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말꼭', 범죄 미화인가 재조명인가...모친 살해범의 심경 고백 [종합]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4.06.18 08: 50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이하 '이말꼭')이 조심스럽게 첫 선을 보였다.
17일 첫 방송된 '이말꼭'은 진행자이자 영원한 우리들의 아저씨 김창완이 진행자로, 배우 김범이 게스트로 나선 가운데 전 국민을 놀래게 만든 존속살해 사건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여기에 방송인 서동주가 본인의 경험담을 더하고, 정신과 의사 노규식은 사건 속 인물의 심리를 정신과 의사로서 대변했다.
당시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사건은 2011년으로 돌아간다. 고3 수험생 준수(가명)가 집 안에 시신을 방치해오다가 붙잡힌 사건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피해자는 어머니였다. 자고 있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사망하게 한 것. 심지어는 어머니 시신과 8개월 동안 동거해 왔고,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안방의 문을 밀폐하기도 했다. 아들의 이름은 강준수(가명)는 왜 살인범이 되었을까.

사건의 최초 신고자는 준수의 아빠였으나, 엄마와는 5년째 별거 중이었다. 아빠는 준수의 사정을 전혀 알 수 없었고, 사건의 내막을 아는 사람은 준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작진은 준수에게 연락을 취했고, 준수는 직접 카메라 앞에 나섰다. 이미 준수는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존속살해는 최소 7년이지만, 징역 3년을 받았기 때문.
13년 만의 심정 고백을 위해 직접 나선 준수는 "비난하는 분들이 있으실 거라는 생각이 우선 확실히 있다. 잘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조금 있다"라며 조심스레 운을 뗐다. 그는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명확하게는 기억이 잘 안 난다. 먼저 너무 무서웠고, 그다음으로는 죽기 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엌에서 칼을 가지고 어머니가 주무시는 안방으로 가서 어머니를 해쳤다"라고 묘사했다.
이후 밝혀진 준수의 속사정은 충격적이었다. 준수는 "되게 이상한 지점 중 하나이긴 한데, 너무 어릴 때부터 안 그래서 그런지, 제가 친구랑 논다는 개념이 없었다. 아예 없었다"라며 "공부와 관련해서 기억나는 것 첫 번째는, 초등학교 4학년, 쉬는 날 기준으로 11시간 정도 공부 했다"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준수는 국제영어경시대회 등 다양한 교과에서 상을 받아왔고, 초6 때 토익 점수는 875점을 받기도 했지만, 비극은 천천히 시작됐다. 준수는 "중1 때, 첫 시험에서 전교 2등을 했다. 기쁜 마음으로 소식을 전했는데 혼나면서 맞았다. 전교 2등으로 만족했다고. 올라갈 생각을 해야지 하시더라. 억울하기는 하지만, 다음 시험에서 1등을 했는데 기쁘게 갔다가 또 혼났다. ‘전국 1등을 해야지. 전국 중학교가 5천 개인데’라고 혼났다"라고 전했다.
