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가수들, 대중은 안중에 없나..팬덤 업고 ‘당당’ [Oh!쎈 초점]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4.06.06 13: 51

대중의 따가운 눈초리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뜻일까. 여러차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스타들의 뻔뻔한 활동 강행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김호중이 특정범죄가중벌법(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송치됐다. 김호중은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신사동에서 진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마주오던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후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사고 직후 김호중의 회사 관계자가 경찰서를 방문해 자신이 김호중의 차량을 운전했다며 자수했고, 17시간이 지난 뒤 모습을 드러낸 김호중은 경찰의 추궁에 자신이 운전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호중에 대한 음주운전 및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됐지만, 소속사는 음주운전이 아닌 공황으로 인한 잘못된 판단이며 "현장에 먼저 도착한 다른 한 명의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메모리 카드를 먼저 제거했고, 자수한 것으로 알려진 매니저에게 김호중의 옷을 꼭 뺏어서 바꿔입고 대신 일 처리를 해달라고 소속사 대표인 제가 부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10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됐다.가수 김호중이 입장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01 / rumi@osen.co.kr
김호중은 4월부터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공연을 이어오고 있었다. 사고 직후인 5월 11일과 12일에도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고양 공연을 통해 팬들과 만났던 상황. 이에 더해 소속사 측은 18일과 19일 예정된 창원 공연 일정과 23일, 24일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이하 '슈퍼 클래식')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혀 비판을 자아냈다. 음주 뺑소니에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있는 상황에서 자숙은 커녕 활동강행을 택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의 연출을 맡은 SBS 미디어넷과 '슈퍼 클래식' 주최 KBS 측은 일찌감치 공연에서 손을 떼며 '손절'에 나섰지만, 그럼에도 김호중은 18일과 19일 이틀간의 창원 공연을 예정대로 끝마쳤다. 그러더니 콘서트 일정이 마무리되자마자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하는 황당한 행보를 펼쳤다. 팬카페에는 "저는 아직 조사 중이다. 조사가 끝나고 모든 결과가 나오면 이곳 집으로 돌아오겠다"며 복귀를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슈퍼 클래식' 공연도 강행했다. 음주운전 인정으로 취소표가 쏟아졌지만 의지는 굳건했다. 결국 김호중은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23일 공연에 꿋꿋하게 참석한 데 이어 공연을 이유로 24일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기각당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김호중 등에 대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고, 김호중은 24일 서울 강남경찰서 유치장에 구속됐다가 31일 서울 구치소로 이감됐다.
김호중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질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데뷔 이후 전 매니저와의 금전 문제와 더불어 병역 비리 의혹, 전 여자친구 폭행설, 불법 도박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 중에서도 불법도박 의혹에 대해서는 본인이 직접 인정하고 사과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김호중은 자숙 대신 앨범을 내고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당당히 대중 앞에 섰다.
그의 '뒷배'는 든든한 팬덤이었다. 어떤 사고를 치든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지지해줄 팬덤이 있으니 자숙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MBN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가수 황영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해 방송된 '불타는 트롯맨'에서 우승후보에까지 올랐지만 각종 사생활 논란이 불거져 하차했다.
당시 황영웅이 폭행으로 인한 상해 전과가 있으며 학교 폭력 가해자라는 폭로가 등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른바 '이레즈미'라 불리는 문신까지 한 사진도 함께 확산됐다. 이에 황영웅은 "어른이 되어가면서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며 후회하고 반성해왔다. 사과의 말씀을 이제야 드리게 되어 후회스럽고 마음이 무겁다"며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비록 과거의 잘못이 무거우나 새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활동 강행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어지는 추가폭로와 부정 여론 확산에 끝내 결승을 코앞에 두고 하차를 선언했다. 그는 "어린 시절의 일이라고 변명하지 않겠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오해는 풀고, 진심으로 사과하겠다"면서도 "사실이 아닌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저를 믿어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바로잡고 싶다"고 억울한 부분이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황영웅의 하차 발표에 팬덤은 방송국 앞에서 시위까지 벌이며 크게 반발했다.
황영웅 소속사는 "황영웅씨는 과거에 자신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분들에 대해서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라며 "현재 어떠한 활동도 할 계획이 없음을 말씀드린다, 본인을 되돌아보고 여러 가지 상황을 추스르며 자숙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 밝혔다. 그러더니 약 2달만에 팬카페에 노래 연습 영상을 올리고는, 유튜브로 넘어가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자숙은 찾아볼수 없는 행보였다.
조금씩 복귀 간보기를 하던 황영웅은 지난해 10월 첫 번째 미니앨범 '가을, 그리움'을 발매하고 복귀했다. 팬들은 컴백 발표와 함께 팬카페에서 앨범 공동구매 모금을 진행했고, 약 38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모았다. 이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투어 콘서트 '겨울, 우리함께'를 개최했고, 4월부터는 '봄날의 고백' 콘서트를 통해 전국의 팬들과 만났다. '셀프 자숙'을 끝낸 황영웅은 "경연할 때 여러분께 받은 사랑이 너무 그리웠다. 여러분께 빨리 인사드려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더 그리운 마음이 증폭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라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이에 팬들은 뜨거운 호응으로 화답했다.
가수에게 있어 팬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노래를 듣고 앨범을 구매해주는 주 소비층은 팬덤일 수 밖에 없기 때문. 하지만 팬덤은 영원하지 않다. 유입 없이 고여있기만 한 팬덤은 머지않아 썩어문드러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많은 스타들이 대중성을 사로잡기위해 분투하는 반면, 이들은 여론따위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한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중이 거부하는 가수와 노래를 어떻게 '대중가수', '대중가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들이 진정 대중가수로서 더 오래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다면, 눈 앞의 '추종자'들로부터 시선을 옮겨 더 넓은 시야를 가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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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크레아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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