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보검은 거듭 울고, 호통치던 코미디언 박명수도 아련해졌다. 출연진도 시청자도 열광시키던 김태호 PD의 섬세한 감동코드가 'My name is 가브리엘' 첫 방송부터 빛났다.
JTBC 신규 예능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My nabe is 가브리엘, 약칭 가브리엘)'이 지난 21일 첫 방송됐다.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은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세계 80억 인구 중 한 명의 이름으로 72시간 동안 '실제 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스타들의 모습을 비추는 리얼리티 예능이다. 배우 박보검과 지창욱, 염혜란, 코미디언 박명수, 방송인 홍진경, 유튜버 덱스, 댄서 가비 등이 '가브리엘'의 삶에 도전한 가운데 첫 방송에서는 박보검과 박명수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첫 주자는 박보검이었다. 어떤 정보도 없이 무작정 비행기 티켓을 받고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향한 그는 중년의 아일랜드 남성 '루리'가 됐다. 루리는 더블린에서 버스킹을 펼치며 활약 중인 남성 아카펠라 합창단 더 램파츠의 단장이었다. 집 곳곳에 있는 악보, 지휘봉 등 음악가의 흔적에 긴장했던 박보검은 루리의 친구들을 만나 '합창단 리더'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실제 박보검은 대학교에서 뮤지컬학과를 전공하고 졸업공연에서 음악감독까지 했을 정도로 음악에 문외한은 아니었다. 그러나 합창단 단장으로 오랜 시간 활약해온 '루리'의 삶에 적응하는 것은 별개였다. 루리의 친구들을 만나 간신히 '가브리엘'에 적응했던 박보검은 합창단 연습에 극도로 긴장했다.
급기야 그는 루리의 솔로곡을 연습해야 하는 순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가브리엘' 제작진에게 "박보검이 아닌 삶은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부터 울컥할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한 박보검이었지만, 루리의 합창단원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 것은 남다른 일이었다.
머리를 쥐어 뜯으며 힘들어하는 박보검을 향해 더 램파츠 단원들이 계속해서 응원의 말을 아끼지 않던 상황. "너 정말 잘하고 있어", "우리한테 해준 조언도 좋았어", "루리 일주일 만에 너무 좋아졌는데?"와 같은 유쾌한 농담과 응원이 '루리 박보검'에게 쏟아졌다. 이에 박보검은 당시 눈물에 대해 "마음이 경건해졌다. 공간이 주는 울림이 정말 크더라. 노래 멜로디도 화음도 너무 아름답게 쌓여 있는데 나는 여기서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면서 잘하고 싶은데 이 분들이 잘하라고 눈빛 보내주면서 너무 아름답게 불러주시니까 거기서 울컥했다"라고 설명했다.
박보검의 뒤를 이어 박명수의 일상도 공개됐다. 그가 향한 곳은 태국 치앙마이. 박명수는 그 곳에서 35세 가장 '우티'가 돼 있었다. 공항에서 우티의 아내 잼을 만나 안내를 받은 박명수는 제작진의 제안에 갈아입었던 옷이 우티와 잼의 커플티인 점을 알고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우티의 집에는 잼과 6개월 된 딸 나란 외에도 친척 동생 씨, 보모로 일하는 쑤가 있었다. 또한 잼의 친구이자 우티의 집 한 켠에 스무디 가게를 여는 펀도 있었다. 이들 사이 우티는 쏨땀 샐러드와 같은 음식을 직접 만들어 팔며 가장으로 분투했고 딸 나란의 육아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이에 박명수도 '우티'로서 집에 도착한 첫 날, 딸 나란과의 시간에 집중했다. 능숙하게 아기를 안고 어르고 달래며 놀아주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아빠'의 모습이었다. 실제 한국에서도 '민서 아빠'를 자부하는 딸을 둔 박명수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특히 박명수는 나란에 대해 "너무 예쁘다, 미치겠다. 진짜 천사다. 너무 예쁘다"라며 애정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아련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 자신의 딸 민서 생각이 났던 것. 박명수는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예전 아이 키울 때 생각이 나서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았다"라고 기뻐하면서도 "솔직히 민서 옛날에 내가 재운 적 별로 없다. 한창 바쁠 때였다. 그런 아련한 생각이 많이 났다. 아이는 다 기억을 한다. '아빠 예전에 바빴잖아'라고 하더라. 미안했다"라며 아련한 심경을 털어놨다.
여러 차례 울컥한 박보검이나, 딸과의 순간에 유독 아련한 박명수의 모습은 세밀한 표정까지 담겨 '가브리엘' 첫 방송을 가득 채웠다. 한국에서는 스타로 유명한 이들이 처음 가 본 해외에서 연예인도 아닌 누군가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출연진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생소했다. 그로 인해 시작 부분엔 다소 어색한 기류가 감돌았다. 데프콘과 다비치 등 스튜디오 MC들의 열띤 진행이 웃음을 잃지 않게 해줬으나 자칫 '가브리엘'로서 박보검, 박명수의 삶에 몰입하려는 감상을 막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은 특유의 감성적인 코드를 잃지 않았다. 일로서 프로그램을 접한 박보검이나 박명수는 어색해 어쩔 줄을 모르지만, 정작 현지에서 '루리'와 '우티'를 기억하는 주변인들은 누구보다 따뜻하게 '가브리엘'들을 맞아줬다. 이들의 다정함이 첫 만남의 긴장감을 희석시키고 어색함도 이겨내는 적극성을 부여했다.
연예인 출연진과 일반인 주변인들의 어색한 듯 시작해 자연스럽게 감화되는 과정은 김태호 PD가 과거 '무한도전'부터 증명해온 섬세한 그만의 예능작법이다. 기실 '마이 네임 이즈 가브리엘' 자체가 '무한도전'의 '타인의 삶' 특집에서 발전된 바. 이를 기억한 시청자들에게는 유독 반가운 기획이었다.
그렇기에 '가브리엘'들이 보여줄 무수한 삶의 이야기들이 기대감을 더한다. 박보검부터 박명수까지 한국 팬들에겐 이름만 들어도 놀랄 스타들이, 이름조차 정확히 발음하기 어려운 지구 반대편 '가브리엘'로서 보여줄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야기가 아닌 실재하는 삶을 풀어낸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더한 리얼리티 예능의 감동이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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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