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이 단돈 5000달러(약 700만원)에 불과했던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한 해 두 번의 노히터 게임을 할 뻔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우완 투수 로넬 블랑코(31)가 그 주인공이다. 투구수가 증가하면서 7이닝 노히터에 만족했지만 올해 휴스턴의 깜짝 스타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블랑코는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동안 볼넷 3개만 허용했을 뿐 삼진 8개를 잡으며 무실점 노히터로 휴스턴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1회부터 2타자 연속 3구 삼진 포함 공 10개로 삼자범퇴하며 시작한 블랑코는 5회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펼쳤다. 이때까지 투구수도 53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오 어셀라에게 볼넷을 내주며 퍼펙트가 깨진 뒤 폭투가 나오면서 제구가 흔들렸다.
아킬 바두 카슨 켈리와 연속 6구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지만 볼넷을 허용하면서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잭 맥킨스트리를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실점 없이 노히터 행진을 이어가긴 했지만 5회에만 25개의 공으로 힘을 뺐다.
6회에는 탈삼진 없이 공 8개로 삼자범퇴하며 투구수를 관리했다. 그러나 7회 1사 후 콜트 키스를 3루 땅볼 처리하긴 했지만 9개의 공을 던지면서 투구수가 늘었다. 7회까지 총 투구수 94개였고, 8회 이닝 시작과 함께 구원 라이언 프레슬리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조 에스파다 휴스턴 감독은 교체를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스파다 감독은 “블랑코가 올해 100구 이상 던진 게 4경기나 된다. 98구도 2경기 있었다. 교체하는 게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며 “5회에 볼넷 3개를 내준 것이 아쉬웠지만 7이닝 노히터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블랑코도 “교체될 때 화나지 않았다. 투구수가 많아서 내가 경기를 끝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교체를 그냥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날 블랑코는 최고 시속 95.5마일(153.7km), 평균 93.4마일(150.3km) 포심 패스트볼(37개)에 슬라이더(26개), 체인지업(25개), 커브(6개)를 던지며 디트로이트 타선을 잠재웠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블랑코는 원래 포지션이 내야수였다. 18세에 투수로 전향한 뒤 2016년 4월 계약금 5000달러(약 700만원)에 휴스턴과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했다. 비교적 늦은 23세에 맺은 헐값 계약이었지만 마이너리그 육성 과정을 거쳐 202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블랑코는 3년차가 된 올해 풀타임 선발 기회를 잡았다. 저스틴 벌랜더, 루이스 가르시아, 호세 우르퀴디가 부상으로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하면서 블랑코에게 시즌 시작부터 선발 기회가 왔다.
첫 등판이었던 지난 4월2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9이닝 105구 2볼넷 7탈삼진 무실점 노히터 게임으로 화려하게 시즌 스타트를 끊은 블랑코는 4월8일 텍사스 레인저스전까지 개막 후 44아웃 연속 노히터로 1961년 리그 확장 시대 이후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15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이물질 사용에 적발돼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13경기(77⅔이닝) 7승2패 평균자책점 2.43 탈삼진 75개 WHIP 0.97 피안타율 1할6푼4리. 아메리칸리그(AL) 피안타율 2위, 평균자책점 6위, 다승 공동 7위, WHIP 7위에 오르며 단숨에 휴스턴의 에이스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