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이 엄포를 놓았다. 우완 불펜 최준용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경고이자 부활을 바라는 속내도 숨겨져 있다.
롯데는 지난달 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13-5로 대승을 거뒀다. 주중 한화와의 원정 3연전 스윕패를 당하며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특히 지난달 28일 경기 3회 3득점을 올린 뒤 이후 24이닝 연속 무득점을 기록했지만 이날 1회부터 6득점을 올리면서 기세를 올렸고 대승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좀 더 완벽할 수 있었던 경기, 중간에 매듭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았다. 선발 김진욱이 5이닝 91구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한현희가 2이닝 무실점으로 잘 틀어막았다.
13-1로 크게 앞서고 있던 상황. 이미 큰 점수 차에서 경험을 쌓아야 할 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상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송재영이 8회 1군 복귀전을 치렀다. 하지만 선두타자 김주원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줬고 박민우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권희동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 맞으면서 13-3이 됐다.여전히 10점차. 김태형 감독은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또 편한 상황에서 감각을 찾아야 하는 최준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최준용은 무사 2루에서 첫 타자 한석현을 삼진 처리하고 도태훈을 2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2사 후 김휘집 서호철을 상대로 제구가 갑자기 흔들렸다. 기휘빚과 서호철을 모두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주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김성욱에게 2타점 적시타를 얻어 맞았다. 13-5로 격차가 줄었고 2사 1,2루 위기가 계속됐다. 이때 최준용의 직구 구속은 137km까지 떨어졌다.
최준용은 지난달 15일, 1군 엔트리에서 한 차례 말소된 바 있다. 당시 김태형 감독은 “열흘 간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당시 팀이 치른 40경기에서 절반이 넘는 23경기에 등판했다. 구위가 떨어졌고 타자와의 승부에서도 자신감이 떨어졌다. 열흘을 쉬고 24일 1군에 복귀했다.
그러나 복귀 첫 등판인 25일 삼성전 ⅔이닝 3실점으로 흔들렸다. 5-3으로 앞선 6회 등판했지만 타자와 승부를 제대로 짓지 못하고 무너졌다. 선두타자 류지혁에게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사구, 이재현을 상대로도 2스트라이크를 선점한 뒤 풀카운트까지 승부를 이어간 뒤 중전 안타를 맞았다. 오재일을 희생플라이로 처리했지만 역시 2스트라이크 상황을 선점했기에 다소 아쉬운 결과였다. 결국 강민호 상대로 동점 3루타, 이후 구자욱에게 1루수 내야안타를 맞고 강판됐다. 김태형 감독은 “편한 상황에 투입하면서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 선두 타자를 출루시키는 비중이 너무 많다. 공에 힘이 있는 선수기 때문에 4구 안에 승부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라고 밝혔다. 접전 상황에서 최준용의 투입을 보류하겠다는 의미였다. 필승조 자리에서 내려온 셈이다. 이튿날인 26일 삼성전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9-1로 앞선 9회였다.
최준용의 5월 성적은 11경기(6이닝) 평균자책점 12.00이었다.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강판된 경기도 2경기나 됐다. 단순히 구위 저하로만 판단할 수 없는 문제였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달 31일 최준용의 투구를 두고 “한 번 더 그런 모습이 나오면 1군에서 쓸 수 없다. 본인 구속이 나와야 한다”라고 경고하면서도 “어제 경기는 본인 밸런스가 안 맞았는지 공을 살짝 놓더라”라고 설명했다. 점수 차와 관계없이 자신의 투구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용은 김태형 감독이 생각한 필승조 투수 중 한 명이었다. 140km 후반대에 회전수 높은 강력한 돌직구가 매력적인 투수였다. 김태형 감독도 그 모습을 최준용에게 기대하며 필승조로 믿음을 줬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필승조라는 인식이 옅어지고 있다. 이제는 10점 차에서도 한 이닝을 믿고 맡길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최준용은 과연 신뢰를 되찾고 필승조로 부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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