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900승을 넘게 거두면서 스퀴즈 작전에는 인색했던 한화 김경문 감독. 그런데 왜 13일 두산전에서 9회 돌연 스퀴즈 사인을 낸 것일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9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전날 경기를 승리로 이끈 스퀴즈번트의 전말을 공개했다.
한화는 3-3으로 팽팽히 맞선 9회초 선두타자 이재원이 우전안타로 물꼬를 텄다. 후속타자 이도윤이 희생번트, 장진혁이 절묘한 내야안타로 1사 1, 3루 찬스를 만들었고, 대타로 등장한 문현빈이 볼카운트 1B-1S에서 이병헌을 만나 허를 찌르는 스퀴즈번트를 성공시켰다. 앞서 이재원의 대주자 투입된 3루주자 하주석이 결승 득점을 올린 순간이었다.
13일 잠실에서 만난 두산 이승엽 감독은 “1점 승부라서 번트를 대비했는데 감독님 성향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거 같다. 앞으로 이런 위기가 오면 대책을 강구해야할 필요가 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면 ‘901승 명장’ 김경문 감독은 왜 문현빈에게 스퀴즈를 지시한 것일까. 김 감독은 “경기를 1점차로 내주면 감독은 잠을 잘 못 잔다. 아마 이승엽 감독도 이전보다 잠을 많이 못잘 것이다. 자다가 일어나게 된다”라며 “얼마 전 12회 연장을 갔는데 난 연장을 싫어한다. 차라리 9회까지 해서 지고 다음 경기를 이기도록 준비하는 게 낫다. 여기서 결정이 안 나면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문현빈의 처음 스윙을 보고 작전을 결정하게 됐다. 그 동안 스퀴즈 작전은 많이 안 내봤는데 문현빈이 어려운 순간 잘해줬다. 감독은 스퀴즈 사인을 내기가 가장 어렵다”라며 “한화 팬들을 보면 어떻게든 한 경기라도 이겨야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5할 승률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롯데 등 하위권 팀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계속 분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화는 두산 선발 최원준을 맞아 하주석(3루수)-최인호(좌익수)-안치홍(2루수)-노시환(지명타자)-채은성(우익수)-김태연(1루수)-이재원(포수)-이도윤(유격수)-장진혁(중견수) 순의 선발 명단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리카르도 산체스.
1군 엔트리는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을 등록하고, 유로결을 말소했다.
김 감독은 “김강민은 부상만 없으면 계속 있어야할 선수다. 쓰임새가 많다. 오늘도 중요한 장면에서 대타로 기용할 것”이라며 “유로결은 그 동안 자기가 할 걸 다해줬다. 이번 시간이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선수에게 ‘경기를 해보니 자신감이 생기지 않나. 실망하지 말고 준비하고 있으면 곧 기회를 준다’라는 말을 해줬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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