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60km 강속구가 타자 얼굴을 맞혔다. 공을 던진 투수도 충격에 주저앉을 정도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신인 우완 투수 제러드 존스(23)가 승리를 따내고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존스는 지난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치러진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7이닝 3피안타 3볼넷 2사구 8탈삼진 2실점 호투로 피츠버그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5승(6패)째를 거두며 평균자책점을 3.76에서 3.66으로 낮췄지만 존스는 마냥 웃지 못했다. 이날 1회초 존스의 공에 얼굴을 맞고 교체된 탬파베이 타자 아메드 로사리오(29)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1회초 2사 3루에서 존스의 3구째 시속 99.6마일(160.3km) 포심 패스트볼이 로사리오 얼굴로 향했다. 피할 새도 없이 빠르게 날아간 공이 로사리오 얼굴 왼쪽을 맞혔다. 얼굴 보호대 쪽을 맞고 높게 튄 헬멧이 땅에 떨어졌고, 로사리오도 타석 주변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쥐며 통증을 호소했다. 대기 타석에 있던 동료 호세 시리가 깜짝 놀라 트레이너를 급히 불렀다.
트레이너가 로사리오의 상태를 체크했고, 다행히 의식을 잃진 않았다. 스스로 일어선 뒤 덕아웃 밖으로 걸어나갔다. ‘MLB.com’에 따르면 로사리오는 골절이 아닌 안면 열상으로 두 바늘 꿰맨 것으로 끝났다. 큰 부상을 피한 로사리오는 “다행히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 괜찮다. 내가 화난 것은 경기를 뛰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로사리오는 “공이 어디에 어떻게 맞았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C플랩(안면 보호대)에 맞으면서 심각한 부상을 피할 수 있었다”며 보호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케빈 캐시 탬파베이 감독은 “양 팀 모두에게, 특히 우리 팀에 무서운 순간이었다. 로사리오가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사구 이후 어쩔 줄 몰라하며 마운드 주변을 맴돌다 주저앉은 존스에게도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경기 후 존스는 “끔찍했다. 패스트볼이 몸쪽으로 들어갔는데 정말 기분이 안 좋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몇 바늘 꿰맨 정도라고 들었는데 정말 괜찮길 바란다”고 로사리오에게 미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로사리오를 맞히기 전부터 존스는 브랜든 로우를 몸에 맞는 볼로, 랜디 아로자레나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폭투까지 범할 만큼 제구가 흔들리고 있었다. 급기야 로사리오의 얼굴을 맞히면서 완전히 무너질 수 있었지만 포수 제이슨 딜레이와 오스카 마린 투수코치가 올라와 존스를 진정시켰다. 1회에만 사사구 3개로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렸지만 2회부터 7회까지 볼넷을 2개밖에 주지 않았다.
존스는 “다시는 상대 타자의 얼굴을 맞히고 싶지 않다. 정말 무서운 순간이었지만 내 구위를 찾아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할 수 있게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데릭 쉘튼 피츠버그 감독은 “좋은 회복 탄력성을 갖고 있다”며 심적인 부담을 딛고 호투를 펼친 존스를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