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통산 최다 3085안타에 빛나는 재일동포 출신 레전드 장훈(84)이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여전히 투타겸업 ‘이도류’에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일본 주간지 ‘주간문춘’은 지난 21일 오타니에 대한 야구원로 장훈 씨의 생각을 전했다. 장훈 씨는 “오타니를 좋아하니까 응원하고 있다. 매 경기마다 집에서 TV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독설가’로도 유명한 장훈 씨는 과거 오타니에게 “베스트9에 뽑힌 건 인기, 화제성 때문이다”, “야구는 프로레슬링이 아니다. 그렇게 몸 만들면 안 된다”, “여기저기 방송에 나오는데 배우가 아니다”, “연습 부족이다. 하체를 단련해야 한다” 등 아낌없는 일침으로 화제가 됐다.
장훈 씨는 무엇보다 오타니의 투타겸업에 항상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왔다. 지난 2013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할 때부터 오타니의 투타겸업 도전에 회의적이었다.
오타니가 투타겸업으로 크게 성공했지만 장훈 씨는 지금도 여전히 반대 입장이다. 그는 “처음에는 투수에 전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입단할 때 캠프에 시찰을 가서 불펜 투구 하는 걸 봤는데 다르빗슈 유나 마쓰자카 다이스케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난 지금도 투타겸업에 대해선 반대다. 높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둘 중 하나에 전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지난 2021~2023년 LA 에인절스에서 3년 연속 130이닝 이상 던지며 풀타임 투타겸업으로 메이저리그 새 역사를 쓴 오타니이지만 지난해 9월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아 투수로는 올 시즌 휴업 중이다. 내년 시즌 다시 투타겸업에 도전하지만 30대로 접어들면서 언제까지 양쪽을 다 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장훈 씨는 “지금은 타자로 전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일본인이 미국에 진출해서 힘과 힘의 대결로 상대를 제압하고 홈런왕을 차지했다. (통산 868홈런) 왕정치도 깜짝 놀라서 ‘이런 일은 우리 시대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오타니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AL) 홈런 1위(44개)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홈런왕에 등극했다. 올해도 다저스에서 21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내셔널리그(NL)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년 연속 홈런왕을 기대할 만하다.
시즌 전체 성적은 74경기 타율 3할1푼8리(296타수 94안타) 21홈런 53타점 59득점 35볼넷 66삼진 16도루 출루율 .391 장타율 .615 OPS 1.006. NL 홈런·득점·장타율·OPS 1위, 타율·안타 2위, 타점·출루율 5위, 도루 공동 6위로 공격 주요 부문 상위권에 오르며 수비 기여도가 없는 지명타자 최초로 MVP까지 노리고 있다.
장훈 씨는 “타석에서 오타니는 오른발을 들지 않고 공을 기다렸다가 잡는다. 타자는 원래 오타니처럼 노스텝,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치는 게 가장 좋다”며 “하지만 그렇게 하면 힘이 안 나오기 때문에 대다수 선수들은 발을 쭉 올리거나 반동을 줘서 치려고 한다. 오타니를 따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감탄했다.
지난 3월 농구선수 출신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결혼을 한 것에 대해서도 장훈 씨는 “결혼은 적극 찬성한다. 운동선수는 빨리 결혼할수록 좋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아이가 생기면 책임감도 커지고, 집에 돌아와서 잠든 아이 얼굴을 보면 ‘그래, 내일도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오타니는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고 응원했다.
좌투좌타 외야수 출신 장훈 씨는 일본프로야구에서 1959년부터 1981년까지 도에이 플라이어즈, 니혼햄, 요미우리 자이언츠, 롯데 오리온스에서 23시즌을 뛰며 통산 2752경기 타율 3할1푼9리 3085안타 504홈런 1676타점 1523득점 1274볼넷 319도루 출루율 .399 장타율 .534 OPS .933으로 활약했다. 1967~1970년 4년 연속 포함 무려 7번의 타격왕을 차지하는 등 일본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지금 현역 선수라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장훈 씨는 “가겠다. 월급이 10배 이상 오를 것이다. 일본 선수들에겐 일본프로야구 팬들을 위해 가급적 가지 말라고 말하지만 연봉을 생각하면 누구나 갈 것이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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