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프로야구 흥행 초대박은 ‘역대급 전력 평준화’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0개 구단 체제에서 이렇게 촘촘한 순위표는 처음이다.
지난 11일까지 KBO리그 중간 순위를 보면 그야말로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 1위 LG 트윈스의 승률은 5할대(.585)이고, 10위 키움 히어로즈의 승률은 4할대(.413)로 두 팀의 승차는 11경기. 선두와 꼴찌 차이로는 크지 않다.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2015년부터 1위 승률이 5할대, 10위 승률이 4할대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8~9개 구단 시절을 포함해도 단일리그에서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한 시즌은 20년 전인 2004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아있다. 당시 1위 현대 유니콘스는 5할대(.586), 8위 롯데 자이언츠는 4할대(.410) 승률이었다.
매년 KBO리그에선 시즌 중반부터 1위를 독주하는 팀이 나왔다. 아니면 1위를 추격하는 2위까지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올해는 강력한 ‘1강’이 안 보인다. 1위 LG, 2위 KIA 타이거즈, 3위 두산, 4위 삼성 라이온즈, 5위 SSG 랜더스까지 불과 4.5경기 차이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연승이나 연패로 엇갈리면 1위도 5위까지, 5위도 1위까지 순식간에 떨어지거나 올라갈 수 있는 초접전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매년 상대 팀들의 승리 표적이 되는 뚜렷한 약자, 꼴찌 팀도 없다. 키움이 현재 10위에 처져있지만 5위 SSG와는 6.5경기 차이로 가을야구를 포기할 격차는 아니다. 6위 NC 다이노스, 7위 한화 이글스, 8위 롯데, 9위 KT 위즈, 10위 키움도 불과 5경기 차이로 붙어있다. 6~10위 5개 팀 모두 5강을 바라볼 수 있지만 동시에 꼴찌로 떨어질 위험성도 있다.
모든 프로 스포츠가 ‘전력 평준화’를 외치는데 올 시즌 KBO리그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순위 싸움이 흘러가고 있다. KBO는 전력 평준화를 위해 2019년부터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를 설정했고, 2023년 입단 신인부터 1차 지명을 폐지하면서 전면 드래프트로 바꿨다. 2023년부터는 팀 연봉 총액 상한제인 샐러리캡까지 도입하면서 전력 평준화에 힘을 썼고, 그 결과가 올 시즌 나타나고 있다.
상하위 팀들간 전력 차이가 크지 않아 1등도 불안하고, 꼴찌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꿀잼’ 시즌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전력 평준화는 리그 흥행에도 큰 힘이 된다. 10개 구단 모든 팬들이 시선을 뗄 수 없다. 물고 물리는 순위 싸움이 되다 보니 응원하는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 경기까지, 리그 전체에 대한 관심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11일까지 KBO리그 전체 325경기에서 총 관중 474만1112명이 입장했다. 평균 관중 1만4588명으로 2012년(1만3451명)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총 관중 1050만3387명까지 가능하다.
아직 정규시즌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98경기나 매진되면서 지난해(46경기) 기록의 두 배를 뛰어넘었다. 다음주 시작될 장마와 한여름 혹서기에는 관중이 감소하는 패턴을 보이긴 하지만 지금처럼 계속 순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된다면 2017년(840만688명)을 넘어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 1000만 관중도 더는 꿈이 아니다.
각 팀마다 크고 작은 부상 악재가 발생하면서 베스트 전력으로 싸우는 팀이 거의 없다. 보통 6월 중순 이 시기에는 확 치고 나가는 팀이나 쭉 떨어지는 팀이 나오기 마련인데 올해는 그럴 조짐도 보이지 않아 역대급 전력 평준화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5위까지 우승을 노릴 수 있고, 8~10위 팀들도 가을야구 추격권에 있다. 6위 NC와 7위 한화의 2.5경기가 순위별 가장 큰 차이로 자고 일어나면 매일 순위가 바뀌고 있다. 현장의 감독, 코치, 선수들은 매 순간 피 말리는 승부를 펼쳐야 하고, 승부에 과몰입하는 열성팬들은 잠시도 마음 편하게 놓을 수 없는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