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중견수 잭슨 메릴(21)의 원래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지난 2021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7순위로 샌디에이고 지명된 뒤 마이너리그에서도 줄곧 유격수로 뛰며 육성 과정을 밟았다.
하지만 올해 메이저리그 데뷔와 함께 주전 중견수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더블A에서 좌익수로 뛴 5경기를 제외하곤 외야 경험이 전무했지만 ‘골드글러버’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로 있는 현재 샌디에이고 팀 구성상 메릴이 뛸 자리는 외야밖에 없었다. 주전 중견수가 뚜렷하지 않았던 샌디에이고는 메릴에게 그 자리를 맡기기로 했다.
시범경기부터 중견수로 나서며 빠르게 적응한 메릴은 개막 로스터에 들어 지난 3월 20~21일(이하 한국시간)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에 참가했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두 번째 경기에서 3회 다저스 우완 마이클 그로브에게 우전 안타를 치면서 첫 안타를 신고했다.
서울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 메릴은 미국으로 돌아가며 자신의 SNS에 ‘한국 감사합니다(Korea gamsahabnida)’라고 적으며 감사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후에도 메릴은 샌디에이고의 주전 중견수로 꾸준히 활약 중이다. 올 시즌 68경기 타율 2할7푼9리(229타수 64안타) 5홈런 26타점 28득점 12볼넷 36삼진 9도루 출루율 .314 장타율 .389 OPS .703으로 신인치곤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선 또 하나의 잊을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 5회말 오클랜드 좌완 호건 해리스에게 시즌 4호 중월 솔로 홈런을 터뜨린 메릴은 4-4 동점으로 맞선 9회말 짜릿한 끝내기 홈런까지 쏘아 올렸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클랜드 우완 마무리투수 메이슨 밀러의 초구 몸쪽 낮게 들어온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담장 넘겼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시속 100.9마일(162.4km)을 뿌리는 강속구 투수이지만 초구 변화구를 잘 노려쳐 경기를 끝냈다. 시즌 첫 3연전 스윕에 성공한 샌디에이고는 37승35패(승률 .514)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 와일드카드 2위를 굳건히 했다.
‘MLB.com’ 사라 랭스에 따르면 메릴은 1969년 이후 끝내기 홈런 포함 멀티 홈런을 친 역대 최연소(21세54일) 선수가 됐다. 멀티 홈런을 빼고 끝내기 홈런으로만 따져도 샌디에이고 구단 사상 최연소 기록이었다.
동료들로부터 시원한 물 세례로 축하받은 메릴은 “내가 어떻게 스윙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마치 정전이 된 것 같았다. 정말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며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메릴은 “우리는 위닝시리즈를 확보했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않았다. 항상 한 걸음 더 나아가길 원한다. 올해 첫 스윕을 한 것은 그래서 정말 대단한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며 팀 승리에 기뻐했다.
MLB.com은 ‘올 시즌 샌디에이고는 2021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자인 메릴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중견수 경험이 전혀 없는 선수임에도 올 봄 주전 중견수 자리를 맡겼다. 수비적으로 그는 훌륭했고, 타격에서도 운이 조금 나쁘긴 했지만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신인 선수 중 가장 많은 64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279 출루율 .314 장타율 .389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번 주 시작 전까지만 해도 메릴의 신인으로서 활약은 주목받지 못했다’며 그가 조금 더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