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섬가이즈’ 감독 “이성민X이희준, 사랑스러워 보였으면” (종합)[인터뷰]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4.06.21 12: 41

 남동협 감독이 영화 ‘핸섬가이즈’ 연출 비하인드를 전했다.
20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핸섬가이즈’ 남동협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핸섬가이즈'(각본감독 남동협, 제공배급 NEW,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재필과 상구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됐던 악령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고자극 오싹 코미디 작품이다. 

시사회 이후 좋은 평가와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작품에 대해 남 감독은 “감사한 마음으로 최대한 관객분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있는데, 아직 여전히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결과적으로는 다음 주에 개봉하고, 실제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시는가가 중요한거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들뜬 마음을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상류사회’, ‘머니백’, ‘티끌모아 로맨스’ 등의 조감독으로 경력을 쌓아온 남동협 감독은 이 영화로 첫 감독으로 데뷔하게 됐다. 이에 남 감독은 “매 현장에서는 다른 상황이 벌어진다. 장르에 따라 현장 분위기도 다르고, 배우들도 달랐다. 그러다 보니 여러 상황에 대한 대처나, 이런 걸 요구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이 되는 장점이 있더라”라면서 “그래서 감독으로 첫 연출에 나섰을 때 제일 걱정했던 건, 제가 먼저 타협할까봐 였다. 현장에서 무언가를 요구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스태프들이 얼마나 힘들어할지를 너무 잘 아니까”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래서 혼자 지레 포기하거나 타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그러다가 스태프와 타협하더라도, 스스로와는 타협하지 말아야겠다 했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내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도록 해야겠다 싶었다. 어쨌든 작업 할수록 힘들 수밖에 없고, 저도 편해지고 싶어 하겠지만, 제가 포기하면 끝난다 싶었다. 이게 내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조감독 시절을 돌아본 그는 “처음 제작부 생활부터 조감독 생활까지, 제가 겪었던 모든 현장에서 나온 관계가, 지나고 보니 다 연결되더라. 성민 선배님조차도 조연과 조감독으로 만나기도 했다. 물론 그게 ‘핸섬가이즈’ 캐스팅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지만, 덕분에 이번 현장에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조감독 시절 사람들의 평판들도 감독하게 되는데 알게 모르게 작용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고 느끼게 되니, 나쁜 짓 안 하고, 사람들에게 잘하고 살아야겠다고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작품을 만들게 된 것도 워낙 복 받은 상황이라 생각했다. 사실 저도 저 자신을 믿기 힘들지 않나. 제삼자들은 더 그랬을 텐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점점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자연스레 생기면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주연 배우분들이 저를 신뢰하면서 지지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마음 편하게 첫 데뷔작을 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이지 않나 싶다”라고 전했다.
‘핸섬가이즈’는 캐나다 작품인 ‘터커 & 데일 vs 이블’을 원작으로 두고 있는 가운데, 원작의 핵심 줄거리는 가져오되, ‘악령’이라는 오컬트 요소를 추가, 원작서 다소 높았던 잔인함의 수위는 절제하는 등, 국내 정서에 맞는 각색을 선보인 작품이다.
