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낚시' 감독 "손석구 맨손 낚시, '노인과 바다' 참고했죠" [인터뷰②]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4.06.20 14: 20

(인터뷰①에 이어) 영화 '밤낚시' 감독이 배우 손석구와 함께 한 실험적인 '스낵무비'에 대한 도전 의미를 강조했다.
2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밤낚시'를 연출한 문병곤 감독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밤낚시'(감독 문병곤)는 어두운 밤 전기차 충전소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휴머니즘 스릴러다. 12분 59초라는 짧은 상영 시간의 단편영화로, 단돈 1천원의 표값과 짧은 상영 시간으로 인해 '스낵 무비'라는 독창적인 장르를 개척했다. 

특히 영화는 제작사 스태넘과 공동제작사인 현대자동차의 전기차량에 부착된 카메라 구도에만 의지해 작품을 선보인다. 문병곤 감독은 "자동차 카메라로만 찍는 게 '밤낚시'의 조건이었다. 훨씬 더 어렵고 재미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이 프로젝트의 씨앗이었다. 그 게 있고 이야기를 발전시켰다"라며 "제일 힘든 건 '왜 자동차 카메라로 찍지?'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야 했다. 뭐든 카메라로 찍으면 찍는 건데 하나의 테마로 묶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눈밭에 갇힌 건 서사는 전달할 수 있으나 굳이 자동차 카메라로 왜 찍지?라는 의미를 더해야 했다. 요원의 증거 채집 영상이라면 설정이 맞는 거니까 자동차 카메라로 찍는 게 됐다. 그 베이스가 안정감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낚싯줄을 손으로 당기는 장면은 기대 이상의 예상치 못한 그림이 나왔다. 원래는 촬영하다가 천장에서 외계인이 도는 장면이 있었다. 4분할 화면으로 나왔다. 클라이맥스로 4분할 화면이 번쩍거리는 게 있어야 했다. 그 대신에 클라이맥스에 뭐가 있어야 된다고 고민하다가 메인 레퍼런스가 '노인과 바다'라는 소설이었다. 그 소설에서도 가장 강렬한 장면이 맨손으로 낚싯주을 당기는 거였다. 요원이 차량에 안전띠로 묶고 한번 더 낚싯줄을 손으로 당기면 의미적으로 맞겠다고 생각했다. 외계인도 철조망에 갇혀있는데 요원도 뭔가에 감기는 같은 고통을 겪는 거다. 공감 포인트가 확보가 된 거다. 그게 예상치 못했던 장면을 수확한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자동차 카메라로 사용한 컷이 몇 개 있다. 다른 데에는 똑같은 시점으로 찍은 거다. 차에서 녹화를 빼는 것들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아서 섞어 썼다"라고 밝힌 그는 "자동차 카메라로만 찍은 작품이 있을까 일주일 동안 구글링과 유튜브에서 검색을 엄청 했다. 후방카메라로 찍는 영상 하나만 봤다. 이후엔 못 찾았다. 나중에 개봉한 다음에 검색해보니 예전에 1953년에 김기영 감ㄷ고님이 '나는 트럭이다'라는 작품인데 트럭의 시점, 엔진의 시점으로 찍은 게 있더라. 미군 군용 트럭인데 폐차장에 간 내용이었다. 일정한 서사가 있는 건 아니고 구도상으로 도전했던 시기인 것 같았다. 동물의 시점도 찍으니까 차의 시점으로도 찍은 것 같더라"라고 털어놨다.
다만 분량의 한계로 인해 친절하게 설명하는 작품이 되지는 못한 '밤낚시' 이에 대해 관객에게 전달이 제대로 될지 우려도 있었다. 문병곤 감독은 "제 기준은 경찰의 바디캠이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화면이다. 되짚으면서 정보를 거듭하는 게 바디캠의 콘셉트다. 어느 정도 콘셉트상 용인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현장성이 제일 큰 우선권이었다. 설명에 충분한 스페이스가 있다고 생각한 게 라디오 방송이었다. 자동차에 라디오 방송이 있으니까 이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은유를 넣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보면 조합이 바로 안 될 수도 있지만 이 콘셉트에 맞다고 생각해서 실험적인 시도를 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스토리 면에서 '구해준 거야? 놓친 거야?'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한 편으로는 그 상황이 재미있었다는 분들이 많아서 좋았다. 어떤 분이 '뭐지?뭐지?'라는 댓글고 썼더라. 저는 사실 어느 정도 궁금증이 일어야 찾아보면서 다시 조합되는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기대하기도 했다. 저희가 나름 심어둔 코드가 있었다. 그런 것들을 다시 찾는 재미도 주려면 영화 자체가 답답한 궁금증이 아니라 능동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길 바랐는데 그런 반응이 있어서 좋았다"라며 웃었다.
긑으로 그는 "이게 실험이고 시도이다 보니 어떤 결과값을 생각하기 보다는 기획을 명확히 하고 의미를 잃지 말자고 했다. 제 '뇌피셜'인데 각자 하던 것에서 50% 정도의 그레이 영역이 있었다. 그 영역을 줄여나가면서 조금 더 밝하지게 한 거다. 성취감은 조금 내부적으로 있었다. 자동차 카메라로 이야기가 완성됐고, 극장 개봉도 하고, 1천원 스낵무비 콘셉트도 나왔고 새롭게 보는 것 같았다. 자기 포지션에서 그레이 영역이 있다는 건 굉장히 불안한 거다. 그 다음엔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 광고와 영화는 더욱 방식이 다르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밤 새서 회의하는 게 많았다. 여기서 존중이 있었다. 손 배우와 저도 존중 받았고 마케팅 측면을 존중하면서 배운 것들이 많다. 이 배움의 과정들이 저희는 큰 의미였는데 관객 분들이 재미있어 해주시니 더욱 보람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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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태넘, 마켄프로덕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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