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 열릴 2025 KBO 신인 드래프트는 어느 때보다 투수 자원이 풍부하다. 시속 150km 이상 던지는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덕수고 좌완 투수 정현우(18)가 그 이유를 보여줬다.
정현우는 지난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제2회 한화 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에 고교 올스타팀 선발투수로 나섰다. 최고 시속 156km 강속구를 뿌리는 우완 파이어볼러 정우주(18·전주고)도 있었지만 올해 성적상 우위인 정현우가 선발로 낙점됐다.
정현우는 올해 고교 12경기에서 40⅓이닝을 던지며 7승 무패 평균자책점 0.68 탈삼진 56개로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부드러운 투구폼에서 안정된 제구와 변화구 구사 능력으로 완성도 높은 투구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정현우가 왜 현재 고교 랭킹 넘버원 투수인지 알 수 있었다. 1회 대학 올스타팀 1번 좌타자 정영웅을 루킹 삼진 잡고 시작했다. 투볼로 시작했지만 스트라이크와 파울로 볼카운트 2-2를 만든 뒤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슬라이더로 타자를 얼어붙게 했다. 이어 우타자 이한민을 상대로 1~2구 연속 시속 150km 강속구를 연이어 꽂았다. 5구째 몸쪽 직구로 1루 파울 플라이 처리한 뒤 좌타자 문교원을 헛스윙 삼진 잡았다. 볼카운트 1-2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1이닝을 15개의 공으로 깔끔하게 끝냈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50km 직구에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모든 구종을 원하는 곳에 커맨드하며 안정감을 보였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통산 2209안타 311홈런의 ‘한화 레전드’ 김태균 KBSN스포츠 해설위원도 “모든 구종의 완성도가 높다. 투구폼이 안정돼 있어 확실히 제구가 흔들릴 일이 없다”고 정현우를 칭찬했다.
메이저리그 관심을 받는 ‘156km 파이어볼러’ 정우주가 국내 잔류 결심을 굳히며 신인 드래프트 1순위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현재 모습만 봐선 정현우가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위기. 한 스카우트는 “즉시 전력감으로는 정현우가 낫다. 윤영철(KIA), 황준서(한화)보다 구속 면에선 더 좋다”고 평가했다.
2022년 충암고 윤영철(KIA), 지난해 장충고 황준서(한화)에 이어 고교 최고 좌완 계보를 잇고 있는 정현우는 최고 시속 152km를 찍을 만큼 스피드 면에서도 꾸준하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이닝이긴 했지만 올스타전에서도 직구는 140km대 중후반을 형성했다. 체격 조건이 184cm, 87kg으로 윤영철(187cm, 85kg), 황준서(185cm, 78kg)보다 키는 작아도 체중이 더 나가고 다부지다.
이날 올스타전에서 우수투수상을 받은 정현우는 “주어진 이닝을 충실히 막아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 걱정 반, 설렘 반이었는데 마운드에 올라가니 여유가 생겨 쉽게 던질 수 있었다”며 “좋은 친구들이 많아서 내가 선발을 할 거라고 기대 안 했는데 선발로 나가 영광이었다. (정)우주도 그렇고 모든 투수들이 잘 던져서 2회부터 경기를 편하게 봤다. 나보다 빠른 공을 던지면서 제구도 잘됐다”고 이야기했다.
좌완 투수로는 드물게 포크볼까지 연마했는데 프로 무대에서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올해 황준서가 포크볼로 큰 재미를 보고 있는데 정현우도 비슷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그는 “작년 겨울부터 포크볼을 연습하면서 준비했고, 시즌 내내 잘 던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정현우는 일찌감치 미국 직행보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를 목표로 했다. 하반기에 열릴 신인 드래프트까지 3개월가량 시간이 남아있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키움이 행복한 고민을 안았다. 좌완 투수가 부족한 키움 팀 구성상 정현우 지명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지만 156km를 쉽게 뿌리는 정우주의 재능은 쉽게 외면하기가 어렵다. 정현우가 드래프트까지 남은 기간에 랭킹 1위 자리를 확실하게 굳혀야 키움의 선택도 수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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