남 감독은 리메이크 계기에 대해 “원작을 2~3년 전에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한국 영화로 리메이크하겠단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제가 생각했던 정말 재미있는 코미디 영화는 혼자 집에서 봐도 실소가 나오고, 웃음이 나오는 거로 생각했다. 그때는 이 콘셉트가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영화 본연의 매력, 착한 사람들인데 범죄자로 오인당하면서 생기는 일련의 사건들. 관습을 타파한 지점들이 매력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코미디 영화 TOP3에 드는 영화였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렇게 조감독 생활을 해오다가, 데뷔 준비를 해보자고 제안이 먼저 왔었다. 제가 써 놓은 시나리오나 아이템도 검토를 하긴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고, 아쉬운 지점도 있는 와중에 불현듯 원작이 떠올랐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에, 호러 콘셉트를 가미하는 것도 같이 해보았다. 오두막 안에 악령이라는 설정이 더 들어오면, 조금 더 이 영화가 더 오락적이고 대중적인 영화로 세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초안이 되는 시나리오를 빨리 써봤고, 대표에게 보여드렸는데 너무 좋아해 주시는 거다. 저의 성향도 너무 잘 아시니까, ‘너랑 딱 어울리는 것 같다’면서 이야기를 더 확장해 보라고 하시더라. 준비를 그렇게 했고, 회사에서도 판권 진행을 곧바로 해주셔서 지금의 이야기까지 만들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남 감독은 “당연히 원작이 있는 작품이 리메이크할 때는 어느 정도 원작에 비교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담감이 없었다곤 할 수 없다. 그래도 최대한 원작 팬들조차도 실망하게 하지 않는, 예우를 갖춘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뛰어넘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다. (다만) 이걸 어떻게 한국 산업 영화로 사랑받을 수 있게 세팅하느냐의 고민을 많이 했다”라며 “원작 자체도 기존의 호러 영화의 전형적인 형식이나 클리셰를 비튼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저도 원작을 가지고 각색하는 과정에서 원작의 장점을 최대한 가져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원작에 없던 호러 요소를 추가하게 됐는데, 그런 사항까지도 원작에서 시작된 핵심적인 콘셉트들을 어느 정도 색깔을 유지하고 싶었다. 호러, 스릴러, 코미디라는 틀 안에서 장르들을 최대한 열심히 성실하게 표현하되, 모두가 아는, 일반적인 패턴으로는 안 가는 영화야, 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특히 남 감독이 각색에서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캐릭터’였다. 그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재필 상구, 민아(공승연 분)까지도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캐릭터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재필과 상구는 극 중 설정이 소외당하는 인물들이라는 설정이다. 험상궂어 보이는 인물들인데, 일상에서도 그런 분들을 만날 기회가 꽤 있는데, 저희조차도 그런 선입견 속에 갇혀있기도 있지 않나. 하지만 재필과 상구는 오해와 편견 속에서 살지만,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그런 시선들이 피곤해서 둘이 조용히 살기 위해 숲속 산장을 구입해서 온 게 아닌가, 싶다. 영화에서 잘 드러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나름대로는 그런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쨌든 코미디와 호러의 내피를 두르고 있지만, 이들이 정말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민아도 그렇다. 민아 외의 친구들은 소위 ‘잘난’ 사람들인데, 민아는 상대적으로 서민적인 아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 친구들이 민아를 바라보는 편견과 선입견, 오해가 있는 거다. 민아는 그걸 몰랐다가 알고 나서 상처를 받게 된다. 결국 민아 조차도 본인이 받은 상처를 말미에서는 상구 재필을 만나며 극복하는 엔딩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사실 최종 빌런도 악마이기도 하면서 성빈(장동주 분)일수도 있지 않나. 민아가 빌런을 물리치면서 자신에게 상처를 주던 존재를 파괴하고 극복하는 그림이 되길 바랐다”라고 전했다.
각색 과정에서 서양 오컬트의 개념을 가져온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원작의 캐릭터 공간을 가져오다 보니 그랬다. 작품 속 공간 자체가 굉장히 미국적인 공간이다. 숲, 그 속에 있는 산장까지. 물론 동양적인 귀신을 생각해 볼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원작에서 출발하다 보니 조금 더 서구적인 그림과 장면들을 자연스레 떠올렸던 거 같다. 거기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자연스레 반영된 것 같다. 제가 8~90년대의 할리우드, 홍콩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다. 그 당시 유행했던 호러 영화들을 보고 자랐다 보니 제 취향들이 자연스럽게 초점이 되었고, 한국적인 귀신보다는 서양 악령의 형태가 잠들어 있는 설정이 나온 거 같다. 계산보다는, 자연스럽게 되었다. 원작과 저의 정서가 반영된 작품”이라며 웃었다.
