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의 끝vs경각심 부여”…범죄 예능의 명과암 [Oh!쎈 초점]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4.06.25 20: 40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했던 아들이 13년 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졌던 범죄를 다시 사회밖으로 내놓으며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취지로 읽는 누리꾼들이 있는가 하면, 자극에만 치우친 예능 생태계에 대한 자중의 목소리를 높이는 누리꾼들도 등장했다.
최근 첫 방송을 한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이하 '이말꼭')는 알려진 사건 속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세간을 놀라게 만든 사건, 사고 속 주인공들이 직접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신개념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이라는 취지로 포문을 연 '이말꼭'은 첫 주인공으로 '존속살해범'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전개를 선보였다.
가명인 '준수'로 등장한 그는 그간 어머니로부터 극심한 성적 압박은 물론, 폭언, 끔찍한 수준의 신체적 폭력을 당해왔음을 고백했다. 숨겨진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도 전했으며, 범행 전날 까지의 행방과 심경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진짜 후회되는 건, 저희 어머니께 내가 아니어도 어머니는 대단하고, 귀한 사람이고, 어머니는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위로해 드리지 못한 게 후회된다"라고 후회하기도 했다.

첫 방송 직후 누리꾼들의 반응은 말 그대로 '극과 극'이었다. "동정 여론은 그저 여론에서 끝나야 한다", "안타깝지만 범죄자 서사 부여는 위험한 일", "살인을 정당화하는 느낌" 등 비판의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생각할 지점이 많아지는 방송이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사연", "범죄 미화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등 옹호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최근 방송가에서는 범죄 이야기를 다시금 되짚으며 가해자에게 귀를 기울이는, 이른바 '범죄 예능'이 유행 중이다. LG유플러스 STUDIO X+U와 MBC가 공동 제작한 ‘그녀가 죽였다’는 치밀한 범죄를 일으킨 여성 범죄자들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제주 전남편 살인사건’의 범인 고유정의 심경이 담긴 자필 메모가 최초로 공개되는가 하면, 친근함을 이용한 끔찍한 범죄로 충격을 안겼던 1997년 ‘박초롱초롱빛나리 유괴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좇으며 범행 현장과 수법을 세세히 살펴보았다.
이 밖에도 일반 형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범죄를 분석하는 '용감한 형사들', 실제 범죄 사건을 퀴즈로 만들어 멤버들의 추리 능력과 범죄 사건에 대한 재조명을 이어오는 '풀어파일러' 시리즈 등, 범죄를 소재로 한 다양한 예능들이 방송가에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예능은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비슷한 사건을 초기에 막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범죄자를 향한 '서사 부여'라는 비판점은 물론, 과도하게 자세한 사건 묘사는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시청자를 즐겁게 만드는 '예능'과 민감한 소재인 '범죄'의 결합. 화제성에서는 신선한 케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겠지만, 과연 사회적 측면에서는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yusuou@osen.co.kr
[사진] tvN '이말꼭' / '그녀가 죽였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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