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민우 스윙을 알고 있는데…”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잡고 6년 만에 프로야구 현장으로 돌아온 김경문(66) 감독은 지난 6일 수원 KT전에서 필승조 투수 이민우(31)를 두 타자 만에 교체했다.
1-0으로 앞선 7회말 마운드에 오른 이민우는 배정대를 유격수 내야 안타로 내보낸 뒤 볼넷을 허용했고, 무사 1,2루 위기를 만든 뒤 김규연으로 교체됐다. 투구수는 9개에 불과했지만 김경문 감독 눈에 보인 이날의 이민우는 좋을 때 팔 스윙이나 리듬이 아니었다.
7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이민우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한 김 감독은 “우리 불펜 최고 필승조이고, 3일 쉬고 나간 건데 내가 볼 때 팔 스윙이 좋지 않았다. 내가 민우 스윙을 알고 있는데 감독은 여기 눈에 카메라처럼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찍어놓는다. 좋을 때 리듬이 있는데 어제(6일)는 아니었다. 변화구도 안 되고, 직구도 자기 공이 안 나왔다”고 돌아봤다.
김 감독과 이민우는 이번에 한화에서 처음으로 한 팀이 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전 소속팀이었던 NC 시절 상대 투수로 만났던 이민우의 팔 스윙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김 감독은 “그 친구가 KIA에서 던지지 않았나. NC 있을 때 던지는 걸 봤기 때문에 내가 기억하고 있다”고 떠올렸다.
이민우는 김 감독이 이끌던 NC 상대로 딱 2경기 등판했다. KIA 소속이었던 지난 2018년 5월 4일, 6일 광주 경기에서 두 차례 구원으로 ⅓이닝씩 짧게 던진 게 전부. 당시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크지 않은 상대팀 투수였지만 김 감독은 그 찰나의 순간도 잊지 않았다. 현장에서 봤던 그의 팔 스윙이 뇌리에 남아있었다. NC 감독에서 물러난 뒤에도 꾸준히 KBO리그를 지켜본 김 감독은 이민우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올 시즌 30경기에서 25⅓이닝을 던지며 1승1패1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2.49 탈삼진 26개로 활약한 이민우는 그러나 지난 2일 대구 삼성전에서 0-0으로 맞선 8회 등판했으나 구자욱에게 2루타, 박병호에게 결승타를 맞은 뒤 팔꿈치 통증을 느껴 교체됐다. 큰 이상이 없어 엔트리에 남았고, 3일 휴식을 갖고 등판했지만 베스트 상태가 아니었다.
김 감독은 “(이민우는) 괜찮다고 하는데 선수들은 원래 안 아프다고 한다”며 “이민우는 그동안 팀 공헌도가 있다. 나이가 어린 선수도 아닌데 2군 가라고 하면 섭섭해 할 수 있다. 나이가 서른이 넘고 하면 그런 게 필요하다”면서 “여기서 같이 몸을 만들며 10일 뒤 건강하게 하자고 했다. 아프지 않고 자기 공을 던져야 한다. (이민우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더라”고 말했다. 팀 기여도를 인정한 김 감독의 배려와 존중 속에 이민우는 엔트리 말소에도 2군에 가지 않고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면서 몸 상태를 회복하고 준비한다.
김 감독은 이민우에게 직접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스킨십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당시 교체된 이민우를 덕아웃 뒤쪽에서 1대1로 붙잡고 격려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과거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이 쉽게 다가가기 힘든 엄한 이미지였지만 한화에 와선 무척 유해졌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선수들에게 먼저 주먹 인사를 건네고, 웃으며 다가가 격려하기도 한다.
“그동안 못했던 것 열심히 하고 있다. 나 무서운 사람 아닌데…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려고 한다”며 웃은 김 감독은 “밖에 나가서 있다 보니 내가 너무 이기는 데만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이제는 선수들에게 좋은 말도 해주고 스킨십을 하려고 한다. 20대 초반 어린 선수들은 특히 더 내가 어려울 것이다. 더 많이 스킨십하겠다. 선수들이 나를 편안하게 생각해야 내가 생각하는 것을 선수들이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좋은 야구가 나올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 체제에서 첫 시리즈였던 지난 4~6일 KT전을 싹쓸이한 한화는 7일 NC전에서 2-6으로 첫 패를 당했다. 잔루 9개로 타선의 해결 능력이 아쉬웠지만 3회 1사 1,2루에서 초구에 김태연과 하주석의 2~3루 더블 스틸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앞서 2회 장진혁의 2루 도루 실패로 이닝이 끝났지만 바로 다음 이닝에 다시 뛰며 공격적인 야구를 펼쳤다. 과거 두산과 NC처럼 김 감독의 발야구가 한화에도 녹아들기 시작했다. 비록 대전 홈 데뷔전은 졌지만 김 감독 퇴근길에는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한화팬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