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돌아간’ 여진구 “이미지 변신 NO”..여전히 ‘예의바른 국민 남동생’(‘하이재킹’)[인터뷰 종합]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4.06.18 18: 10

 배우 여진구가 ‘악역’으로 완벽 변신했다. 여객기 납치범으로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그가 악역 연기에 도전한 소감을 솔직하게 밝혔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하이재킹’(감독 김성한) 주연 배우 여진구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담은 이야기. 작중 민간 여객기 납치범 용대 역을 맡은 여진구는 납치된 여객기 부기장 태인 역을 맡은 하정우의 제안으로 ‘하이재킹’에 합류하게 됐다.
티빙 예능 ‘두발로 티켓팅’을 통해 하정우와 뉴질랜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던 그는 “감사하게도 뉴질랜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 ‘하이재킹’이라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해 주셨다. 스케줄 맞으면 시나리오를 읽어봐달라고 하셨는데, 뉴질랜드 도착해서 그날 밤에 바로 읽었던 것 같다. 형한테는 뉴질랜드에서 ‘너무 재밌게 읽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한국 돌아가서 확실히 출연 하겠다고 말씀 드렸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여진구는 용대 역으로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묻자 “확실히 ‘왜?’라는 질문이 많이 떠올랐다. 제가 생각했을 때 시나리오는 상황 설명 위주였고 용대의 순간순간 감정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절제돼있었다. 상상을 많이 하게끔 해주는 시나리오였고, 저도 왜 감독님과 작가님이 용대라는 인물에게 이런 이야기를 주셨는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그때 당시 나왔던 기사들을 토대로 용대에 대한 서사는 사실을 기반으로 만드셨다. 감독님이 고민하신 건 용대라는 인물이 이런 사실이 있다고 해서 역할을 정당화시키거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으려 했다. 연구하다 보면 어쩔수없이 용대가 가까워보이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감독님과 서로 조절하면서 최대한 선을 잘 지키려고 했다”며 “영화 안에서도 시나리오 안에서도 한정된 공간에서 용대가 보여줘야하는 에너지에 배우로서 끌렸다. 가장 무서웠던 부분이기도 했고 현장에서 그런 에너지를 잘 다룰 수 있을지 걱정됐다. 그런 에너지에 대한 도전의 감정이 더 세게 느껴져서 하고싶다고 생각했다”고 출연 결심 이유를 전했다.
캐릭터를 위한 외적인 노력도 전했다. 여진구는 “‘하이재킹’을 촬영하면서 얼굴이 날카롭고 사나워보였으면 좋겠어서 (하)정우 형과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살을 좀 빼고 촬영했다. 70년대에 가난하고 힘든 형편이었기때문에 거칠게 표현해보고 싶어서 외적으로는 그런 느낌을 많이 줬다”며 “살을 하도 많이 빼다보니 저울이 싫어져서 거울이나 카메라 화면 보고 이 정도면 됐구나, 안 됐구나를 정하는 편이다. 제가 원래 어릴때부터 체격이 커서 주로 살을 빼고 촬영을 많이 했다. 운동과 식단을 다 할때도 있었지만, 용대는 조각같은 몸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식단 위주로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악역을 연기하며 힘든점에 대해서는 “역할과 제 삶을 분리시키는 훈련을 어릴때부터 많이 해왔다. 그게 잘 적응돼서 저와 동기화시키는 것보다 오히려 떨어트려놔야 몰입이 되더라. 마냥 어릴때는 무조건 나와 한몸으로 만들어야지만 그 감정을 잘 느낄수 있고 좀 더 역할에 몰입되겠구나 싶었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떨어져서 지켜보고 조금 더 멀리서 친구한명 바라보듯 하는게 ‘이런사람이구나’ 하는 게 명확해졌다. 그 덕에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도 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간 여진구는 예의 바르고 번듯한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었다. ‘하이재킹’을 통한 이미지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묻자 여진구는 “매번 관객분들한테 바라는점이 있다면 제가 아닌 그냥 용대가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 거기에서 ‘진구가 저런 역할도 잘 하네’라는 칭찬만 들어도 행복할 것 같다”며 “저는 예의 바른 이미지가 좋아서 바꾸고싶다는 생각이 없다. 예의 바르지만 가끔 장난기도 있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앞서 함께 호흡을 맞춘 하정우는 여진구의 악역 연기에 대해 “눈이 돌아있었다”는 극찬을 전하기도 했다. 여진구는 “제가 사실 어릴때부터 약간 삼백안이라 조금만 위로 치켜떠도 사나울 때가 많다. 오히려 촬영 현장에서는 조금더 밑을 바라보거나 시선을 조절할 때가 있었는데 이번 만큼은 마음껏 위로 치켜떴다”며 “저도 제가 이렇게까지 흰자위가 많고 홍채가 작을줄 몰랐다. 보면서 저도 새로웠다. 너무 무섭게 떴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만 폭행 장면에 대해서는 “공간이 좁은 곳에서 액션을 하고, 계속 감정이 올라와있고 불같이 욱하면서 성내는 인물이다 보니 사전에 스스로 평화를 찾 촬영에 임해도 위협적으로 할 때가 많았다. 실제로 몇번은 (하정우) 형을 때렸다. 리얼하게 해버렸는데, 형은 이해는 해주시고 괜찮다고 하시면서도 어깨동무를 하시고 ‘지금 너무 몰입을 한것도 잘 알고있지만 다른 현장에서 이런 감정 연기를 할 때만큼은 우리가 훈련된 배우로서 감정도 잘 컨트롤 해야하지 않냐’고 말씀해주기도 했다. 제가 형을 한 두번 때린게 아니다. 그럴 때마다 형이 선한 눈빛으로 ‘형은 다 괜찮아 진구야’ 하고 포용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처럼 ‘과몰입’을 하게 된 것은 캐릭터의 감정선 때문이었다. 