가혹한 체벌도 계속됐다. 준수는 "주로 뭐로 맞았는지가 계속 기억이 난다. 맞는 매가 변천사가 있었다. 초4는 알루미늄 노. 래프팅 보트, 조립식 노지 않나. 찌그러지도록 맞았다. 5, 6학년 때는 대걸레 봉. 쇠로 되어있던 것. 중학교 때는 나무로 된 야구 배트였다"고 털어놨다. 특히 준수는 “제가 중3 때, 엄청 충격을 받은 게, 20년 교육 플랜을 이미 다 짜셨다고 하더라. 영화 ‘트루먼 쇼’ 주인공이 자기의 계획된 삶을 발견할 때 충격 비슷하게, 섬찟했다”라며 "1년 치 계획은 탁상 다이어리에, 한 달짜리 체크리스트도 있었다. 그다음에 하루하루씩 쓰던 계획표도 있었다. 구체적으로 적었다. 몇 시부터 몇 시 까지 어떤 영어를 할지 쭉 적고, 밥 먹고, 줄넘기는 몇 개 하고, 이런 식으로 다 적었었다. 그럼 체크하면서 하루를 다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준수는 외고 입시에 떨어지고 말았고, 계획이 틀어지자 체벌은 더 심해졌다. 준수는 "그때부터 7번 아이언이 매가 되었다"라며 "준비하라고 하면 바지를 갈아입었다. 맞을 때 입는 바지가 있었다. 엉덩이 부분이 피로 절여져 있었는데, 빨아야 하는 게 빈도 감당이 안 되어서. 그건 빨지도 않고 계속 맞는. 그런 거였다. 기대고 자고, 엎드려서 자다 걸리면 혼났다. 공부하는 데가 거실에 있었다. 어머니는 안방에 계시지만 문을 열어놓고 계셨다. 어머니를 설득하지 못하면 혼나는 게 끝나지 않았다. 낭비한 시간을 줄이려면 시간을 재서 맞아야 한다고 하더라. 시간을 재서 40분에 한 번씩 정산하면서 맞았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준수는 밤을 새우고 혼나고 등교하는 일도 있었다고. 반항도, 가출도 해보았지만, 소용은 없었다. 이미 신뢰를 저버린 아빠에게도 의지하지 못했다. 준수는 결국 자포자기했고, 성적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준수는 성적표에 위조를 하기 시작했다. 2011년 1월, 사건 발생 2개월 전. 준수는 고3 수험생이 되었다. 그리고 그해 봄, 아버지는 정식으로 이혼 통보를 했다. 엄마는 부쩍 신경이 날카로워졌고, 사건 발생 3일 전, 새로운 체벌이 추가됐다. 밥도, 잠도 금지됐다. 잠이 쏟아지면 밤이 새도록 훈계와 체벌은 계속됐고, 사건 당일이 되었다.
준수는 다가오는 입시 면담일에 공포를 느꼈다고. 준수는 "입시 면담이 오면 성적 위조를 커버할 수 없을 테니까"라며 "저 날에는 모든 게 다 끝나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엄마한테 맞아서 죽겠구나, 생각했다. 너무 무서웠고, 그다음으로 죽기 싫다고 생각했다"라며 어머니를 살해하게 되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시체를) 옮긴다거나, 숨긴다거나, 그런 생각은 안해봤다. 처음에는 문도 안 닫았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냄새도 나고 하니까, 문을 닫았다. 그 뒤로 거실의 불을 켜놓고 살았다. 악몽이라 할지, 환청이라 해야 될지. 어머니가 부르시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죄책감이 컸던 거 같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어머니는 최고의 사랑을 주신 거다. 인생을 갈아 넣어서 저를 키워주신 거다. 저는 저희 어머니께서 점점 더 힘들어하실 때, 점점 더 저한테 푸시를 했을대, 인제야 해석이 되는 건, 어머니께서 점점 더 불안하고 두려워지셨다는 거다. 진짜 후회되는 건, 저희 어머니께 내가 아니어도 어머니는 대단하고, 귀한 사람이고, 어머니는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위로해 드리지 못한 게 후회된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올해 준수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고 한다. 언젠가는 아이들한테도 모든 걸 털어놔야 할 때가 올 텐데,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그 준비를 하면서 살겠다고. 그는 “계속 아내와 이야기하며 준비 중이다. 기도하기도 하고, 각오하기도 하고 있다. 아직 어떻게 말할지 잘 모르겠다"라고 고백했다. 또한 그는 혹시라도 지금 열여덟의 자신과 같은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자신과 같은 선택과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방송 이후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동정 여론은 그저 여론에서 끝나야 한다", "안타깝지만 범죄자 서사 부여는 위험한 일", "살인을 정당화하는 느낌" 등 비판의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생각할 지점이 많아지는 방송이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 "범죄 미화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등 옹호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는 알려진 사건 속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세간을 놀라게 만든 사건, 사고 속 주인공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신개념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으로 매주 월요일 오후 10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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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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