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특급 신인 좌완 황준서(19)는 올해 구단이 등번호 조사를 할 때 29번을 1순위로 썼다. “29번은 김광현 선배님도 있고, 좋은 번호라 달고 싶었다. 운 좋게 남아있었다”며 29번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을 무척 기뻐했다.
KBO리그에서 등번호 29번을 대표하는 선수가 바로 특급 좌완 투수 김광현(36·SSG 랜더스)이다. 지난 2007년 SSG 전신 SK 와이번스에 입단할 때부터 김광현은 29번을 달았고, 메이저리그 진출 기간 SSG는 임시 결번으로 남겨놓았다. 2020~2021년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2년간 33번을 쓴 김광현이지만 SSG 복귀 후에는 다시 29번을 달았다.
황준서는 김광현의 전성기를 보면서 자랐다. 장충고 2학년 재학 중이던 2022년에는 롤모델로 김광현을 꼽으며 “투구폼이 정말 역동적이다. 마운드에서 던지는 모습을 보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드는 투수”라고 경외심을 표하기도 했다.
185cm 큰 키에 마르고 길쭉한 체형인 황준서는 좌완으로서 경쾌한 키킹 동작과 높은 타점에서 꽂는 투구폼으로 김광현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한화에 입단한 뒤에는 같은 팀 류현진을 롤모델로 삼고 있지만 전체적인 외형이나 투구폼, 스타일은 김광현과 흡사한 구석이 더 많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황준서는 데뷔 첫 해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역대 10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을 시작으로 올 시즌 13경기(47⅓이닝) 2승5패 평균자책점 3.99 탈삼진 46개를 기록 중이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49km 직구에 기가 막히게 떨어지는 주무기 포크볼로 9이닝당 8.7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닝을 거듭할수록, 경기를 거듭할수록 힘이 떨어지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달 29일 대전 롯데전에서 6이닝 2피안타 5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하며 승리투수가 됐지만 직구 구속이 최고 시속 145km, 평균 140km로 떨어졌다. 당시 팀을 임시로 이끌던 정경배 한화 수석코치는 “스피드를 보니 힘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로테이션을 한 번 걸러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김경문 감독 체제 첫 경기였던 지난 4일 수원 KT전 등판을 마친 뒤 계획대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재충전 시간을 가졌다. 2군에 내려가지 않고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했고, 열흘 재등록 기한을 채운 뒤 15일 대전 SSG전 선발투수로 복귀전을 갖는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 14일 경기 전 황준서에 대해 “푹 쉬었고, (15일 선발로) 준비하고 있다. 얼굴은 순하게 생겼는데 여기가 강한 선수”라고 가슴을 가리키며 그의 남다른 배포를 주목했다. 실력도 좋지만 어떤 상황에도 주눅들지 않는 멘탈을 높이 평가받는 선수인데 김경문 감독도 그걸 알아봤다.
복귀전에서 고교 시절 우상으로 삼았던 김광현과 첫 선발 대결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승부를 즐길 줄 안다는 평가를 받는 황준서라 김광현과 선발 맞대결은 부담보다 좋은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열흘 재충전 시간을 가진 만큼 쏟아부을 힘은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