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드러내며 구단과 대립각을 세웠던 ‘일본 괴물 투수’ 사사키 로키(23·지바 롯데 마린스)가 5일 만에 또 이탈했다. 그동안 특별 관리 및 부상을 이유로 규정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는데 올해도 거듭된 컨디션 불량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지바 롯데는 지난 13일 사사키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스포츠닛폰’을 비롯해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 히로시마 도요카프전 등판 이후 오른쪽 상지(어깨와 손목 사이 부위) 컨디션이 좋지 않아 15일 예정된 주니치 드래건스전 등판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사사키는 지난달 24일 소프트뱅크 호크스전을 마친 뒤 상체 쪽 피로 회복 지연을 이유로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걸렀다. 2주 휴식을 갖고 지난 8일 히로시마전에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1사구 9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로 승리했지만 5일 만에 또 엔트리에서 빠졌다.
13일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전을 마친 뒤 요시이 마사토 지바 롯데 감독은 사사키의 상태에 대해 “지난번에 2주 쉬고 등판했는데 다시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번주 등판이 힘들다고 해서 말소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10일 후 사사키의 엔트리 재등록 가능성에 대해 요시이 감독은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트레이너와 사사키가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확답하지 않은 뒤 “괜찮을 것 같다는 판단을 기다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지바 롯데는 최근 3연패를 당하며 35승25패2무(승률 .527)로 퍼시픽리그 3위에 올라있다. 한창 순위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에이스가 연이어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이탈했으니 요시이 감독으로서도 심기가 불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사키는 올 시즌 9경기에서 59⅔이닝을 던지며 5승2패 평균자책점 1.96 탈삼진 70개 WHIP 0.97 피안타율 1할8푼6리로 호투 중이다. 그러나 벌써 두 번이나 엔트리 말소됐고, 향후 복귀 시점에 따라 데뷔 첫 규정이닝 시즌도 어려워질 수 있다.
오후나토 고교 3학년 때 최고 시속 163km를 뿌리며 일찌감치 괴물 투수 유망주로 주목받은 사사키는 2019년 드래프트에서 4개 팀으로부터 1순위 지명을 받은 뒤 추첨을 거쳐 지바 롯데에 입단했다. 지바 롯데는 향후 일본 야구의 큰 보물이 될 사사키를 애지중지하며 관리했다. 장기적으로 5년 육성 계획을 수립하며 첫 해에는 1~2군 등판 없이 트레이닝에만 집중했다.
2021~2022년 1군 핵심 선발로 활약했지만 각각 11경기 63⅓이닝, 20경기 129⅓이닝으로 끊었다. 구단의 철저한 투구수 관리와 정기적인 휴식으로 특별 관리를 받았지만 지난해부터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오른손 중지 물집, 내복사근 손상, 고열 증세로 3차례나 1군 말소되며 15경기에서 91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5년 육성 계획의 마지막 해가 되는 올해 사사키는 규정이닝을 넘어 150이닝 이상을 목표로 했지만 벌써 두 번이나 이탈해 쉽지 않을 것 같다.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같은 일본프로야구 최고 시속 165km를 뿌리며 재능을 뽐낸 사사키이지만 몸이 강속구를 견디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사키는 지난겨울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요청했으나 구단의 불허로 뜻을 이루지 못하자 연봉 계약으로 줄다리기를 벌여 야구계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공만 보면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지만 지금 같은 ‘유리몸’으로는 메이저리그의 162경기 장기 레이스, 빠듯한 5일 휴식 로테이션을 버틸 수 없다.
센가 코다이(뉴욕 메츠), 야마모토 요시노부(다저스),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 등 최근 빅리그로 거넌온 일본인 투수들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사사키를 향한 관심도 뜨겁다. 아직 23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로 시장 가치도 무척 높다. 그러나 사사키의 이런 불안한 내구성은 앞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 사이에서도 큰 이슈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