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해낸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필요가 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2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맞대결을 펼쳐 0-2로 패배했다.
이로써 11년 만에 다시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했던 도르트문트는 다시 한 번 패배의 쓴 맛을 보며 고개를 떨궜다. 레알 마드리드는 15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도르트문트는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최전방에 니클라스 퓔크루크가 홀로 득점을 노렸고 공격 2선에 카림 아데예미-율리안 브란트-제이든 산초가 섰다. 마르셀 자비처-엠레 잔이 포백을 보호했고 이안 마트센-니코 슐로터벡-마츠 훔멜스-율리안 뤼에르손이 포백을 꾸렸다. 골문은 그레고어 코벨이 지켰다.
도르트문트가 먼저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14분 슐로터벡이 한 번에 넘겨준 패스를 퓔크루크가 박스 안에서 잡아놨고 이를 뒤에서 쇄도하는 브란트에게 패스했다. 브란트는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도르트문트가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전반 21분 훔멜스가 완벽한 패스로 침투하는 아데예미를 찾았고 아데예미는 순식간에 일대일 찬스를 맞았다. 골키퍼 쿠르투아가 빠르게 튀어나와 압박했다. 아데예미는 쿠르투아를 제친 뒤 슈팅을 시도했으나 카르바할이 몸을 날려 막아냈다.
도르트문트가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23분 마트센이 찔러준 패스를 받은 퓔크루크가 박스 안에서 재빠른 슈팅을 날렸다. 공은 쿠르투아를 지나쳤지만, 공은 골대를 때린 뒤 밖으로 나갔다.
도르트문트가 다시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41분 박스 앞 중앙 열린 공간에서 공을 잡은 자비처가 그대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공은 골문 하단 구석으로 향했으나 쿠르투아가 쳐냈다.
전반전 추가시간 4분이 주어졌다. 전반전은 0-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전 노련한 레알은 조금씩, 야금야금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도르트문트의 공세에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 발 물러나면서 기회를 엿봤다.
전반전 좋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득점을 만들지 못한 도르트문트는 레알의 결정적인 두 번의 슈팅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그대로 무너졌다.
특히 두 번째 실점 상황에서는 마트센이 결정적인 패스 실수를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경기 막판에서야 퓔크루크가 골망을 흔들었지만, 그마저도 오프사이드로 판정됐다.
다니 카르바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연달아 실점한 도르트문트는 만회골을 만들지 못하고 0-2로 패배했다. 1996-1997시즌 이후 27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도르트문트의 도전은 이렇게 끝이 났다.
경기 종료 후 독일 'ZDF'와 인터뷰를 진행한 에딘 테르지치 도르트문트 감독은 "우린 훌륭한 경기를 펼쳤고 0-2로 패배할 만한 경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만 41세의 테르지치 감독은 자신의 첫 번째 유럽 정복에 실패했다.
그는 "우린 경기 초반부터 그저 결승전을 치르러 온 팀이 아닌, 우승을 위해 온 팀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우린 많은 것을 똑바로 처리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냉정함이 부족했다. 이는 우리 모두가 부족했던 부분"이라고 이야기했다.
테르지치는 "우린 환상적인 경기를 해냈고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경기가 뒤집혔고 레알 마드리드는 그들이 왜 이 대회의 챔피언인지를 증명했다. 우린 전반전 좋은 기회를 잡았음에도 후반전의 레알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아쉬움을 잔뜩 남긴 테르지치에게 '우승 청부사' 조세 무리뉴 감독이 위로를 건넸다. 무리뉴 감독은 '결승전의 제왕'이다. 지난 2022-2023시즌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패배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결승전에서 승리를 맛봤다.
영국 'TNT 스포츠'에 따르면 무리뉴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난 테르지치 감독을 만나 그가 해온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전해줬다. 그는 그의 성과를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무리뉴는 "테르지치는 정말 놀라운 일을 해냈다. 팀을 조직하고 선수들에게 자신감, 올바른 태도를 심어주었다"라고 말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