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 아이유의 성덕으로 등장했을 땐 유재환의 결말이 극단적 선택 시도와 정신병원일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유재환은 2015년 방송된 인기 예능 '무한도전' 가요제 편에 등장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박명수가 아이유와 같은 팀이 되면서, 아이유가 그들의 작업실에 찾아왔고, 유재환은 박명수의 작곡가로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 섰다. 당시 유재환은 '동네 슈퍼마켓 스타일'을 연상케하는 옷차림에, 아이유 앞에서는 소녀팬처럼 어쩔 줄 몰라하는 순수 폭발 리액션으로 주변을 폭소케했다. 현장에 있던 아이유, 박명수는 물론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까지 무장해제 시키며 화제의 인물로 급부상했다.
높은 화제성에 힘입어 그해 '무한도전' 가요제 고정 출연자처럼 등장했고, 최종 무대 '이유 갓지(GOD G) 않은 이유' 무대에도 오르며 대미를 장식했다. 마지막까지 해맑게 웃으며 뱃살 댄스를 선보였고, 그야말로 '벼락 스타'가 됐다. 이후 무명의 작곡가에서 인기 방송인으로 거듭나 고정 예능을 꿰찼고, 전속 계약을 맺는 등 소속사도 생겼다. 다소 통통했던 몸매와 비주얼은 극한의 다이어트를 통해 꽃미남으로 변신, 다이어트 아이콘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런 유재환이 또 한번 대중의 관심을 모은 건 깜짝 결혼 발표였다. 지난 4월 23일 작곡가 겸 예비신부 정인경과의 결혼을 직접 발표했다.
그는 "저는 사랑하고 있어요. 그래서 결혼 준비 중이에요"라며 "지금 가장 힘든 이 시기에 저에게 너무 큰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생긴 것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많은 응원과 축복 부탁드릴게요"라며 "아직 조금 많이 시간이 남아 결혼식 전에 청첩장 꼭 만나서 드릴게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결혼 소식을 접한 동료 연예인 김가연은 "오오오오오오오..재환아 축하해", 레인보우 지숙 "와!!!!!!!!축하해요!!!!!!!!!", 태양의 형 동현배는 "너무 축하해~~~~~", 딘딘은 "워~~~ 축하해~~", 장성규는 "축하해 재환아!!!" 등의 댓글을 적었다.
그러나 이틀 뒤, 작곡비 사기 논란과 성희롱 의혹이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 작곡가의 사기를 폭로하는 글이 업로드 됐는데, 그 주인공이 유재환이었던 것. 뿐만아니라 결혼을 발표한 예비신부를 "이복동생"이라 소개하며 다른 여성에게 접근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유재환은 입장문을 올리고 "이번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여러분께 드린 실망에 대하여 깊이 반성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오늘까지도 한분한분 직접 찾아 추가적으로 원하시는 환불희망자에게 변제날짜도 말씀 드렸다. 다만 금액이 너무 커서 지금 당장 한번에 모든 분께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분할 변제 양해부탁드리고있으며 제가 말씀드린 날짜는 무조건 책임지고 지킬 것"이라고 사과했다.
다만 성추행, 성희롱에 대해선 "전혀 아니었다"며 "본의 아니게 몇몇 여성지인분들께 오해와 마음의 상처 드려 정말 너무나도 죄송하고 사과드린다"라고 오해임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죽고싶은 마음이 가장 크고, 부끄럽고 후회스러운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걸 잘알기에 앞으로 성실하게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다시 제대로 살아가고싶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죄송하고 반성하겠다. 음악 만드는 걸로 평생을 살아오고, 할 줄 아는게 음악밖에 없어 자숙하고 음악으로 봉사하며 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알려진 유재환의 소식은 더욱 충격이었다. 6월 10일 유재환은 SNS에 "저는 그만 인생에서 하차하려 합니다"라며 마치 유서 형식의 글을 남겼다.
이어 "어쩌다 제 인생이 이렇게 망가졌을까요. 제 언행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수면제 섭취로 인해 판단 장애도 오고 인지 능력 저하도 오고 참으로 말 못하게 못난 지난날이었습니다"라며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너무 미안하고 가진 돈이 4000원 뿐이라 환불 못해줘서 너무 미안하고 170여명의 작곡을 혼자 하려니 이것부터 말이 안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가는 마당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러나 음원이라는 걸 모두 가져보게 하는 게 진심이었던 걸 기억해주세요"라고 고백했다.
유재환은 해당 글을 올리기 5일 전 극단적 시도를 했고, 병원 치료 후 다시 자택으로 복귀했다고. 이 과정에서 당시의 심경을 알리기 위해 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유재환은 "피해자 분들, 제가 죽었다 깨나보니 진심으로 변제하고 싶습니다. 한분 한분 카톡 전화 등등 드릴게요. 5일동안 꿈꾸다 왔습니다"라고 전했다.
유재환은 자택에 있는 작업실에서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오후 늦게 약 2시까지 일어나지 않자 그것을 이상하게 여긴 유재환의 모친에 의해 발견됐다. 유재환은 119 구급대원에 의해 자택 근처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 의식없는 상태로 호송돼 긴급하게 소생 치료를 받고 중환자실로 옮기게 됐고, 이틀 만에 의식이 돌아와 퇴원 뒤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의식을 되찾은 뒤 유튜버 카라큘라와 전화통화에서 "너무 무서웠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카라큘라' 측에 따르면, 유재환은 가족과의 협의에 따라 당분간 정신병원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다만 자신이 실제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주장하는 네티즌은 "아직까지 피해자들에게 사과 연락을 돌리지 않았다"고 댓글을 남겨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연 유재환이 모든 피해자들에게 변제를 마무리하고 논란을 해결할 지, 아니면 이대로 영영 연예계와 멀어질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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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무한도전' '카라큘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