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찾아온 무더위도 프로야구 흥행을 막지 못하고 있다. KBO리그가 또 흥행 신기록을 썼다.
KBO는 지난 23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치러진 8경기 총 관중이 14만2660명으로 1일 최다 관중 신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9월9일 12만8598명(9경기). 5경기 기준으로는 2016년 5월5일 11만4085명이 1일 최다 관중 기록이다.
23일 KBO리그는 잠실 KT-LG전, 광주 한화-KIA전, 대구 두산-삼성전 더블헤더 포함 총 8경기가 열렸다.
잠실에선 1차전 1만1417명, 2차전 1만5418명이 들어왔다. 광주에선 1차전 1만9085명, 2차전 1만8860명이 입장했고, 대구에선 1차전 2만680명에 이어 2차전 2만4000명 만원 관중을 이뤘다. 고척 롯데-키움전도 1만6000명 매진을 달성했고, 문학 NC-SSG전에도 1만7200명이 입장했다.
6월말로 향하는 시점에 오후 2시 더블헤더가 시작됐지만 팬들은 무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장을 찾았다. 이열치열, 뜨거운 야구 열기로 더위를 날린 것이다.
이날까지 KBO리그는 총 380경기에서 555만2181명의 관중이 들어왔다. 평균 관중 1만4611명으로 2012년 최다 1만3451명을 넘었다. 지금 페이스라면 총 관중 1051만9922명 페이스로 2017년 840만688명을 뛰어넘어 역대 최다 누적 관중도 가능하다.
900만을 넘어 한 번에 국내 프로스포츠 최초 1000만 관중을 바라볼 정도로 KBO리그 인기가 어마어마하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터지거나 국제대회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야구 인기 위기설이 고개를 들곤 했지만 올해는 역대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야외 활동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야구뿐만 아니라 축구, 농구, 배구 등 다른 스포츠들도 관중 증가 추세이지만 그 중에서 KBO리그가 독보적이다. 일주일에 6경기씩, 고물가 시대에 가성비 좋은 여가 활동으로 자리잡았다.
각 팀마다 젊은 스타 선수들이 새롭게 떠오르면서 20~30대 여성팬들의 증가가 눈에 띈다. KIA, 삼성, LG 등 인기 구단들이 상위권에 오른 가운데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전력 평준화로 치열한 순위 싸움 전개되면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시즌이 되고 있는 것도 흥행에 큰 요소다.
여기에 허구연 총재가 이끄는 KBO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KBO는 지난 3월 CJ ENM과 유무선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면서 온라인 중계 유료화 시대를 열었다.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까지 준비 부족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KBO가 노린 것은 인터넷상으로 SNS를 비롯해 다양한 채널에서 야구 영상을 노출하고, 파급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40초 미만 쇼츠 활용을 전면 허용하면서 젊은 팬들 사이에 각종 야구 관련 ‘움짤(짧은 영상)’, ‘밈(meme)’이 끊임없이 생성돼 퍼지고 있다. 각 구단 채널의 영상도 훨씬 풍부해지는 등 다양한 컨텐츠로 야구를 소비하는 젊은 팬층이 급증했다. 오랜 기간 신규팬 유입에 어려움을 겪던 ‘고인물 스포츠’였던 야구가 이제는 10~20대 및 여성 팬덤을 완전히 흡수한 것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이다. 매년, 매 경기마다 야구는 볼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억울한 판정 때문에 야구에 염증을 느끼고 외면하는 팬들도 많았다. 하지만 KBO는 올해 세계 최초로 ABS를 도입해 공정성을 높였다. 제도 도입 첫 해이다 보니 크고 작은 시행착오 속에 현장의 저항과 불만도 상당히 컸지만 일률적인 ABS 판정에 지켜보는 팬들의 피로감이 줄었다.
볼 판정 시비로 인한 감정 소모가 없으니 경기 관람의 질이 상승했다. 볼 판정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면서 야구를 보는 것이 훨씬 쾌적해졌다. ABS의 핵심은 공정성이다. 양쪽에 모두 공평하고 일관성이 있다는 것인데 공정의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에도 그야말로 ‘취향 저격’ 제도다.
쇼츠를 허용한 중계권 계약과 ABS 전면 도입이라는 KBO의 두 가지 결정적 변화가 더해지면서 야구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그동안 7~8월 장마철과 혹서기에는 관중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지금의 야구 인기는 장마와 폭염마저 잠재울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