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새 사령탑으로 ‘백전노장’ 김경문(66)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선임됐다. 그동안 몇 차례 있었던 한화 차기 감독설이 이번에는 진짜로 이뤄졌다.
한화는 지난 2일 제14대 감독으로 김경문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6년까지 3년으로 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씩 총액 20억원의 조건으로 계약이 완료됐다. 한화 구단은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갖춘 김경문 감독이 팀을 성장시키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해 제14대 감독으로 선임했다’며 ‘현재 어수선한 선수단을 수습하고, 구단이 목표한 바를 이뤄줄 최적의 역량을 보유하신 분이라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김경문 신임 감독은 과거에도 몇 차례 한화 차기 사령탑으로 유력하게 꼽힌 바 있다. 2004~2011년 두산, 2012~2018년 NC에서 1군 14시즌 동안 포스트시즌 10번, 한국시리즈 진출 4번으로 탁월한 지도력을 선보였다. 오랜 기간 암흑기에 빠지며 성적에 목마른 한화와도 꾸준히 연결이 됐다.
2020년 시즌 중 한용덕 감독이 물러난 뒤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친 한화는 대표이사가 공석 중인 사이에 김경문 감독이 차기 사령탑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새 대표이사와 함께 김경문 감독 부임설이 파다했지만 당시 한화는 젊은 국내 초임 감독 후보군과 해외 감독 후보군으로 나눠 준비해둔 상황이었다. 이후 구단 최초 40대 대표이사로 부임한 박찬혁 사장이 온 뒤 우여곡절을 이겨내기엔 초임 국내 감독은 무리라는 판단하에 외국인 감독으로 방향을 틀었고, 단장의 면접 끝에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했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전면 리빌딩에 나섰지만 바로 성과가 나지 않았다. 2021년 10위, 2022년 10위로 2020년부터 3년 연속 최하위로 끝나자 구단 내부에서 감독 교체를 추진했다. 2023년은 성적을 내야 할 시기라 판단했는데 수베로 감독으로는 쉽지 않다는 내부 평가가 나왔다.
물밑에서 차기 감독으로 성적을 낼 수 있는 경험 있는 후보들이 거론됐고, 김경문 감독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수베로 감독 경질건은 그룹 재가가 떨어지지 않았고, 2023년에도 한화는 수베로 감독 체제로 들어갔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성적이 급락하면서 수베로 감독에 대한 내부 평가가 악화됐고, 한화는 지난해 5월11일 대전 삼성전을 마친 뒤 전격 경질했다.
시즌 중 감독 교체라는 강수를 두면서 팀 안정화를 위해 내부 사정에 밝은 2군의 최원호 감독이 1군 감독으로 승격됐다. 2025년까지 3년 총액 14억원의 조건으로 최원호 감독이 부임하면서 김경문 감독과 한화의 인연은 그렇게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았다. 올해 류현진 복귀와 안치홍 영입으로 기대치가 크게 높아진 한화는 그러나 개막 10경기 반짝한 뒤 추락을 거듭했고, 개막 두 달이 조금 지난 시점인 지난달 27일 최원호 감독이 박찬혁 대표이사와 동반 퇴진했다.
구단 최초 외국인 감독, 젊은 학구파 감독이 연이어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한화는 다시 카리스마 있고, 명망이 높은 리더를 찾았다. 그룹이 내세운 이 조건에 가장 부합한 지도자가 바로 김경문 감독이었다. 2018년 6월 NC를 떠난 지 6년 만의 KBO리그 현장 복귀로 올해 66세인 김 감독에겐 한화가 마지막 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경문 감독은 한화의 연고지 대전, 충청 지역과도 인연이 있다. 고교 시절을 공주고에서 보냈고, KBO리그 원년 OB에서 선수로 뛸 때 임시 연고지가 대전이었다. 원년에 주전 포수로 최초의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을 장식하기도 했다. 프로 선수로서 처음 뛰던 곳에서 감독 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할 기회를 얻었으니 다시 맺어질 인연이었을지도 모른다.
김 감독은 “내가 1982년 OB 소속으로 대전에서 뛰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대전에서 시합을 했고, 그런 추억도 있다. 한화 팬들께서 응원을 최상으로, 최강으로 해주시니까 저는 팀을 잘 꾸려서 꼭 정상에서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화가 김 감독을 선임한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성적이다. 김 감독도 잘 알고 있다. 지난 2일까지 한화는 24승32패1무(승률 .429)로 8위에 그치고 있지만 5위 SSG(29승28패1무 승률 .509)와 4.5경기 차이로 남은 87경기에서 따라잡지 못할 격차는 아니다. 1차 목표는 가을야구이고, 내년에 정상 등극에 도전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 감독은 “구단에서 베테랑 감독을 불렀을 때는 그 의미가 있다고 본다. 오늘(2일) 져서 (승패 마진) -8이 됐는데 승차가 많이 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발들이 좋기에 얼마든지 연승을 할 수 있다. 5할 승률만 맞추면 포스트시즌 찬스는 얼마든지 있다”며 “한화는 앞으로 우승할 수 있는 좋은 선발들이 있다. 선발 쪽에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 나머지 부분을 시즌 마치고 조금 더 보완해서 정상 도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