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그런 상황이 와도 난 문동주를 낼 것이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파이어볼러’ 문동주(21)는 지난 14일 대전 SSG전에서 6회까지 5실점으로 고전했다. 4-4 동점에서 맞이한 6회 한유섬에게 솔로 홈런을 맞으면서 리드를 내줬다. 6회를 마쳤을 때 투구수는 89개. 1점차 뒤진 상황에서 7회 이닝 시작과 함께 한화의 불펜이 가동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7회에도 문동주가 마운드에 올라왔고, 결과만 놓고 보면 좋지 않은 선택이 됐다. 선두타자 정준재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문동주는 최지훈의 유격수 글러브 맞고 좌측으로 굴절된 타구가 2루타가 되며 무사 2,3루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추신수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를 허용한 뒤 강판됐다. 2구째 체인지업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1~2루 사이를 빠져나가는 코스 안타가 나왔다.
이날 문동주는 추신수에게만 1회부터 선제 홈런을 맞는 등 3타수 3안타 1볼넷으로 무려 4출루를 허용했다. 늦어도 추신수 타석 때 교체 타이밍으로 보였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그대로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돌아갔고, 7회 3실점을 내주며 경기 흐름이 SSG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문동주는 6이닝 10피안타(2피홈런) 3볼넷 6탈삼진 8실점으로 패전을 안았다.
문동주를 7회에도 올린 게 실패했지만 김경문 감독이 그렇게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김경문 감독은 “투구수가 한 이닝 더 갈 수 있기도 했고, (6이닝 5실점에서 내려가는 게) 본인이 아쉬울 것 같았다. 이왕이면 7회까지 잘 막고 내려온 뒤 우리 공격에서 점수를 내 승리하는 것과 그렇지 않고 끝내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봤다”고 그 상황을 돌아봤다.
이어 김 감독은 “결과는 그렇게 됐지만 다음에 그런 상황이 와도 난 문동주를 낼 것이다. 문동주라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지금보다 확실히 더 높은 위치에 있어야 할 선수다. 다음에 그런 상황에선 아마도 잘 던져줄 것이다”고 믿음을 나타냈다.
눈앞의 1승을 봤다면 6회 끝나고 바로 교체했겠지만 김 감독은 더 크게 봤다. 다른 투수도 아닌 문동주이기 때문이었다. 한화를 넘어 한국야구 미래를 이끄는, 더 큰 선수가 크길 바라는 김 감독의 마음속 깊은 뜻이 있었다. 올 시즌 경기별, 이닝별로 기복 심한 투구를 반복하며 성장통을 겪고 있는 문동주가 이 고비를 잘 넘겨 한 단계 성장하길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하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영건으로 떠오른 문동주는 그러나 올해 11경기(56⅓이닝) 3승4패 평균자책점 6.55로 부진하다. 투구 밸런스 붕괴 속에 4월말 2군에 내려간 뒤 3주간 조정을 거쳐 1군에 돌아온 문동주는 복귀 첫 3경기에서 18이닝 3실점으로 호투하며 마침내 반등하는가 싶었다. 특히 2일 대구 삼성전에선 7이닝 6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최고 투구를 했다. 7회 1사에서 김영웅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이날 경기 96구째 공이 시속 159km로 측정될 만큼 힘이 넘쳤다.
그러나 지난 8일 대전 NC전 5⅔이닝 11피안타 1볼넷 무탈삼진 4실점으로 제동이 걸리더니 14일 SSG전까지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피안타로 집중타를 맞았다. 트랙맨 기준 직구 평균 시속은 지난해 153.0km에서 올해 151.9km로 그렇게 크게 떨어진 게 아닌데 제구가 흔들리고 있고, 커브 이외의 변화구 완성도가 떨어진다. 투스트라이크를 잡고 난 뒤 맞는 안타도 많을 만큼 경기 운영 능력도 아쉬운 구석이 있다.
아직 완성형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성장통과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이제 프로 3년 차인 문동주는 21살밖에 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좋은 공을 갖고도 타자들에게 많이 맞고 있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선수다. 본인이 직접 느끼고 연습해서 준비하면 앞으로 분명 좋아질 것이다”며 문동주의 성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