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외국인 타자를 바꿨다. 중견수 제이슨 마틴(29)이 118경기 타율 2할8푼3리(435타수 123안타) 17홈런 90타점 OPS .815로 나름 괜찮은 성적을 냈지만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 대신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도요카프에서 뛰던 내야수 맷 데이비슨(32)을 영입했다.
마틴은 지난해 리그에서 4번째 많은 90타점을 올렸지만 NC가 기대했던 4번타자의 위압감을 보여주진 못했다. 2022년 트리플A 퍼시픽코스트리그(PCL) 홈런 공동 1위(32개)에 등극했으나 한국에선 17홈런에 그쳤다. 시즌 막판부터 포스트시즌까지 부진이 이어지면서 재계약 포기로 결론이 났다.
제대로 된 외국인 거포에 목말랐던 NC는 마틴과 같은 해 트리플A에서 공동 홈런왕에 오른 데이비슨을 대체자로 낙점했다. 그동안 투타 가리지 않고 거의 대부분 외국인을 미국에서 뛰던 선수들로 데려온 NC이지만 이번에는 일본프로야구를 먼저 경험한 데이비슨을 택했다. 지난해 히로시마에서 112경기 타율 2할1푼(348타수 73안타)에 그친 데이비슨이지만 홈런 19개로 장타력을 증명했고, 젊은 1루수 키우기가 뜻대로 되지 않았던 NC는 그에게 1루를 맡겼다.
NC의 과감한 선택이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데이비슨은 7일까지 시즌 54경기에서 타율 2할8푼6리(206타수 59안타) 17홈런 43타점 19볼넷 62삼진 출루율 .370 장타율 .583 OPS .953을 기록 중이다. SSG 최정(18개)에게 1개 차이로 뒤진 홈런 공동 2위로 장타율 5위, OPS 7위에도 랭크돼 있다.
득점권에서 타율 2할5푼4리(63타수 16안타) 22삼진으로 결정력이 아쉽고, 기복이 있긴 하지만 지난해 마틴의 한 시즌 홈런 개수와 벌써 같은 17개의 홈런을 쳤다. 공인구 반발력이 지난해보다 상승해 리그 전체 홈런 개수가 늘긴 했지만 정규시즌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산술적으로 39.5개의 홈런 페이스를 보이며 거포 본색을 뽐내고 있다. 지난 2016년 에릭 테임즈(40개)에 이어 NC 구단 역대 두 번째 홈런왕 탄생도 기대할 만하다.
7일 한화전에서도 데이비슨의 홈런이 NC 승리로 이어졌다. 3-2로 앞선 5회 한화 우완 장민재의 3구째 가운데 몰린 시속 112km 커브를 받아쳐 좌월 솔로포로 장식했다. 높게 포물선을 그리며 넘어간 비거리 110m 시즌 16호 홈런. 멜 로하스 주니어(KT), 김도영(KIA)에 이어 리그 3번째 전 구단 상대 홈런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4-2로 앞선 7회에도 데이비슨은 투런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화 좌완 김기중의 3구째 몸쪽에 잘 들어온 시속 131km 슬라이더를 잡아당겼다. 실투가 아니었지만 데이비슨의 배트에 걸린 타구는 좌중간 담장 밖으로 멀리 날아갔다. 비거리 130m에 달하는 대형 홈런. 시즌 17호 홈런으로 지난달 8일 수원 KT전 이후 개인 두 번째 연타석 홈런이었다.
데이비슨의 연타석 홈런에 힘입어 NC도 6-2로 승리, 최근 4연패를 끊으며 6위(29승32패1무 승률 .475) 자리를 지켰다. 앞서 13경기 1승12패로 깊은 침체에 빠져있었는데 이날 승리로 분위기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경기 후 데이비슨은 “팀에 승리가 절실했다. 그라운드에서 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첫 번째였고, 나의 모든 집중력을 쏟아부었다. 내 역할에 집중한 부분이 타석에서 결과로 나와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