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지휘봉을 새로 잡은 김경문(66) 감독이 트레이드에 열린 마음을 드러냈다. 다만 지금 당장은 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김경문 감독이 직접 선수들을 눈앞에서 보고 제대로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
2026년까지 3년 총액 20억원에 계약하며 한화 제14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경문 감독은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홍보관에서 치러진 취임식 및 기자회견을 통해 팀을 맡게 된 각오와 향후 계획을 밝혔다.
박종태 대표이사로부터 오렌지색 등번호 74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받고 입은 김경문 감독은 “잘 어울리나요?”라며 웃은 뒤 손혁 단장에 이어 선수단 대표로 주장 채은성과 류현진에게서 축하 꽃다발을 받으며 기념 촬영도 했다. 모처럼 돌아온 현장 복귀에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지난 2018년 6월 NC에서 물러난 뒤 정확히 6년 만에 한화 감독으로 취임한 김경문 감독은 “바깥에 있으면서 여러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잘했던 것보다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다시 현장에 왔으니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며 우리 한화를 강팀으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 개인적으로도 우승의 한을 풀고 싶은 욕망이 크다. 감독 통산 896승으로 이 부문 역대 6위에 올라있지만 500승 이상 거둔 13명의 감독 중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다. 현장을 떠나있으면서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김 감독은 “아실 것이다. 2등이라는 것 자체가 내겐 많은 아픔이었다”며 “이곳에서 한화 이글스 팬들과 함께 도전해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당장 우승의 한을 풀기는 쉽지 않다. 3일 현재 한화는 24승32패1무(승률 .429)로 8위에 처져있다. 지난 주말 대구 삼성전을 싹쓸이 패배한 한화는 5연승 이후 3연패로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5위 SSG(29승28패1무 승률 .509)와 4.5경기 차이로 남은 87경기에서 못 따라잡을 차이는 아니다.
일단 올 시즌은 가을야구를 목표로 하면서 내년 시즌에 정상 등극을 꿈꾼다. 김 감독은 “지금 팀이 밑에 있는데 먼저 5할 승률을 맞추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포스트시즌에 초점을 맞춰 성적이 올라오면 그 다음을 생각하겠다”며 “이기는 야구를 하고 싶다. 내가 해왔던 것과 한화만의 좋은 장점을 같이 섞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화는 성적을 내기 위해 감독을 바꿨고, 명장으로 불리는 김 감독에게 3년 20억원을 안겼다. 성적을 내기 위해선 구단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시즌 중이다 보니 FA 영입은 당장 어렵지만 지난주 새 외국인 투수로 메이저리그 통산 22승 경력의 하이메 바리아를 영입하며 변화를 줬다. 여기에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보강 가능성도 활짝 열어놓았다. 이건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인 부분이다.
트레이드란 전력을 받는 만큼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 확실한 전력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미래 가치와 현재 가치를 잘 따져야 한다. 투수 유망주 자원이 많은 한화라 외야 보강을 위해 여러 카드를 물밑에서 맞췄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이 오자 한화가 트레이드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전력 보강에 대한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2022년 미국 LA 다저스 마이너 연수 때도 기고를 통해 트레이드의 순기능을 역설했던 김 감독은 “난 지금도 트레이드는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팀에선 뭔가 잘 맞지 않지만 다른 팀으로 가게 되면 오히려 잘하는 선수들이 있다. 선수가 한 팀에서 자기 역할을 못 하고 시간이 지나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팀에 가서 더 잘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좋다”고 열린 마음을 드러냈다.
과거 두산, NC 시절에도 김 감독은 트레이드로 재미를 봤다. 두산 시절 2005년 투수 다니엘 리오스, 2006년 1루수 최준석, 2007년 내야수 이대수, 2008년 외야수 이성열 등을 트레이드로 데려와 전력 상승 효과를 봤다. NC로 와선 2012년 투수 임창민, 2013년 내야수 지석훈, 2015년 포수 용덕한 등이 트레이드로 와서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웠다.
하지만 지금 당장 뭔가 주목할 만한 트레이드가 이뤄지진 않을 것 같다. 김 감독이 직접 한화 선수들을 보고 지근거리에서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 김 감독은 “내가 팀에 온 지 얼마 안 돼 트레이드를 말하기에는 빠르다”며 “경기를 치르면서 (구단과) 차근차근 상의하려고 한다”는 말로 당분간 트레이드보다 선수 파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