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차기 사령탑으로 낙점한 김경문(66) 전 야구대표팀 감독과 3년 계약에 합의했다. 빠르면 2일 공식 발표가 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년 연속 시즌 도중 감독이 물러나고 신임 감독이 선임되는 흔치 않은 사례다.
한화는 지난달 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최원호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의 복귀와 안치홍의 영입으로 기대치가 크게 높아졌지만 개막 10경기에서 반짝한 뒤 추락을 거듭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시즌 첫 10위까지 떨어졌다.
4월 중순부터 성적이 떨어지자 윗선에서부터 압박이 가해졌다. 내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은 최원호 전 감독이었지만 이런 압박 속에 조급증이 더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즌이 개막한 지 한 달 만에 ‘감독 교체’ 시그널이 나왔고, 구단에서 이를 막기 위해 애썼지만 윗선의 결정을 바꿀 순 없었다. 결국 대표이사와 감독의 동반 퇴진으로 결론났다.
지난해 5월11일 퓨처스에서 1군 감독으로 승격된 최원호 전 감독은 불과 382일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시즌 도중 들어와서 시즌 도중 나갔으니 온전히 한 시즌을 치러보지도 못했다. 앞서 2017년 5월 김성근 전 감독, 2020년 6월 한용덕 전 감독, 2023년 5월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에 이어 최근 4명의 감독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진하는 비극을 반복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프런트의 총 책임자 박찬혁 전 대표까지 물러나면서 한화는 또 한 번 격변을 맞이하고 있다. 박종태 신임 대표이사가 취임하고, 새 감독으로 그룹에서 추천한 3명의 후보 중에서도 유력 후보였던 김경문 감독과 3년 계약에 합의하며 빠르게 수습하고 있지만 윗선의 인식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도 이런 혼란이 또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야구계 관계자는 “한화는 이게 안 바뀌면 안 된다. 사람을 너무 자주 바꾼다. 감독도 그렇고 사장이나 단장이 오랫동안 구단을 이끌어야 한다. 당장 성적 안 난다고 압박하면 계속 원래대로 또 돌아가는 것이다”며 “야구를 좋아하더라도 이쪽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사장으로 오면 전문성을 갖추는 데 2~3년이 걸린다. 중요한 자리를 맡길 거면 신중하게 결정한 뒤 최소한 5년은 믿고 쭉 가야 한다. 한화는 그런 면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화는 박찬혁 대표가 와서 많은 것을 바꿨다. 일을 정말 잘했는데 아까운 사람이다. 박 대표가 오래 맡았으면 한화가 정말 좋은 팀이 됐을 것이다”며 “그래서 오너의 판단이 정말 중요한 것이다. 야구 잘하는 팀들을 보면 사장, 단장, 감독을 쉽게 안 바꾼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화는 2008년 이후 암흑기로 접어든 뒤 감독뿐만 아니라 대표이사와 단장, 구단 수뇌부가 끊임없이 바뀌었다. 올해까지 17년간 사장은 7명, 단장은 6명, 감독은 7명이 거쳐갔다. 평균 재임 기간이 3년도 안 된다. 이 기간 감독은 3년을 꽉 채운 사람이 전무하고, 사장은 정승진(2011년 5월~2014년 11월), 박찬혁(2020년 11월~2024년 5월) 대표의 3년6개월이 최장 기간이었다. 단장은 노재덕(2011년 5월~2015년 5월) 단장이 4년을 맡았던 게 가장 오래됐다.
대부분 연임을 하지 못하고 떠났다. 매번 이렇게 수뇌부가 바뀌니 구단 방향성도 갈피를 잡기 못한 채 ‘갈짓자’였고, 연속성이 유지될 리 없었다. 감독, 코치가 바뀔 때마다 선수단도 크고 작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결과를 내지 못하면 판을 갈아엎기에만 바빴고, 윗선의 개입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차기 감독 선임도 그룹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그 결과 ‘카리스마가 있고, 야구계 명망이 높은 리더’라는 기준 아래 김경문 감독이 낙점을 받았다. 3년 계약으로 빠르면 2일 공식 발표가 있을 듯하다.
또 한 번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한화가 앞으로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경험이 많은 김경문 감독은 외풍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뚝심이 있다. 이제는 그룹의 믿음과 구단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시간만 허비하고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실패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