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손호영(30)이 30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달성한 자부심을 이야기했다.
손호영은 지난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해 3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이날 안타를 때려내지 못하면서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은 30경기에서 멈췄다.
비록 박정태가 1999년 기록한 단일시즌 최다경기 연속 안타 기록(31경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손호영은 2018년 30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한 김재환과 더불어 KBO리그 역대 최다경기 연속안타 공동 3위에 올랐다. 2위는 박정태가 기록한 31경기 연속 안타, 1위는 2003~2004년 박종호가 기록한 39경기 연속 안타다.
아쉽게 대기록 달성 기회를 놓친 손호영은 지난 22일 인터뷰에서 “나는 3위에 너무 만족한다. 내가 언제 이런 것을 해보겠나. 나는 너무 행복했고 기록에 도전하는 내내 재밌었다. 주변 사람들이 많이 걱정해주시는데 나는 진짜 후회가 없다. 다시 한 번 이런 기회가 온다면 조금 더 욕심을 낼 것 같다. 언젠가 또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어제 일은 어제 호텔에 다 버려두고 왔다. 30경기 연속 안타를 치는 동안 너무 잘해서 쭉 올라왔다가 쭉 내려갈까봐 걱정이지만 그래도 똑같이 하려고 한다”라고 30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한 소감을 밝혔다.
손호영이 기록한 30경기 연속 안타 기록은 역대 공동 3위이자 롯데 구단 역대 2위 기록이기도 하다. 롯데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박정태는 후배의 기록 도전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손호영은 "나도 응원 메시지를 봤다. 나는 하지 못했지만 나보다 좋은 선수들, 우리 팀에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까 그 중에 한 명이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여기까지였다"라고 말했다.
손호영의 31경기 연속 안타 도전 경기는 아쉬움이 많았다. 손호영은 8회초 무사 1, 3루 찬스에서 마지막 타석에 들어섰다. 좌완 구원투수 김성민의 4구째 투심을 때려 느린 땅볼 타구를 굴렸고 2루수 김혜성은 빠르게 뛰어나와 타구를 잡고 곧바로 1루에 송구했다. 손호영은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몸을 날려 1루에 들어갔지만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롯데는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 장면에 대해 손호영은 "나는 솔직히 아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비디오 판독까지 요청을 해주셔서 감독님께 너무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롯데는 9회초 대타 이정훈의 안타와 황성빈의 내야안타, 도루로 2사 2, 3루 찬스를 잡았다. 고승민이 출루에 성공하면 손호영에게 한 타석 더 기회가 돌아올 수 있었지만 고승민의 타구가 좌익수 로니 도슨의 호수비에 잡히면서 손호영의 31경기 연속 안타 도전 기회도 날아갔다.
손호영은 "타구를 잡는 것을 보고 경기가 끝났구나라고 생각했다. 딱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내가 그 전에 못친 것이다. 아쉽긴 하지만 그냥 나는 여기까지라는 생각만 했다. 한 타석이 더 돌아왔다면 모르는 일이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지고 내가 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이상한 것 같다"라고 담담히 31경기 연속 안타 기록 도전 실패를 받아들였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비록 상대팀 선수지만 대기록에 도전하는 손호영을 응원했다. "기록을 저지했다는 표현은 조금 그런 것 같다"라고 말하며 웃은 홍원기 감독은 "손호영이 어제 LG에서 2군 생활을 하다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잡초처럼 살아남아 롯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을 보면 타팀 선수지만 뿌듯하다. 그런 기록들에 도전하는 것을 응원하고 그런 모습들이 2군 선수들이나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어제도 응원을 했는데 투수도 최선을 다하고 수비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간의 기록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라며 손호영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홍원기 감독의 메시지를 듣고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라고 말한 손호영은 "내가 아는 동생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롯데에서 잘하고 있으니까 너무 보기 좋다고 말을 많이 해준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뿌듯하다. 다른 선수들도 좋은 날이 올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들 잘됐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손호영은 지난 시즌 LG에서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올해는 부상으로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결국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이적하게 됐다. 그렇지만 올 시즌 47경기 타율 3할1푼8리(173타수 55안타) 8홈런 36타점 29득점 6도루 OPS .893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작년에 야구를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한 것 같다"라고 솔직히 털어놓은 손호영은 "내가 스스로 그만둔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다만 나이가 언제 방출돼도 모를 나이니까 편하게 즐기다 가자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롯데에 더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왔다"라고 힘들었던 순간을 돌아봤다.
손호영을 롯데로 보낸 LG 염경엽 감독은 다른 팀으로 보낸 선수이지만 여전히 손호영을 아끼고 있다. 손호영은 "감독님을 만나고 인사를 드리면 '오 손주전'이라면서 응원을 해주신다. 알게모르게 조금 뿌듯한 마음이 든다. 어떻게 보면 감독님이 나를 놔주신 것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트레이드 당일에도 그렇고 결승타를 쳤을 때도 연락을 해주셨다. 감독님이 참 정이 많으시다"라며 웃었다.
"특별한 목표는 없다"라고 말한 손호영은 "이전과 똑같이 100경기에 나가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 올스타전은 보내주신다면 감사하게 갈 것이다. 나는 평생에 한 번 갈까말까한 기회다. 가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올스타전은 구경이라도 한 번 해보고 싶다. 내년에는 더 열심히 잘하겠다"라며 남은 시즌 각오를 다졌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