코미디에 대한 이야기도 놓칠 수 없었다. 남 감독은 “최근에 시사회 이후에 제가 들었던 칭찬, 같은 게, 지인들이 ‘딱 너 같은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하더라. 나를 맥이는 건가? 싶으면서도 기분이 좋은 반응이었다”라고 웃으며 “그만큼 저는 기본적으로 코미디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저대로 준비하던 시나리오도 그랬다. 원래 로맨틱 코미디도 좋아하고, 휴먼 코미디도 좋아한다. 코미디가 들어가 있는 장르들을 기본적으로 선호하는 편”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금도 반응을 보면 ‘하이’ 하다. 끝까지 간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정제했다. 수위 조절에 애를 많이 썼다. 남 웃긴다는 게 진짜 힘들다는 걸 만들면서 알았다. 사람마다 다 웃기는 포인트가 다르고, 취향이 다르다는 걸 만드는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시나리오 쓰면서도 비슷했다. 나는 재미있어서 썼는데, 누구는 유치하다 하고, 누구는 하나도 안 웃긴다고 하고, 모니터할 때마다 각양각색의 반응이 있었다”라며 “그러면서도 공통된 생각을 모으려고 노력했다. 나만 재미있는 것들은 최대한 덜어내려 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재미있어야 대중 영화가 되는 거니까. 시나리오 작업 과정은 정제와 절제의 연속이었던 거 같다”라고 떠올렸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현장에서 웃긴 상황을 경계했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앞에서 쇼맨십을 보여주니까, 현장에서는 웃음이 안 터질 수가 없다. 겉으로는 그래도 최대한 제 감정을, 티를 안 내려고, 냉정해지려 했다. 다 같이 코미디라고 해서 계속 하이, 오버톤이 되면 결국 관객들이 너무 가짜라고 느끼고, 지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위 조절을 위해, 현장에서 현혹되지 않으려고 했다”라며 “대체적으로는 배우분들이 톤을 잘 잡아 와서, 크게 그럴 일은 없었다. 간혹 조금 과하다 싶을 때는 낮춰서 가보기도 하고. 너무 다운되는 것 같으면 하이하게 가보기도 했다. 배우들도 스스로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다 보니,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에 정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다”라며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렇다면 남 감독의 ‘최애’ 코미디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제 생각엔 박지환 씨가 나오는 장면, 그리고 신부님(우현 분)의 장면”이라며 “사실 이성민 선배님이 신부님 장면을 너무 좋아하신다. 언론배급시사회 때 처음으로 영화 전체를 시사한 건데, 언론 반응에 대한 긴장도 긴장이고, 저는 그전에 출연한 배우들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도 걱정되고 긴장이 되더라. (다행히) 성민 선배님도 관객들과 즐기면서 보시는 걸 봤다. 그 이후에 일반인 이벤트 시사를 하면서 무대인사를 했는데, 성민 선배님이 관객 반응도 확인하고 싶어 하더라. 본인도 이 영화가 마음에 들다 보니, 일반 관객도 좋아할까 싶어서 뒤에서 몰래 같이 보셨다. 다행히 관객 반응이 좋으니 흐뭇하게 보시다가, 신부님 장면이 나오기도 전에 혼자 먼저 웃으시는 거다. 상상만 해도 좋으신 건지. 저는 혼자 분위기 깰까 봐 당황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끝으로 남동협 감독은 “제 데뷔작인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거겠지만, 이 작품을 준비할 때 어느 순간부터 남다른 책임감이 느껴졌다. 한국 영화시장에서 자주 선보이지 않는 영화이기도 하고, 앞서 비슷한 영화 중에 외면을 받은 작품도 다수 존재한다”라며 “어쩌면 ‘핸섬가이즈’ 같은 작품은 자주 만나기 힘든 종류의 영화일 수도 있다. 남들이 쉽게 안 하는 걸 했는데, 잘 되어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한국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번에 (‘핸섬가이즈’가) 외면을 받게 되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 물론 제가 살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것도 있겠지만”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66년 만에 가장 더운 6월 달이라고 하더라. 저희 영화에도 66년 6개월 전이라는 과거 비하인드 설정이 있는데, 이게 좋은 징조인가? 싶다. 이게 다 관람객들에게 ‘핸섬가이즈’를 보게 하려는 계시인가?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있다”라고 웃으며 “우리 영화는 귀신의 집 안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재미가 있는 듯한 영화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에 ‘탈주’, ‘하이재킹’ 등 여러 한국 영화들이 개봉하게 되었는데, 다들 오셔서 골고루 영화를 관람해 주셨으면 좋겠다. 다른 작품도, 우리는 우리 영화대로 잘 되어서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라며 관람을 당부했다.
한편 ‘핸섬가이즈’는 6월 26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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