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 기념으로 물세례를 잔뜩 맞고 추위에 떨어야했지만 그래도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해 보였다. 데뷔 2경기 만에 비로소 KIA 타이거즈의 일원이 됐다는 자부심도 느껴졌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1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10차전에서 11-1 대승을 거뒀다. KIA는 이날 결과로 수원 3연전 기선을 제대로 제압하며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시즌 39승 1무 28패.
승리의 주역은 선발 캠 알드레드였다. KT 타선을 만나 5이닝 동안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 86구 호투를 펼치며 한국프로야구 첫 승을 신고했다. 투구수 86구 가운데 스트라이크 55개를 던졌고, 최고 구속 148km의 직구(35개) 아래 체인지업(6개), 스위퍼(22개), 투심(23개) 등 다양한 변화구를 곁들여 무실점 피칭을 완성했다. 1회 2사 1, 2루, 3회 1사 1, 2루, 4회 1사 1, 3루 상황에서 위기관리능력도 뽐냈다.
KIA 이범호 감독은 “지난 등판 때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던 알드레드가 오늘 경기에서는 다양한 구종을 섞어 던지면서 상대 타자들과의 승부를 잘 해줬다. 등판이 거듭될수록 발전된 투구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알드레드는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굉장히 좋은 경기였다. 초반부터 타자들이 굉장히 많은 점수를 내줘서 편하게 투구할 수 있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첫 승을 올린 소감을 전했다.
알드레드는 지난달 29일 총액 32만5000 달러(약 4억 원)에 KIA와 계약한 윌 크로우의 대체 외국인투수다. 메이저리그 통산 1경기 평균자책점 0, 마이너리그 87경기(선발 28경기) 12승 14패 2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4.86의 경력자로, 지난 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갖고 3이닝 6피안타 3볼넷 4탈삼진 6실점으로 몸을 풀었다.
알드레드는 “데뷔전에서는 초반 에너지 분배를 잘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과하게 에너지를 쓴 부분이 있었다”라며 “오늘(14일)은 그런 부분을 조금 더 수정했는데 에너지 분배, 체력 관리가 다 잘 됐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2경기를 통해 느낀 KBO리그 타자들의 특징도 들을 수 있었다. 알드레드는 “타자들의 컨택과 주루가 굉장히 공격적이다. 감명 깊었다. 나도 이제 차차 조금씩 리그에 적응해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KBO리그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적응은 문제없다. 알드레드는 “ABS는 장단점이 뚜렷한데 나 역시 미국에서 ABS를 사용한 트리플A에서 활약한 경험이 있다. 앞으로 더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알드레드는 방송사 수훈선수 인터뷰를 마친 뒤 KIA 동료들로부터 격한 승리 기념 물세례를 받았다. 곽도규, 최지민 등 어린 투수들부터 베테랑 양현종까지 모두 아이스박스, 물병, 정수기 물통 등을 알드레드를 향해 들이 부으며 첫 승리를 축하했다. 알드레드는 흠뻑 젖은 상태에서 취재진 인터뷰에 응했는데 몸을 벌벌 떨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알드레드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이런 축하는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라고 웃으며 “이렇게 축하를 해주는 팀원들이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 이제 KIA의 일원이 된 거 같아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팀원들이 너무 좋고, 찾아와주신 팬들도 굉장히 마음에 든다”라고 기뻐했다.
알드레드에게 끝으로 KIA에서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KIA가 다시 우승하는 걸 목표로 두고 있다”라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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