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잘 안 하는 친구가 먼저 2루수 이야기를 꺼내 깜짝 놀랐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 신임 감독은 지난 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안치홍을 다시 2루수로 기용하겠다고 밝히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안치홍은 전성기 시절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무려 3차례(2011, 2017, 2018)나 수상한 KBO리그의 간판 2루수였다.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선배 내야수들이 그랬듯 1루수를 병행하기 시작했고, 2024시즌 4+2년 총액 72억 원에 한화와 FA 계약한 뒤로는 2루수 출전 없이 1루수, 지명타자로만 경기에 나섰다. 최원호 전 감독은 안치홍을 2루수보다 1루수로 기용할 때 전력이 극대화된다고 판단했다.
그런 안치홍이 김경문 감독 부임과 함께 다시 전성기 시절 포지션을 맡게 됐다. 그것도 본인 요청으로 말이다. 지난 4일 수원에서 만난 김경문 감독은 “베테랑들이랑 식사를 했는데 평소 말도 잘 안하는 친구(안치홍)가 나한테 2루 수비를 준비해야하냐고 먼저 물어서 깜짝 놀랐다. 그래서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다. 안치홍이 2루 수비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안치홍은 4일 KT전에서 롯데 자이언츠 시절이었던 지난해 10월 12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236일 만에 2루수 포지션을 담당했고, 큰 무리 없이 경기를 끝냈다. 타석에서도 2타수 1안타 2볼넷 2득점으로 활약하면서 팀의 8-2 승리에 기여했다. 김경문 감독은 2018년 5월 31일 대전 한화전 이후 2196일 만에 통산 897번째 승리를 신고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경문 감독은 부임 첫날부터 2군에 있던 유로결을 1번, 하주석을 3번에 배치하는 파격 라인업으로 한화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켰다. 유로결은 올 시즌 3타수 무안타를 남기고 4월 18일 2군으로 내려가 40일이 넘도록 서산 생활 중이었고, 하주석 또한 부상으로 인해 4월 5일 키움 히어로즈전이 올해 1군 마지막 경기였다.
김경문 감독은 “유로결은 내가 보기에 스타감이다. 오늘(4일) 불러서 용기를 줬는데 많이 긴장할 것 같다. 얼마든지 앞으로 스타가 될 수 있는 선수라 한화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시고 눈여겨봐주셨으면 좋겠다. 하주석은 책임감을 부여하는 의미에서 3번에 배치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 야구는 원정 왔을 때 선제 공격해서 점수를 내고 이기면서 가야 한다. 그래야 투수 운영도 할 수 있다. 공격하러 와서 수비할 수는 없다”라며 “(벤치에서) 뒤에 기다리는 젊은 선수들도 눈여겨보고 있고, 상당히 좋은 자질을 갖고 있다. 점점 답을 더 찾아가겠다”라고 지론을 덧붙였다.
김경문 감독은 팀 도루가 9위(30개)까지 내려간 한화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과거 두산 베어스 사령탑 시절 육상부를 구축한 노하우를 이글스 선수단에 접목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김경문 감독은 “다른 팀들은 베이스가 커져서 도루가 엄청 늘고 있는데 우리는 가장 밑에 쪽에 가 있다. 우리가 이래서는 안 된다. 강팀들은 많이 뛰고 있다”라고 힘줘 말하며 “그런 부분부터 하나씩 기회를 줄 생각이다. 그 선수가 조금 못하더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면 조금 더 기용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과거 두산, NC 감독 시절 선수단 사전 훈련을 유심히 지켜본 뒤 당일 컨디션을 토대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하는 사령탑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경기 하루 전날 라인업을 제출해온 한화 구단의 기존 방식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김 감독은 “야구가 많이 바뀌어 있더라. 라인업을 하루 전에 알려줘야 한다고 해서 나도 하루 전에 줬다. 그렇게 한다니 따라가야 한다”라며 “물론 이는 장단점이 있다. 사실 잠을 자다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수면에 따라 다음날 컨디션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추세가 선수들한테 그게 좋다고 하니 감독이 맞춰야 한다. 변해야 한다. 노인 소리를 안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휘봉을 잡은 첫날부터 여러 분야에 걸쳐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주문한 김경문 감독. 명장의 노하우를 등에 업은 독수리군단이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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