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이 너무 좋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새 식구가 된 ‘국민 거포’ 박병호(내야수)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매력에 푹 빠졌다.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장타 본능을 마음껏 뽐낼 수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적 후 첫 경기였던 지난달 29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1-8로 뒤진 4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키움 선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상대로 120m 짜리 대형 솔로 아치를 터뜨렸다.
31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결승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박병호는 5-5로 맞선 6회 2사 2,3루서 한화 좌완 김범수를 상대로 135m 짜리 대형 3점 아치를 때려냈다. 풀카운트 상황에서 6구째 직구(146km)를 힘껏 잡아당겨 좌측 담장 밖으로 날려 버렸다. 삼성은 한화를 8-6으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박진만 감독은 “설명이 필요 없는 오늘의 히어로는 박병호다. 이적 후 빠르게 적응하며 팀 타선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다운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으면 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병호는 “사실 제가 나이가 있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말씀 안 하셔도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성적을 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면서 “그래도 제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한 번씩 지나갈 때마다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신다. 팀에 적응하고 자신감을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 박병호는 “사실 (상대 투수가) 어렵게 승부할 줄 알았다. 볼카운트 3B-1S에서 스트라이크가 들어오면서 승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감하게 휘둘렀는데 잘 맞아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비거리가 어마어마하다’는 취재진의 말에 “야구장이 너무 좋다”고 씩 웃었다. 결승 3점 아치를 그린 박병호는 이적 후 처음으로 단상 인터뷰에 나서 삼성 팬들과 만났다. “아무래도 (단상 인터뷰가) 처음이다 보니 조금은 어색했던 게 사실이다. 팬들께서 너무나 반겨주셔서 굉장히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박병호의 말이다.
인터뷰 중 관중석에서 “박병호 화이팅”이라는 응원이 쏟아졌다. 그러자 박병호는 취재진에 정중히 양해를 구한 뒤 관중석을 향해 모자를 벗어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병호의 홈런이 터지자 동료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동료들의 열렬한 축하를 받은 그는 “제가 이곳에 오면서 여기에 있던 선수(오재일)가 떠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도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을 거다. 그만큼 제가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병호는 또 “동료들은 제가 팀 분위기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듣던 대로 다들 너무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진만 감독은 “박병호가 합류하면서 전력 향상도 있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길 기대한다”면서 “박병호가 젊은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노하우를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병호 또한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박병호는 “어린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다들 너무 착하고 재능과 열정이 대단하다. 팀 분위기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에 합류한 지 사흘 만에 라팍 효과를 제대로 본 박병호는 “9개 구단 모든 선수가 이곳이 타자 친화형 구장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이제 홈그라운드로 사용하게 된 만큼 홈경기 때 더 많은 장타를 때려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끝판대장’ 오승환은 2점 차 앞선 8회 2사 만루 위기를 잠재우는 등 1⅓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추가했다. 박병호는 “대한민국 야구 레전드이자 라이온즈의 레전드인 (오)승환이 형과 경기 후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을 상상해봤는데 실제로 해보니 너무 좋다. 승환이 형에게도 이야기했다”고 선한 미소를 지었다.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큰 감동을 받은 박병호는 “트레이드가 처음이 아닌데도 심리적으로 마냥 편하지는 않다. 많이 어색하기도 했는데 이적 후 팬들께서 계속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계속 이렇게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올 시즌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