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데뷔 첫 10세이브를 달성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마무리투수 주현상(32)에겐 잊을 수 없는 청주 시리즈가 될 듯하다.
한화는 지난 18일부터 제2의 홈구장 청주에서 키움과 3연전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5년 만에 열린 청주 경기로 이곳 출신인 주현상이 시리즈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현재 한화 선수 중에서 유일한 오리지널 청주 태생 선수로 지역 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주현상은 “거의 10년 만에 청주에서 경기한다. 고향 팬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더 열심히 던질 생각이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인데 야수일 때는 내가 홈런을 치는 타자가 아니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제는 투수이기 때문에 (작은 구장이) 신경 쓰이긴 할 텐데 더 집중해서 던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5년이 청주에서 뛴 마지막 경기로 기억한다. 그때 포수도 했었다”고 떠올렸다. 2015년 입단 당시 내야수였던 주현상은 그해 두 차례나 포수 마스크를 썼는데 2015년 7월15일 청주 롯데전이 그 중 한 경기였다. 6회 대타로 나선 뒤 3루 수비에 들어갔지만 한화가 조인성, 허도환 2명의 포수를 모두 소모한 뒤 연장전에 돌입하면서 주현상이 10회 포수로 안방을 지킨 것이다.
당시 한화 필승조 투수 권혁과 배터리를 이뤘지만 10회 대타 김주현에게 투런 홈런을 맞고 한화가 10-12로 졌다. 이후 2016년 6월17~18일 청주 넥센전을 교체로 2경기 뛰었지만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던 주현상은 8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고향을 찾았다. 포지션은 투수로 바뀌었고, 백업 선수에서 마무리로 팀 내 위상도 몰라보게 바뀌었다.
내야수 때부터 강한 어깨를 뽐낸 주현상은 2019년말 투수로 전향한 뒤 2021년부터 1군 투수가 됐다. 지난해 1점대(1.96) 평균자책점을 찍으며 필승조로 떠오른 주현상은 올해 4월부터 마무리로 승격됐다. 마무리 기회가 자주 오지 않아 세이브 숫자는 많지 않지만 1점대 평균자책점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상대 타자가 누가 나오든 신경쓰지 않는다. 작년부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내 기운이 더 세고 강하다는 생각으로 던진다”고 말하는 주현상은 “우리 팀에 토종 청주 출신이 나밖에 없다. 청주에서 세이브 상황이 오면 어떻게든 경기를 꼭 끝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3연전 첫 경기였던 18일부터 약속을 지켰다. 선발 류현진이 8이닝 무실점 위력투를 펼친 뒤 3-0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오른 주현상은 2사 후 송성문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마지막 타자 이원석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세이브를 거뒀다. 투수로 돌아온 고향 청주에서 첫 세이브를 거둔 순간. 경기 후 주현상은 “부모님과 친구들이 오늘 구장에 왔다. 고향에서 세이브를 하니 기분이 다르다”며 웃었다.
19일 경기에서도 주현상에 세이브 기회가 왔다. 14-6으로 크게 앞선 8회 불펜이 4점을 주면서 갑자기 흔들렸다. 14-10으로 쫓기며 2사 만루 위기가 이어지자 결국 주현상이 호출을 받았다. 원성준과 9구까지 가는 승부에서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잡고 급한 불을 껐다.
이어 9회 2사 후 로니 도슨에게 좌월 2루타, 김혜성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송성문의 빗맞은 느린 타구가 유격수 내야 안타로 이어져 1실점했다. 운이 따르지 않아 1점을 내줬지만 최주환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14-11 승리를 지켰다. 1⅓이닝 동안 29구를 던지며 3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1실점으로 4아웃 세이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