 웨이버 기간 그를 원하는 팀이 클레임을 한다면 팀을 옮길 수 있다. 원하는 팀이 없으면 마이너리그로 소속이 완전히 이관돼 신분이 바뀌거나 완전한 방출로 FA가 될 수 있다. 마이너리그에 남는다면 지난 1월 샌디에이고와 맺은 2년 보장 450만 달러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FA 자격을 얻는다면 기존 계약이 해지되기 때문에 고우석으로선 쉬운 선택이 아니다. 반대로 웨이버 기간 고우석의 잔여 연봉을 감수하면서 데려갈 팀도 없어 보인다.
‘친정팀’ LG 트윈스 복귀는 지금 당장 이뤄질 수 없다. 지난겨울 LG 구단의 허락을 받아 포스팅으로 미국에 진출한 고우석은 현재 임의해지 신분이다. KBO 규정에 의하면 임의해지 선수는 1년이 경과한 날부터 복귀 신청이 가능하다. 지난 2월14일 임의해지 선수가 된 고우석은 국내 복귀를 결심해도 내년부터 뛸 수 있다.
현실적으로 올해는 마이너리거로 신분이 완전히 바뀌어 트리플A에서 시즌을 보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40인 로스터에 있을 때도 콜업이 되지 않았는데 40인 로스터 밖에서 부름을 받기는 더더욱 어려워 보인다. 메이저리그 데뷔의 꿈도 점점 멀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