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 좌완 에이스 투수 배찬승(18)은 올초만 해도 정우주(전주고), 정현우(덕수고)와 함께 고교 3학년 ‘빅3’로 평가됐다. 2학년이었던 지난해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돼 선발로 던질 만큼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은 유망주였다.
지난해 고교 14경기(46⅔이닝) 6승4패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하며 삼진도 57개를 잡아낸 배찬승은 9월 대만에서 열린 U-18 야구월드컵 슈퍼라운드 한일전 선발로도 나섰다. 당시 일본 상대로 5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4실점(2자책) 역투를 펼쳤다.
올해는 9경기(27⅓이닝)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4.33 탈삼진 38개로 기대에 비해선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다. 그 사이 정우주, 정현우뿐만 아니라 김태형(덕수고), 박정훈(비봉고), 김영우(서울고) 등 여러 강속구 투수들이 두각을 드러내면서 배찬승이 1라운드 중후반으로 지명이 밀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1학년 때부터 꾸준히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꾸준함을 보였고, 안정된 투구폼에서 최고 구속을 시속 152km까지 끌어올렸다. 투심, 커터 등 다양한 구종 장착에 나서며 발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6일 대전에서 벌어진 한화 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에도 7회 구원등판, 안타 1개를 맞았지만 3타자를 범타로 잡고 1이닝을 실점 없이 깔끔하게 막았다. 1루 쪽 기습 번트를 빠르게 잡아 직접 타자를 태그했고, 빗맞은 땅볼 타구도 침착하게 잡고 1루에 정확하게 던져 아웃을 잡는 수비력을 뽐냈다.
“우리 학교가 PFP(투수수비훈련)를 중요시해서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린 것 같다”며 웃은 배찬승은 “2년 연속 큰 대회에 뽑혀 영광이고, 팀이 승리해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날 최고 구속은 시속 148km로 평소보다 떨어졌지만 “이미 152km를 찍었기 때문에 구속을 더 올리기보다 제구 중점으로 140km대 중반의 공을 제구해 타자를 잡아내려고 했다”며 “내가 확실하게 던질 수 있는 직구, 슬라이더 위주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배찬승은 투구시 이중 키킹을 시도하기도 하고, 커터와 투심 같은 변형 패스트볼도 다양하게 던지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는 “이중 키킹은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미숙하지만 조금 더 보완하면 좋을 것 같다. 박명환 코치님이 가르쳐준 것이다”며 “코치님이 변화구 구종부터 안전하게 던질 수 있는 연구를 많이 하시고 가르쳐주신다. 투수들을 편하게 해주신다”고 고마워했다.
올해 대구고에 합류한 박명환 투수코치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강속구 투수로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주무기였다. 지난 1996년 OB에 입단한 뒤 LG를 거쳐 2015년 NC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때까지 17시즌 통산 326경기(1613⅔이닝) 103승93패9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381 탈삼진 1421개를 기록했다. 2004년 두산 시절 평균자책점(2.50), 탈삼진(162개) 1위도 차지했다.
하반기 열릴 2025 KBO 신인 드래프트까지 3개월가량 시간이 남아있다. 올초 ‘빅3’ 평가를 받았던 만큼 배찬승의 가능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남은 기간 어느 정도 성적을 끌어올리면 1라운드 높은 순번의 지명을 기대할 만하다. 배찬승은 “주말리그에 좋은 폼을 유지해 팀을 이기게 하겠다. 그 다음 봉황대기 나가게 되면 팀을 우승시켜 보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