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9)이 번개 같은 주루 플레이로 동점 득점을 올렸다. 3루 베이스코치가 멈춤 사인을 보냈지만 빠른 판단으로 홈을 파고든 센스가 빛났다.
김하성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 7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 2타수 1안타 1득점 2볼넷을 기록했다.
전날(11일) 오클랜드전 4타수 1안타 2타점 2볼넷에 이어 2경기 연속 3출루 활약을 펼친 김하성은 시즌 타율이 2할2푼3리에서 2할2푼6리(235타수 53안타)로 올랐다. OPS도 .734에서 .741로 상승했다.
오클랜드 좌완 선발 JP 시어스를 맞아 2회말 첫 타석에서 김하성은 중견수 뜬공 아웃됐다. 2구째 얼굴 쪽으로 날아오는 깊은 공을 피하며 깜짝 놀란 기색을 보인 김하성은 3구째 바깥쪽 볼을 골라낸 뒤 4구째 가운데 낮은 시속 91.2마일(146.8km) 싱커를 받아쳤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중견수 정면으로 향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선두타자로 나온 5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초구 볼 이후 시어스의 2~3구 연속 스위퍼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며 불리한 카운트에 몰린 김하성. 하지만 4구째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밀어쳐 1~2루 사이를 갈랐다.
이어 잭슨 메릴 타석 볼카운트 2-2에서 스타트를 끊었다. 메릴이 2루 땅볼을 친 사이 2루 진루에 성공했다. 김하성이 도루 시도를 하지 않았더라면 병살이 될 수도 있는 타구였다. 1사 2루로 득점권에 위치한 김하성은 카일 히가시오카가 1루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루이스 아라에즈의 1루 내야 안타 때 기막힌 주루 플레이로 동점 득점을 올렸다.
아라에즈의 타구가 1루 선상으로 향했고, 투수 시어스가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지만 한 템포 늦었다. 1루수 타일러 소더스트롬이 시어스에게 토스를 했지만 아라에즈가 1루를 먼저 지나갔다. 1루 내야 안타.
모두의 시선이 1루에 쏠려있을 때 2루 주자 김하성이 3루를 지나 홈으로 파고들었다. 팀 레이퍼 샌디에이고 3루 베이스코치가 양팔을 벌려 멈춤 사인을 보냈고, 김하성도 잠시 속도를 죽였지만 1루 상황을 본 뒤 다시 속도를 내며 홈에 쇄도했다.
역동작에 걸린 투수 시어스가 홈으로 던졌지만 포수 카일 맥캔이 점프를 해야 할 정도로 높게 향했고, 그 사이 김하성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홈을 먼저 쓸고 지나갔다. 3루 베이스코치도 멈춤 사인을 보낼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지만 김하성의 빠른 발과 순간적인 센스가 빛난 주루 플레이였다.
김하성의 번개 같은 득점으로 1-1 동점이 되면서 샌디에이고가 분위기를 탔다. 계속된 2사 1루에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중견수 키 넘어가는 2루타를 터뜨리며 2사 2,3루 찬스를 연결했다. 여기서 주릭슨 프로파가 시어스의 초구 체인지업을 밀어쳐 2루수 글러브 끝에 맞고 우측으로 빠지는 2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3-1로 스코어를 뒤집은 이날 경기 결승타.
6회말 2사 1루 3번째 타석에서도 김하성은 우완 대니 히메네스를 상대로 볼넷을 얻었다. 1~2구 연속 스트라이크로 불리한 카운트였지만 3~6구 연속 볼을 골라내면서 1루에 걸어나갔다. 멀티 출루 성공. 다음 타자 메릴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김하성은 잔루로 남았다.
8회말 2사 2,3루에선 자동 고의4구로 1루에 출루했다. 김하성 상대로 통산 5차례 맞대결에서 4타수 2안타 1볼넷으로 약했던 좌완 스캇 알렉산더는 1루를 채우고 좌타자 메릴과 승부를 택했다. 김하성의 시즌 4번째 고의4구. 김하성을 피한 오클랜드의 작전이 통했다. 메릴을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넘겼다.
유격수 수비에서도 김하성은 기막힌 플레이를 하나 펼쳤다. 1회초 1사 1루에서 미겔 안두하의 3유간 빠질 것 같은 타구를 백핸드로 잡아낸 뒤 2루로 원바운드 송구했다.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잘 포구하며 1루 주자 JJ 블러데이가 포스 아웃됐다. 까다로운 타구를 잡은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정확한 2루 송구로 포스 아웃을 이끌어냈다.
공수주에서 존재감을 보인 김하성의 활약에 힘입어 샌디에이고도 4-3 끝내기 승리로 웃었다. 3-1로 앞선 8회초 엔옐 데 로스 산토스가 소더스트롬에게 중월 투런 홈런을 맞아 블론세이브를 범했지만 9회말 카일 히가시오카가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솔로포를 터뜨렸다. 시즌 5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첫 끝내기 홈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