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구원에 미치는 이유[Oh!쎈 초점]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4.06.09 16: 39

'선재 업고 튀어'가 종영 후에도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출연 배우 SNS는 물론 비하인드와 OST 앨범, 대본집과 같은 추가 콘텐츠까지 열풍을 일으키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중이다.
지난달 28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순간 자신을 살게 해줬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 분)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팬 임솔(김혜윤 분)이 최애를 살리기 위해 2008년으로 타임슬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웹소설 '내일의 으뜸'을 원작으로 하는 '선재 업고 튀어'의 주된 내용은 두 주인공들의 '쌍방 구원' 스토리다. 임솔은 자신의 삶의 희망이 되어준 류선재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절망에 빠진 찰나 2008년으로 돌아가게 되고, 류선재가 15년 뒤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몰랐던 류선재와의 과거 인연을 깨닫고, 그가 자신을 연쇄살인마로부터 구하려다 표적이 된 사실을 알게 된다. 임솔은 류선재가 자신을 위해 희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타임슬립을 반복지만, 류선재는 몇번이고 임솔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다. 서로가 서로를 지키려 하는 이들의 짙은 순애와 애틋한 구원 로맨스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작품을 이끌어가는 두 주연배우의 힘, 이들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주변인들의 열연은 보는 이들의 과몰입을 유발하며 수많은 '선친자'들을 생성해냈다. 그 결과 '선재 업고 튀어'는 연일 TV-OTT 화제성 1위를 기록했으며 변우석과 김혜윤 역시 압도적인 수치로 출연진 화제성 1, 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뿐만아니라 마지막회 방영 당일 티빙 총사용시간은 250만 10시간으로, 넥플릭스(204만 8179시간)를 제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드라마의 흥행으로 변우석이 직접 가창한 OST '소나기'는 국내 음원차트 석권뿐 아니라 미국 빌보드 200에 진입했으며, OST 앨범 또한 역대 OST 앨범 예약판매 사상 최고 수량을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선재 업고 튀어' 외에도 드라마나 웹소설 등 서브컬처계에서는 '쌍방 구원 서사'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한쪽의 일방적인 도움으로 '인생 역전'하는 소위 신데렐라 스토리의 유행은 지난지 오래. 쌍방 구원 로맨스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동등한 관계성, 결핍을 가진 두 사람이 그 결핍을 채워줄 서로를 만나 완성형이 되는 운명론적인 스토리,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상대를 구하고자 하는 절절한 순애 등 다소 판타지적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로맨틱하게 여겨진다.
9일 종영하는 천우희, 장기용 주연의 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도 마찬가지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남다른 능력을 지녔지만 아무도 구하지 못했던 남자가 마침내 운명의 그녀를 구해내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다.
작중 복귀주(장기용 분)는 대대로 초능력을 가진 복씨 집안에서 태어나 행복했던 순간으로 몇번이나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하지만 그 능력은 독이 돼 아내를 잃는 아픔을 겪어야 했고, 좌절에 빠진 복귀주는 우연한 기회로 자신이 유일하게 도다해(천우희 분)를 구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희망을 얻는다. 반면 도다해는 복귀주가 자신을 구하다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고 그를 살리고자 한다.
'히어로는 아닙니다' 또한 두 주인공의 필연적 운명과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서로를 살리고자 하는 간절함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들이 주된 내용이다. 복귀주는 자신의 능력으로는 아무것도 구할 수 없다는 절망감 속에서 도다해를 구했고, 구할 것이라는 사실만으로 살아갈 이유를 얻는다. 도다해는 불우한 과거의 상처를 숨긴 채 거짓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지만, 복귀주와 만남으로써 진정한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같은 두 사람의 쌍방구원 로맨스가 극에 달하자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넷플릭스 비영어권 TV부문 4위까지 오르며 글로벌 사랑을 받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을 통해 대리만족을 겪는다. 비현실적인 스토리라는 것을 알지만, 오히려 동화같은 스토리일수록 현실에서 해소되지 못한 욕망을 건드리며 '과몰입'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같은 '쌍방구원' 스토리도 그 중 하나다. 인간은 불안정한 존재이며,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부족함을 채워주고 각박한 현실에서 구원해줄 이해자와의 운명같은 만남을 꿈꾸는 것도, 그런 이야기에 끌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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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tv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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