여진구는 “악역이기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상황이 주는 용대의 감정이 계속 거리 조절이 안 되더라. 호흡도 올라와있고. 제가 이렇게 컨트롤 못 하는 사람인지 몰랐다. 그 전엔 항상 나이스한 역할을 해서 위협을 가하는 장면이 없었다 보니 제가 얼마나 큰지 모르더라. 이번에 알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용대는 자기 목표에 미쳐있는 사람을 보여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겠더라. 용대는 너무 명확했다. ‘나는 무조건 넘어간다’ 이런 에너지만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 감정에만 최대한 집중했다. 여기에서 제가 어떻게 해서 이 사람들을 압도시켜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 몰입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고 해야하나. 해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감정에 대해 두려워지더라. 용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만 집중해서 그것만 생각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2005년 아역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여진구는 곧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1997년생인 만큼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할 나이가 된 것. 여진구는 “군대는 풀려있는 숙제다. 가야죠. 할수있는게 없다. 가는게 명확하다. 구체적인 날짜까지는 확실하게 정해두진 않았는데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된 김에 최대한 다양하게 작품도 하고 팬들도 만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가고싶은 곳도 있어서 준비를 열심히 해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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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만으로 26살이 된 여진구는 “20살때부터 솔직히 30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30대의 자신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그는 “20살때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고, 답답함이 많았다. 연기에 대해서도 그렇고. 어릴때는 일이라는 게 하나의 놀이에 가까웠던 것 같다. 현장학습 가는 기분이었고 그 당시에 주연이나 그런 역할을 계속 맡을 수 있다는 게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 세월이 지나고 나서 점점 연기가 너무 어렵도 무섭더라. 제가 잘 해야하고 저도 예전과 다르게 그냥 즐기면서 연기하는게 아니라 분명하게 표현해야하는 감정이 생기고 개인적 욕심이 들어가다 보니 전과 같은 현장과 연기가 아니었다. 현장 가는게 해야하는 숙제가 엄청 쌓여있는 공간에 가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힘들었던 것 같다”고 과거를 돌이켜봤다.
그는 “20살이 되는것도 한편으로는 내가 성인이 돼서 할수있는게 많아지겠지만 한펴으로는 어찌보면 많은 분들에게 책임감과 무게감 있게 해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계속해서 (연기를) 할수있다는 전제 하에 30대가 됐을 때 내가 살아남아 있다면 탈출구나 나만의 방식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대의 설렘보다는 30대가 빨리 되고싶은 마음이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나에게 큰 작용을 해주길 바랐다”며 “30대가 얼마 안 남은 지금은 제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경험이 쌓인 것 같아서 편안하기도 하고 30대가 기다려지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여진구는 데뷔 20년차라는 것에 대해 “시간이 참 빠르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배우의 꿈을 본격적으로 가진 건 14살이기때문에 완전히 20년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지금까지 계속해서 연기할수있는 삶이 주어지고 있다는것 자체에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할수있도록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곧 서른을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국민 남동생’이라는 이미지가 남아있는 것에 대해서도 “아직 동생보단 형, 누나가 많으니 국민 남동생이다. 조금 더 동생이 많아질 나이가 됐을 때 ‘국민 남동생’이라고 하면 ‘여진구가 무슨 국민남동생이야’ 하지 않겠나. 그런 소리를 들을때까지 얼마 남지않은것같아서 즐기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저는 최대한 ‘항상 선하고 좋은 역할만 맡아왔던 배우가 도전했는데 꽤 선방하네’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많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찍으면서 매번 모든 작품을 기대하게 되지만 ‘하이재킹’은 사람 이야기를 담고싶어서 순수하게 많이 고민했다. 많은 배우들과 감독님과 너무 좋게 행복하게 지낸 현장이라 많은분들이 사랑해주시면 행복할 것”이라고 소망했다.
한편 ‘하이재킹’은 오는 21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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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주)키다리스튜디오, 소니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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