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너무한 수준이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 20승을 거두며 KBO리그 MVP에 올랐던 에릭 페디(31·시카고 화이트삭스)가 극심한 불운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4경기 연속 포함 불펜이 날린 승리만 무려 6번이다.
페디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파크에서 치러진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요건을 갖췄지만 불펜이 8~9회에만 무려 7실점을 내주면서 또 승리가 날아갔다.
페디의 투구는 7회까지 흠 잡을 데가 없었다. 1회부터 삼자범퇴로 시작하더니 6회까지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시애틀 타선을 잠재웠다. 7회 1사 후 볼넷과 안타로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타일러 라클리어를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6-4-3 병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팀이 4-0으로 앞선 8회에도 페디가 마운드에 올랐다. 7회까지 투구수가 92개로 한 이닝은 더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선두타자 도미닉 캔존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뒤 교체됐고, 그 다음부터 믿기지 않는 불펜 방화를 덕아웃에서 지켜봐야 했다.
마무리투수 마이클 코펙이 조기 투입됐지만 올라오자마자 안타, 볼넷, 안타로 무사 만루 위기를 만들었다. 연속 삼진으로 위기를 넘기는가 싶었지만 미치 해니거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아 4-3으로 쫓겼다. 계속된 2사 1,3루에선 루크 레일리에게 3루 쪽 기습 번트로 1점을 내주면서 4-4 동점. 코펙의 시즌 3번째 블론세이브로 페디의 시즌 5승이 날아간 순간이었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서 조던 레저가 올라와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9회 1사 후 연속 볼넷과 안타로 이어진 만루에서 칼 랄리에게 끝내기 만루 홈런을 맞았다. 4-8 화이트삭스의 충격적인 끝내기 역전패로 경기가 끝났다. 2연패를 당한 화이트삭스는 17승50패로 리그 전체 최저 승률(.254)이 더 떨어졌다. 구단 역사상 최초로 승률 3할을 넘기지 못하는 시즌이 되고 있다.
페디는 올 시즌 14경기에서 팀 내 최다 81⅓이닝을 던지며 4승1패 평균자책점 3.10 탈삼진 77개로 활약 중이다. 에이스로 분투하고 있지만 역대급 최약체로 전락한 꼴찌팀에서 좀처럼 승리를 쌓지 못하고 있다. 최근 4경기 연속 선발승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는데 불펜이 연이어 리드를 날리며 방화를 저질렀다. 시즌 전체로 보면 불펜이 날린 페디의 승리가 무려 6번.
화이트삭스는 구원 평균자책점 29위(4.89)로 불펜이 약한데 최다 블론세이브(18개)를 범하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15개)보다 3개나 더 많다. 선발로 기대만큼 크지 못하고 올해 마무리로 전환한 코펙이 27경기(27⅓이닝) 1승6패5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4.94로 불안불안하다. 코펙은 이날 경기 후 “페디가 잘 던지고, 우리가 정말 잘한 경기를 내줬다. 몇 차례 위기 상황을 벗어날 기회가 있었는데 내 공을 제대로 못 던지면서 상황을 어렵게 했다. 내 일을 하지 못한 게 실망스럽다”고 자책했다.
화이트삭스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에이스 딜런 시즈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하며 일찌감치 리빌딩 모드에 들어갔다. 어느 정도 탱킹을 감수했지만 이 정도로 경기력이 안 좋을 줄은 몰랐다. 오는 7월말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주축 선수들을 판매하는 셀러로 나설 게 유력하다. 페디도 트레이드 후보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