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정훈희가 대마초 구설수에 휩싸인 당시를 떠올렸다.
13일 방송된 tvN Story ‘지금, 이 순간’에는 원조 한류 가수이자 영원한 디바 정훈희가 출연했다.
박찬욱 감독은 “런던에서 오래 일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 한국이 그리워서 잠도 못 자고 그랬는데 그럴 때 어린 시절 듣던 음악이 위로가 됐다. 어릴 적 나의 우상이었던 분이다. 오롯이 내 영화를 위해서 불러주신다는 게 내가 이 순간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 싶었다”고 이날의 레전드를 소개했다. 영화제에서 아이유, 탕웨이도 감동시켰던 노래 ‘안개’를 부른 정훈희가 ‘지금, 이 순간’ 두 번째 레전드였다.
윤종신, 백지영, 김민석은 부산으로 향했다. 정훈희는 오션뷰가 아름다운 바닷가 3층집에 대해 “30년 전에 남편 김태화가 사둔 거다. 그때는 길도 없고 담도 없고 모래산이 담이고 그럴 때였다. 내일이면 쓰러질 집을 사자고 하는데 왜 사냐고 하니 ‘30년 뒤에 우리 나이가 70대인데 누가 우리 불러줄 것도 아니니 둘이서 집에서 음악하고 살자’고 하더라. 그런데 땅값 제대로 올랐다”고 웃었다.
정훈희와 김태화는 같은 집에 살지만 각각 2층, 3층에 각방살이를 하고 있었다. 정훈희는 방 한편에 자리한 다양한 트로피를 공개했다. 1975년 칠레 국제가요제, 1972년 동경 국제가요제. 1972년 아테네 가요제 등에서 받은 트로피를 소개한 가운데 정훈희는 “내가 수상하면서 아바(ABBA)가 못 받았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때 남편 김태화가 등장했다. 2년째 각집살이 중인 두 사람은 “생활 패턴이 달라서 그렇다”고 이야기했다. 김태화는 “다시 합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밝혔고, 윤종신도 부부라도 각자의 생활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공감했다.
이어 정훈희가 감동한 첫 번째 추억의 장소인 뮤지컬 씨어터로 향했다. 낯설게 느껴진 이 곳은 2022년에 영화 ‘헤어질 결심’을 처음 상영한 장소로, 55년 만에 정훈희의 ‘안개’가 울려 퍼진 곳이기도 했다. 윤종신은 첫 번째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55년 만에 재녹음을 결심한 순간’을 꼽았다.
2021년 데뷔 54년째에 접어든 어느 날, 부산 기장에 내려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정훈희는 데뷔곡 ‘안개’를 재녹음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시절 목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줄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하려 했던 정훈희에게 그 노래가 없으면 영화 개봉을 하지 않겠다는 박찬욱 감독이 매달렸다. 그렇게 햇수로 2년이 흐르고, 끈질긴 구애에 감동한 정훈희는 재녹음을 약속했다. 정훈희는 “사무실에서 ‘선생님이 안 하시면 영화 접는다’고도 하러더라. 박찬욱 감독을 잘 몰랐는데, 2년 기다렸다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송창식과 같이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새로워질 ‘안개’를 기대하며 녹음할 때 멜로디를 살짝 바꿨는데 송창식이 변주를 알아보고 맞춰줬다”고 소개했다. 특히 정훈희는 “내 목소리에는 소울이 없다”는 망언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고, 이에 윤종신은 “좋은 가수의 힘은 의도해서 감동시키는 게 아니라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훈희는 대마초 구설수에도 휘말린 당시를 떠올렸다. 정훈희는 “다 담배 피우니까 담패 피우는 줄 알았다. 생각도 못했다. 화장실 갈 때 신문 가지고 가서 보는데 1면에 ‘정훈희 수배’가 나오더라. 우리 집에 전화라도 하고 썼어야 했다. 경찰에 가서 ‘날 수배했냐’고 하니 아니라더라. 기사는 났고 불명예를 썼다. 죄가 없으니까 훈방인데도 방송 출연 3년을 당했다”고 말했다.
방송 정지를 당한 뒤 정훈희는 이봉조와 함께 제20회 칠레 국제 가요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수상의 영광과 재기를 안겨준 이 노래는 바로 ‘꽃밭에서’였다. 정훈희는 “칠레 국제 가요제 나가야 하니 이번에는 스페인어로 부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몇 번 만에 바로 외웠다”고 비하인드를 소개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