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타격 슬럼프가 장기화되고 있는 ‘150억 캡틴’ 나성범을 향한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나성범은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1차전에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무안타 1득점으로 부진했다.
첫 타석에서는 행운이 따랐다. 1회초 무사 1, 2루 찬스에서 두산 선발 김유성 상대 1루수 땅볼을 치는 데 그쳤지만, 두산 수비진이 1루수-유격수-1루수 병살 플레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격수 김재호의 1루 송구 실책이 발생하며 출루에 성공했다. 그 사이 2루주자 박찬호가 득점. 나성범은 이후 최형우의 2루타 때 3루로 이동한 뒤 이우성의 좌전안타가 터지며 득점을 올렸다.
두 번째 타석은 불운했다. 3-0으로 리드한 2회초 무사 1, 2루 기회였다. 두산 김명신의 초구 포크볼을 제대로 잡아당겼지만 3루수 직선타가 되며 짙은 아쉬움을 삼켰고, 동시에 미처 귀루하지 못한 1루주자 김도영마저 1루에서 포스아웃을 당했다.
나성범은 5-1로 앞선 4회초 1사 후 2루수 땅볼, 5-7로 뒤진 6회초 1사 1루에서 1루주자 김도영의 도루 실패에 이어 중견수 뜬공, 6-9로 끌려가던 8회초 2사 후 초구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아쉽게 경기를 마쳤다.
나성범은 6년 150억 원 초대형 FA 계약의 세 번째 시즌을 맞아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다. 시범경기 막바지 불의의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4월 말이 돼서야 시즌 첫 경기를 치렀고, 5월 월간 타율 2할5푼에 이어 6월 들어 1할4푼8리로 고전 중이다. 시즌 성적은 32경기 타율 2할2푼7리 6홈런 20타점 OPS .741에 머물러 있으며, 최근 10경기 타율 1할7푼1리, 시즌 득점권 타율 2할6리 등 모든 지표가 나성범답지 않다.
KIA는 나성범의 부상과 복귀 이후 잦은 기복에도 두 달 동안 1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나성범이 승리에 보탬이 된 경기도 종종 있었다. 그러나 KIA가 최근 8경기 2승 6패의 부진 속 59일 만에 LG 트윈스에 1위 자리를 내주면서 중삼타선에 위치한 나성범의 부진이 이전보다 도드라졌다. 나성범은 얼마 전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안일한 플레이로 인해 문책성 교체를 당하기도 했다.
사령탑은 나성범의 부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근 잠실에서 만난 이범호 감독은 “심리적인 문제다. 더 잘하고자 하는 의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라며 진단하며 “분명한 건 저런 선수들은 언젠가 다시 제자리를 찾고 팀이 원하는 방향에 맞게 올라온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톱을 찍은 선수는 시즌 끝날 때 되면 자기 몫을 해낸 시즌을 만든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본인이 그만큼 노력하고 연습도 한다”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나성범은 팀의 주장이라서 여러 방면에서 잘하려고 하는 의지가 워낙 강한 선수다. 앞으로 올 시즌 3개월 정도 더 야구를 해야 하는데 그 중에 한 달만 잘 쳐줘도 팀이 좋게 갈 수 있다. 다른 선수들이 지칠 때 나성범, 최형우, 소크라테스가 해줄 것”이라는 신뢰가 가득한 전망을 내놨다.
KIA는 전날 패배로 3위 두산에 승차 없는 추격을 허용하면서 2위 자리까지 위태로워졌다. 캡틴 나성범이 나성범다운 타격으로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하고, 감독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backligh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